- [ 연애(판타지)/기도하면『이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성녀의 이야기 ]32024-01-23 20:07:07(나의 나쁜 마음을 깨끗한 아이라에게 알릴 수는 없어......) 고민하는 에반을 보며, 아이라는 입을 삐죽였다. "내 마음을 정말 모르겠어?" "뭐?" "지금까지 열심히 어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짓는 아이라를 보고, 에반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빨리 뭐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어진 아이라의 말에 에반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좋아해, 에반." 아이라는 예상치 못한 말에 굳어버린 에반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에반은 나를 싫어해?" "다, 당연히 좋아하지!" "다행이다." 후훗 하며 웃는 아이라의 모습에, 에반은 무심코 넋을 잃었다. 오랜 세월의 감정이 전해져 감격을 하는 에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에반은 한동..
- [ 연애(판타지)/기도하면『이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성녀의 이야기 ]22024-01-23 20:06:22*. 히스에게 쫓겨나듯이 왕성을 빠져나온 아이라와 호위 기사들은 시내에서 평민복을 샀다. 어느 나라에서 파견된 성녀의 얼굴은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왕성을 벗어나면 아이라가 성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녀의 옷을 입지 않아도, 아이라는 신성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금은 성녀가 된 아이라지만, 성녀가 되기 전에는 외국의 백작가의 영애였다. 그래서 외모뿐만 아니라 몸가짐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길 가던 사람들이 아이라를 보고 감탄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호위 기사는 '내가 잘 지켜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런 호위기사의 마음을 뒤로하고 유행하는 카페에 들어선 아이라는,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파르페를 주문했다. 독특한 모양의 유리 그릇에 크림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고..
- [ 연애(판타지)/기도하면『이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성녀의 이야기 ]12024-01-23 20:05:21이 세계의 성녀들의 역할은, 기도의 힘으로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다. 여신을 섬기는 그녀들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 여신의 계시로 선택된 나라에 한 명씩 파견되어 성녀로 활동한다. 러셀국에 파견된 아이라 역시 그 성녀 중 한 명이다. 빛나는 은발에 루비처럼 붉은 눈을 가진 아이라는, 성녀로서의 힘이 강했다. 성녀의 힘이 강할수록 기도의 힘도 강해져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더 많이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량난에 시달리던 나라에서는 성녀가 파견되자마자 식량을 싸게 수입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몇 년 후에는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 개발되기도 했다. 사막의 나라에 파견된 성녀가 기도하고 있자 갑자기 물이 솟아나 오아시스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제각기 사정..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82024-01-22 23:02:41"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일러요. 발고아 분들은 사랑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둔감하니까요. 그래서 필사적으로 사랑을 전하고, 울면서 애원하고, 간청한 끝에야 저는 결혼할 수 있었답니다." 테오도르 님은 "당신 정도의 분이?"라며 놀라워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오빠 부부. "가식 따위에 연연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거든요! 당신도 마찬가지죠?" 테오도르 님이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 붉은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진지하다. "확실히, 이것저것 따질 수 없겠군요. 저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으니,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함락시킬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테오도르 님은 '이제 지쳤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우울한 눈빛을 하고 있지 않다. 그 붉은 눈동자는 ..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72024-01-22 23:02:11왜 나는 이렇게 이상한 말만 할 수 있는 걸까? 좀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힐끗 테오도르 님을 바라보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시아 님, 그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아, 네!" 기운차데 대답한 나는, 기쁘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어쩔 줄 몰랐다. 테오도르 님이 웃으시니 나의 지루했던 세계가 아름답게 빛나 보인다. 나와 테오도르 님을 태운 마차는 이모님의 백작 저택에 도착했다. 백작 저택의 넓은 정원에는 나의 호위병들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아, 아가씨! 어서 오십쇼!" "어때요? 