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첼시와 다정한 사람들(3)2023-10-13 04:58:05"무슨 일인가요?" "그래. 저기 말이지." 전하께서는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제 귀 가까이에서 말씀하셨다. "식사 중의 일 말인데......" 그렇게 내 매너 위반을 지적해 주셨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 그렇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은 거의 가족끼리의 식사 모임이었으니." 자신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를 향해, 전하께서는 안심시키듯 말을 건네주셨다. 집에서만 지냈던 나는 사교계의 매너에 익숙하지 않아 모르는 것도 있으며, 알고는 있지만 몸에 익히지 못한 것도 많이 있다. 한심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자, 전하께서는 또 나만 들을 수 있도록 귀에 대고 말씀하셨다. "정말로 신경 쓸 만큼의 일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사교계에 ..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첼시와 다정한 사람들(2)2023-10-13 04:57:21오늘만 해도 그렇다. 오스왈드 님의 주위에서는 넘어질 것 같던 아이가 둥실 떠오르기도 하고, 찢어진 쇼핑백에서 굴러온 사과가 딱 멈춰 서기도 했다. 날아갔던 누군가의 모자가 다시 돌아오거나, 분수대에 뛰어든 아이의 얼굴이 의외로 젖어있지 않기도 한다. 내가 발견한 친절함의 일면을 전하자, 오스왈드 님은 "나는 본성을 숨긴 사람이니까."라며 웃으셨다. "좋게 보이고 싶어서 좋은 짓을 하는 게 습관이 된 것뿐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말하는 그의 옆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스왈드 님이 친절한 이유는, 본성을 숨겼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정말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는 일이었다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넘어질 뻔한 소년도, 가방이 찢어져 당황한 할머니도, 날아간 모자를..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첼시와 다정한 사람들(1)2023-10-13 04:55:52닫힌 눈꺼풀 너머로 부드러운 햇살이 느껴진다. 그에 따라 눈을 뜨면, 오늘도 멋진 하루가 시작된다. "첼시 님, 좋은 아침입니다." "마리아 씨, 좋은 아침이에요!" 노크 소리에 대답하자, 메이드가 방으로 들어와서 "오늘도 제대로 일어나셨네요."라며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아침은 강하거든요." "후후, 그럼 준비해 드릴게요. 그럼 오늘 하루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네!" 마리아 씨는 오스왈드 님의 저택에서 일하는 몇 안 되는 하인들 중 한 명이다. 내가 시녀를 한 명도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을 본 오스왈드 님이 무슨 일이 생기면 그녀에게 맡기라며 내게 보내주었다. 오스왈드 님은 사람이 많으면 불안하다는 이유로,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처음엔 청소나 빨래 등 마리아 씨..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102023-10-12 21:10:20ㅡㅡ꿈을 꾸었다. 아이의 꿈이다. 은은한 빛 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의 꿈이다. "음 ......" "깨어나셨나요?" "응......" 멍한 상태의 내 뺨을 쓰다듬는 손끝. 그 손끝을 따라가자, "꿈이라도 꾸셨던 건가요?"라고 묻는 사랑스러운 미소가 있었다. "그래, 아이의, 꿈 ...... 두 명, 아니, 세 명, 인가?"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하자, 릴리가 "그리고요?"라며 부드럽게 재촉했다. "한 명은 동생이었고 ...... 나머지 두 명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모두 즐거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좋은 꿈이네요." "그래, 좋은 꿈이었지. 좀 더 보고 싶을 정도로." 뺨을 쓰다듬던 손을 잡고서 끌어당겼다. "아놀드!" 당황한 목소리가 나를 부르는 것을 모른 척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좋..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9(2)2023-10-12 20:52:25"자식은 몇 살이 되어도 자식이라고." "예예...... 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이신데요." "냉정하기는. 그 성녀와 잘 지내고 있으니, 이제 아버지의 사랑은 필요 없는 거냐?" 빙긋이 웃는 얼굴을 보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아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바쁘니 성녀를 대신 만나 달라'고 말했을 때부터 아버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알고 계셨을지도 모른다. "...... 드디어 좋은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조만간 소개하겠습니다." "그래, 기대되는구나." 기분 좋게 대답하는 저 아버지는 당해낼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이 아빠가 이번에 말이지." "...... 이제는 정정할 마음도 안 생기지만, 무슨 일인데요." "재혼을 해보려고." 농담 같은 말투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와..