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마법은 비밀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마력 자체는 매우 약해서 이용당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정착 방법 등의 연구는 오스왈드 님과 상의한 후가 좋아 보여서요."
"알았어."
고맙다며 릴리는 고개를 숙였다. 사람을 내보내어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오스왈드의 부상이 나아지고, 첼시와도 잘 지내고 있다면 나도 한 걸음 더 나아간 걸까?"
"......? 무슨 말씀인가요?"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릴리의 곁으로 다가가, 그 손을 잡고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걸로 네가 누군가의 감정에 응답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서."
"아 ......!"
손을 끌어당겨 손끝에 입을 맞추자, 릴리는 얼굴을 붉히며 어깨를 움찔거렸다.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손을 떼자, 금세 손을 거두어들여서 조금 아쉬웠다.
"이젠 안 참아도 될 텐데."
"전하 ......"
잠시 안절부절못하던 릴리가, 이내 체념한 듯이 중얼거렸다.
"...... 저, 여동생 결혼식에는 가족석에 앉고 싶어요."
그 뒤라면,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보고, 나는 내 얼굴이 흐뭇해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 후, 또 꿈을 꾸었다. 여자아이의 꿈이다. 전에는 울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웃고 있어서 안심이 된다. 그녀가 있는 곳이 따뜻해 보인다며 부러워하는 나에게도 빛이 비치는 것 같아,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뭐, 가벼운 다과회니까 너무 격식을 차리지 말아 줘."
대략 한 달 후의 일이다. 작은 다과회 소식을 전했다. 초대한 손님은 최근 한 달 만에 직장에 복귀한 오스왈드, 그리고 릴리, 그다음은.
"이쪽은 제 약혼녀 첼시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첼시 카벨입니다......! 오,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오스왈드의 뒤에 숨어있던 소녀가 긴장한 표정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그 얼굴을 본 순간, 내 마음속에서 짐작이 가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앗!! 하하, 그렇군, 너였는가. 아하하하, 아아, 음, 그런가."
"저.......저기 ......?"
갑자기 혼자 웃고 있는 나를 보고, 첼시는 물론이고 릴리와 오스왈드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좀처럼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싶어 첼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ㅡㅡ그 꿈속의 소녀다.
꿈에서 본 것은 어린 소녀였으니, 그에 비하면 많이 자랐지만 말이다. 내가 본 것은 아마 이 아이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꿈에서 보는 것이 꼭 미래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파악한 것은 처음이라 놀라면서도 신기하게 납득이 간다. 그런 나를, 연두색의 커다란 눈이 바라보고 있다.
"미안, 아무것도 아니다. 첼시. 네 눈동자는 언니와 같은 색이구나."
"......! 네, 맞아요! 그, 언니와는 닮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눈의 색만은 아주 닮아서요 ......! 그래서 저는 제 눈을 아주 좋아하고, 그 ......!"
"그래.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이쪽으로 와서. 좀 더 들려줄 수 있을까. 릴리의 이야기도, 너의 이야기도."
"네!"
언니의 화제가 나오자마자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이, 마치 여동생 이야기를 할 때의 릴리를 닮아서 자연스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아이가 오스왈드의 집에서 언니의 험담을 하지 않은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이 모습을 보니, 다른 어떤 곳에서도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오스왈드의 복귀를 축하하는 자리였을 다과회는, 결국 나와 첼시만 수다를 떨며 보냈다. 축하를 받는 사람도 즐겁게 이야기하는 약혼자를 보며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문제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얼굴보다 온화한 오스왈드의 옆에서, 릴리만 유독 쑥스러워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