좋은 남자는 붙잡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저속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그, 그만해! 테오도르 님 앞에서 촌티 내지 마아아아! 입을 쩍 벌린 테오도르 님은, "발고아가 따님을 지키기 위해 군대..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62024-01-22 23:01:11테오도르 님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입니다. 제 동생 쿠르트가 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해 보든가요. 저는......." 내 어깨를 잡는 테오도르 님의 손에 조금 힘이 실렸다. "저는 절망의 늪에서 건져주신 신시아 님께 앞으로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형님, 공주님께 무례합니다!" 쿠르트 님의 외침을 들은 테오도르 님은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너희들은 어차피 나를 죄인으로 만들어서 일만 강요할 작정이었던 거지?" 그것도 악역영애물에서 흔히 나올 법한 이야기다. 물론 그런 끔찍한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갑시다, 신시아 님" "네!" 공주 전하와 쿠르트 님이 외치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더 이상 뒤돌아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파티장을 빠져나온 나와 테오도르..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52024-01-22 22:59:56바라보니, 이모님이 당당하게 공주님 전하와 대면하고 있었다. "바, 발고아령?" 왁자지껄한 소리가 퍼져나간다. "저기, 발고아령?" "광활한 땅을 가지고 있으며,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진 그 발고아의 영애!" 아니, 아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곳은 즐거운 일이 하나도 없는 시골이에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테오도르 님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 눈은 침울하고 생기가 없다. "괘, 괜찮으세요?" 테오도르 님에게 뻗은 내 팔을, 어째선지 쿠르트 님이 잡았다. 어? 공주님 곁에 계셨을 텐데 언제부터 내 곁으로? "발고아의 영애였다니!" 그렇게 말하는 쿠르트 님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저는 쿠르트라고 합니다. 정말 아름답군요! 왕도는 처음이신가요?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42024-01-22 22:59:07아니, 이 은발머리 녀석,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약혼녀의 바람 상대와 친하게 지낸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 당당하게 바람을 피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는 공주님과 쿠르트 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외부인인 나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괜찮아! 왜냐하면 악역영애물은 여기서부터 반격에 나서는 것이 재미니까. 자, 악역영식 테오도르 님, 얼굴을 들고 마음껏 반격해 주세요! 라고 생각했는데, 테오도르 님이 얼굴을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사라질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 약혼 파기, 받아들입니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오도르 님에게 약혼 파기를 강요하던 공주님과 쿠르트 님은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아하하, 테오도르가 죄를 인정했어! ..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32024-01-22 22:57:53왠지 안색도 좋지 않다. 흑발의 미청년은 몸이 좋지 않은 것일까요? 괜찮냐고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고 있자, 이모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신시아, 저분은 안 돼." "네? 아까 선택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선택할 수 있다 해도, 이미 약혼녀가 있는 사람은 안 돼." "약혼녀 ......" 그건 맞는 말이다. 나를 데리고 자리를 뜬 이모는,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저 검은 머리의 남자분은 베일리 공작의 아들인 테오도르 님이란다. 이 나라의 공주 전하와 약혼하셨어." "공주님의 약혼남!" 내가 너무 엄청난 분에게 말을 걸려고 했던 것 같다. 위험했어. "그리고 저기 계시는 분이 바로 공주 전하이시고." 이모님의 시선을 따라가니, 새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저분이 공주 전하......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22024-01-22 22:57:08"발고아 변경백의 따님인 네가 오늘의 야회에 온다는 것은 대부분의 귀족들이 알고 있어. 발고아 영지는 부유하고, 이 나라의 군사적 요충지이며 국왕 폐하께서도 눈여겨보고 계시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그곳은 그냥 시골인데요!?" 국경 부근에 있는 발고아령. 여름에는 이른 아침부터 매미가 울어대고, 밤에는 개구리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해가 지고 나면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이제 잠을 자는 일밖에 못한다. 즐길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왕도(王都)에서 책을 주문해 읽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데. 유행하는 드레스 카탈로그를 들여다보거나, 왕도에서 유행하는 연애 소설을 읽을 때만은 내 마음이 설렌다. "이, 이모님!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시골에서 자란 제가 왕도에서..