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9(1)2023-10-12 20:51:44"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또 오도록 해." "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오스왈드와 첼시는 돌아갔다.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던 릴리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여동생이 너무 보고 싶어서 수고를 끼쳤네요." "아니,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 나한테도 마물이 나오는 책을 읽었으면 하는데." "놀리지 마세요." 꽤 진심이었다고 말하면서, 릴리의 손을 잡는다. "그보다 조금 질투해 버렸다." "네?" "너와 오스왈드가, 역시 사이가 좋아 보여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릴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질투했던 건 사실이지만. "좋지 않아요. 왜 그렇게 보이는지 신기할 정도라니까요." "음.......뭐랄까,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할까.......너..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8(2)2023-10-12 20:05:24"첼시의 마법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마력 자체는 매우 약해서 이용당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정착 방법 등의 연구는 오스왈드 님과 상의한 후가 좋아 보여서요." "알았어." 고맙다며 릴리는 고개를 숙였다. 사람을 내보내어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오스왈드의 부상이 나아지고, 첼시와도 잘 지내고 있다면 나도 한 걸음 더 나아간 걸까?" "......? 무슨 말씀인가요?"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릴리의 곁으로 다가가, 그 손을 잡고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걸로 네가 누군가의 감정에 응답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서." "아 ......!" 손을 끌어당겨 손끝에 입을 맞추자, 릴리는 얼굴을 붉히며 어깨를 움찔거렸다.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손을 떼자, 금세 손을 거두어들여서 조금 아쉬..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8(1)2023-10-12 20:04:36"그건 분명 대장님인 것 같아요!" 마도탑에 들어서는 순간, 평소 자주 들리던 목소리가 들려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테이블을 둘러싼 에디와 몇몇 마법사들, 그리고 릴리가 있었다. 나를 발견한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손으로 가볍게 제지하면서 릴리를 바라보자, 그녀는 살짝 볼이 붉어졌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스왈드가 뭐라고?" "그게, 에디가 시내에서 대장을 봤다더라고요." "머리가 푹신푹신한 귀여운 아이랑 함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푹신푹신 ....... 릴리를 힐끗 쳐다보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 여동생이겠죠."라고 말했다.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면 좋은 일 아닐까?" "그렇기는 한데 ...... 얼굴의 독기도 없는 것 같아서요." "뭐..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72023-10-12 19:17:26작은 울음소리가 멈춰도, 온기가 금방 사라지지는 않았다. 조금은 자부해도 되는 걸까. 지난번보다 천천히 내게서 멀어진 릴리는, 여전히 수줍게 웃었다. "죄송해요." "괜찮아." 그녀는 한 달 전과 마찬가지로 내 어깨에 손을 대어 바람 마법을 사용했다. "이대로 순조롭게 회복되길 바라야지." "그, 래요......" "......? 무슨 일이지?" "아니요,...... 지난 한 달 동안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울뿐이라서요." "하하, 넌 의외로 승부욕이 강하구나." "맞아요." 말투에 비해 표정은 담담하다. 가벼운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마음이 편해졌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내가 걱정했던 건 역시 오스왈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아놀드 전하 앞에서는, 마치..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6(2)2023-10-12 00:30:00말투에서, 조슈아는 지금 측근으로서가 아니라 친구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언제나 우유부단한 건 나이며, 이 친구는 무엇이든 손쉽게 결정해 버린다. "...... 먼저 가도 된다고 했는데도 야근을 함께 하는 것도, 사랑일까?" "예? 좀 시끄러운데요?" "사랑인가 봐." "시끄럽다구요, 야근수당을 위해섭니다. 됐으니 얼른 사인해 주세요." 싸구려 이기심에 웃으며, 나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이 속내를 털어놓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당신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건 릴리 님뿐이니까요." "뭐!?" "마도부대는 물론이고 메이드까지 모두 알고 있다구요." "거짓말이지 ......" 과연 어떨까요? 라며 조슈아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것보다 직접 말하는 게..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6(1)2023-10-12 00:29:20"그랬더니 첼시가 진흙투성이로 돌아왔어요. 후련해진 표정이라서, 저도 부모님도 화낼 마음이 없어졌어요." "하하, 본인에게는 큰 모험이었겠지." 