- [ 연애(판타지)/시골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 ]12024-01-22 22:56:22사교계의 계절을 맞이한 왕도에서는 여기저기서 화려한 야회가 열리고 있다. 그 야회에서 나이를 찬 귀족의 자제들은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다. 결혼 적령기가 된 나도,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발고아 영지를 떠나 결혼 상대를 찾으러 왔다. "조금 진정렴, 신시아." 익숙하지 않은 밤의 모임에 긴장하여 무심코 자신의 금발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시중을 드는 이모님이 눈살을 찌푸린다. 이모는 부유한 백작가로 시집가서 왕도(王都)에 살고 있기 때문에, 사교계 시즌 동안 우리는 이모 부부가 살고 있는 백작 저택에 머물며 신세를 지고 있다. '우리'라고 표현한 이유는, 처음 왕도에 가는 나를 걱정한 가족들이 많은 호위를 붙여줬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인원이 온 나머지, 이모 부부는 우리가 왕도에 도착했을 때 입을 떡..
-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72024-01-22 17:32:06"왜냐니, 나는 왕위에 오르고 싶은 것도 아니고, 유리아나에게 관심도 없으니까." "네?" "나는 계속 소피가 좋다고 말했는데, 왜 너는 믿지 않는 거지?" "...... 어......." 역시 율리아나도 금기시되는 기술을 몇 번이나 사용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마리우스한테는 컨디션이 나빠지는 정도의 가벼운 저주밖에 걸 수 없었다.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왕세자 자리에서 내려올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참고로 마리우스는 이미 회복된 상태라고 한다. "그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그 덕분에 결정적인 증거를 얻어서 유리아나를 잡을 수 있었어" "율리아나 님은 지금 어디 계세요?" "감옥에 있지만, 저주의 핵이 깨지면서 주술의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을 거야.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야." "........
-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62024-01-22 17:31:46"바보구나, 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굳이 로렌츠를 위해 쓸 필요가 없었는데. "범인을 찾았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소피." 아쉬운 듯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로렌츠는 교회를 떠났다. 향하는 곳은, 성이다. 〇〇〇 눈이 뜨였다.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눈이 뜨인 것이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일그러진 로렌츠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갑자기 덮쳐왔다. 내 상체를 일으켜 세우니 꽉 껴안는다. 조금 강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뱉은 내 첫마디가 "으스러질 것 같아요"였던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그보다 너무 꽉 껴안겨서 아프다. "아파요." "응" 응이 아니라. 힘을 풀어줬으면 한다. 하지만 확실히 아프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아무래도 여기는..
-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52024-01-22 17:31:04로렌츠는 소피의 손을 잡았다. 큼직한 손이라고 소피는 생각했다. 분명 앞으로, 로렌츠는 이 손으로 많은 것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은....... 놓아야 하는 그의 손을, 소피는 꼭 움켜쥐었다. 소피가 잠든 것은 그로부터 열흘 후였다. 그녀의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 있다. 대부분의 장신구를 버린 소피가 마지막까지 남긴 그 목걸이는, 바로 로렌츠가 선물한 것이다. 공작가에서 관이 교회로 옮겨졌다. 비가 내리고 있다. 눈이 조금 섞인 듯한, 차가운 비. 로렌츠는 우산을 쓰지 않았다. 뺨이 젖어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〇〇〇 로렌츠는 교회에 안치된 소피의 관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로렌츠는 주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이렇게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부로 벌써 3년이 ..
-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42024-01-22 17:30:31소피는 주먹을 꽉 쥐었다. 로렌츠는 평소에 얌전했던 소피의 다른 면을 보고 또 한 번 웃었다. "그리고 드레스들도 옷장에서 잠자는 것보다는 햇볕을 쬐고 싶을 테니, 이걸로 괜찮아요." "그렇군." 반년이 지날 무렵부터 소피는 몸이 좋지 않은 날이 많아졌다. 확실히 저주가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소피는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연극이나 음악회를 보러 가기도 하고, 말을 타기도 하고, 물감을 묻히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흙투성이가 되며 원예를 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로렌츠는 그 대부분을 함께 했다. 둘이서 바다에 왔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린다. 다가왔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오는 파도에 소피와 로렌츠는 발만 담그고 있다. "차갑네요." "이제 가을이니까. 오래는 못 들어가겠어. 감기 걸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