앞에 앉아 있는 릴리는, 눈앞의 과자에도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채 즐겁게 동생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릴리의 휴식을 위함이라는 핑계로, 가끔씩 그녀를 티타임에 초대했다. 처음에는 그럴 시간이 없다고 주저하던 그녀도, 마도부대 대원들의 권유에 따라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여동생을 끔찍이 사랑하는 것을 주변에 숨기고 있는 릴리에게는 이렇게 당당하게 여동생 이야기를 할 상대가 없는지, 항상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눈꼬리가 올라간 상태로 웃는 얼굴은 평소의 진지한 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고, 차가 다 식었을 때 "말이 너무 많았네요."..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5(2)2023-10-11 23:55:16고개를 끄덕이는 대원들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녀의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협조하겠다는 것도 그녀를 좋아해서라는 불순한 동기이고, 은연중 눈치챈 것도 절반은 거짓말을 잘 알아채는 체질 덕분이다. 그날 얼떨결에 껴안았던 그 부드러운 몸을 잊을 수 없어서, 부디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었는데. 아니, 그, 라며 말끝을 흐리고 있자, 방울을 굴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말씀들 하고 계세요?" "리, 릴리! 아, 별일 아니고......" "......? 전하, 얼굴이 조금 붉으신 것 같은데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어 피하는 나를 보고 대원들이 깔깔대며 웃고 있다. 부, 부끄럽다....... 혹시 내 마음도 들켜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불길..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5(1)2023-10-11 23:54:35"결국,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찾지 못했는가?" "네, 지금은요. 쥐 같은 것으로 실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재앙의 해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은 마수 자체가 적어진 바람에......" "전하, 릴리 님, 잠시 휴식을 취하시지요." 마도부대원 중 한 명이 티 세트를 가져다주었다. 안뜰에서의 사건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났고, 나는 공무의 틈틈이 이렇게 가끔씩 마도부대의 일터이기도 한 궁정 내 마도탑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마도 부대의 업무는 다양하다. 기사단에 동행해 마수 대응을 하거나, 교회와 연계해 불쌍한 사람들에게 치유 마법을 시술하기도 한다. 마법학교에 지도를 하러 가기도 하고, 궁정 내 마석의 보충 및 점검 등을 하기도 하며, 마술이나 마법 도구를 연구하는 이들도 많다. 지금은 마수들이 ..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42023-10-10 23:51:17릴리는 내 가슴을 살짝 밀었다. 죄송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 그녀는, 축축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얼굴 가까이에서 바람을 느끼자 순식간에 옷이 말랐다.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편리한 것 같다. 나도 그녀의 붉은 눈가를 치유하는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고마워요." "아뇨, 제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릴리는 "한심하네요."라며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그렇지 않다. 그...... 오스왈드의 상태나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물어봐도 될까?" "그래요. 제가 성마법을 펼치는 도중에 습격해 온 마수는, 상당한 독기를 품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를 보호해 주신 오스왈드 님께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으셨는데...... 그곳에 독기가 들어간 것 같았아서요. 동행한 마법사의 치유..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3(2)2023-10-10 20:40:31"애초에 이 약혼에 대한 애정은 없었답니다. 저한테도, 오스왈드 님한테도. 그분은 저에게 친절하셨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예요. 저와 약혼한 것도,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주변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을 뿐. 그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라서. ...... 우리들은 함께 싸우며 서로를 신뢰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어요. 서로가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오스왈드 님을 흠모하는 여동생 쪽이 그분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겠지요."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오스왈드의 기분은 네 상상이겠지." 너를 사랑했을 수도 있고, 원했던 약혼이었을 수도 있다. 앞으로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고. 말투가 조금은 가시 돋친 말투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