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11(2)2023-10-27 20:56:43"할 . 학교를 졸업하면 너를 전속 집사에서 해임할 거야." "엘리스 님!!!" 절망감에 휩싸인 할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엘리스를 쳐다본다. 이대로. 이대로 버려질 바에는, 차라리 엘리스를 납치해서 도망쳐 버릴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그녀를 가두어 둘이서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도록. 누구도 에리스를 빼앗지 못하도록. "생각이 무서워, 할." 평소와 다름없는 엘리스의 말에, 나쁜 생각이 뚝 끊어진다. 어린아이의 고집을 상대하는 듯한 엘리스를 보자, 부끄러움에 볼이 뜨거워졌다. "할 . 혹시 요즘 네가 마물의 토벌과 마도구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이지 가문의 승작 때문이니?" 엘리스가 무릎을 꿇은 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평소 같으면 멍하니 그 감촉을 맛볼 텐데, 할은 엘리스 말에 심하게 동요되어서..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11(1)2023-10-27 20:55:11엘리스가 라스 후작가로 돌아가보니, 할은 라스 가문의 지하실, 일명 징벌방에서 마법을 봉인당한 채 절대 풀 수 없는 마력 밧줄에 묶인 채로 내팽개쳐져 있었다. 얼굴은 맞은 탓인지 부어올랐고, 입에는 마른 피가 묻어 있었다. 할을 데리러 온 에리스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는, 손가락을 튕기며 속박을 풀었다. 그러자 할이 엄청난 기세로 엘리스 발밑에 달라붙었다. "엘, 리스, 님!" 버림받을까봐 겁에 질린 강아지는 필사적으로 주인에게 매달리며 용서를 구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발밑에 쪼그려 앉아 부끄러움도 체면도 버리고 울면서 사과하는 할의 모습에, 엘리스가 다시 한숨을 내쉰다. "정신 차려, 할. 난 아름다운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걸?"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 주자, 할..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10(2)2023-10-27 19:44:31"할 형. 조금 진정해. 왕세자 전하께 명령하지 마. 불경해." "그 마력은 그만둬. 너무 진해서 기분 나빠!" 시끄럽게 짖어대는 쌍둥이를 향해, 할이 무심코 오른손을 휘둘렀다. 쌍둥이들은 순식간에 벽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시끄러워." 이게 가족에게 할 짓이냐며 다프와 러브는 불평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위에서 지긋이 압력을 가하는 바람에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림자들도 왕세자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들도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벽에 날아가서 눌려 버렸다. "블레인 왕세자. 엘리스 님에게서 떨어져." 억양 없는 목소리로 할이 반복한다. 이글이글 분노에 불타는 선명한 초록색 눈동자에 블레인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거절한다, 할 이지. 너야말로 물..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10(1)2023-10-27 19:43:53토벌 실습에서 벌어진 소동은 큰 문제없이 끝났다. 교사가 정한 탐사 범위를 벗어난 왕세자 일행은 가벼운 질책을 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라스 후작가의 인장과 왕의 명령에 의해, 왕세자의 실수와 변이종의 출현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다만,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블레인의 측근인 라이트와 맥스는 학교 내의 기사 클럽과 마법사 클럽을 그만두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왕궁의 기사단과 마법사단의 말단으로서 훈련에 임하게 되었다. 보다 실전적인 훈련을 쌓기 위함이며, 둘 다 단장인 아버지에게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또한, 왕세자는 학교 내 업무와 공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다과회나 행사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으며, 가끔씩 우울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러 찾아오게 해서 ..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9(2)2023-10-26 20:05:19엘리스가 국왕을 쳐다보자, 그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 후작가와 왕가는 서로 불가침. 그래서 여태껏 서로 잘 지내온 것이다. 라스 후작가는 자유롭게 내버려 두면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 그것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왕의 가르침이다. 과거에는 야심을 품은 왕이 무리하게 라스 후작가를 손에 넣으려다 다른 나라로 쫓겨날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야말로 황금알을 얻기 위함이라 할 수도 있다. "왕의 명령으로, 왕세자와 라스 후작영애와의 혼인은 있을 수 없다." 왕은 엄중히 단언했다. 블레인이 억울함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애초에, 라스 후작가의 후계자는 정해졌는가?" 이어지는 왕의 말에, 엘리스가 반짝이는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죠! 장자이며 남자인 해리 오빠가........" "엘리스, 우..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9(1)2023-10-26 20:04:45"우리 라스 후작가와 왕실은 지금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도 많았답니다." 미소 짓던 엘리스가 뒤숭숭한 말을 했다. 왕가에 반기를 드는 듯한 말에 블레인은 내심 움찔했지만, 자신 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엘리스에게 다음을 재촉했다. "라스 후작가는 건국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있는 귀족이에요. 로메오 왕국도 최근의 3대 정도는 안정되어 있지만, 건국 당시나 중요한 고비마다 그 안정성을 잃은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 힘 있는 귀족 가문이라는 것은 왕가의 의심을 받기 쉬운 법. 반란을 의심받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좋은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라스 후작 가문. 뛰어난 지력도, 뛰어난 무력도 아군이라면 든든하지만, 적으로 돌변하면 무섭다. 특히 왕가의 세..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8(3)2023-10-26 17:06:59엘리스 라스 후작영애. 예로부터 로메오 왕국을 섬기는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영애로, 오빠가 후작가의 후계자다. 즉, 엘리스가 왕가에 시집가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오히려 이렇게 훌륭하고 가치 있는 영애라면 왕실에 들여보내야 하며, 무엇보다 블레인의 왕비로서 누구보다 바람직하지 않은가. "엘리스 양. 당신에게는 아직 약혼자가 없었지? 당신은, 아니 라스 후작가는 어떠한 상대를 결혼 상대자로 원하고 있는 건가?" 블레인이 호기롭게 물었지만,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귀족 영애라면 누구나 꿈꾸는, 여인의 정점인 왕비라는 대답을. 하지만 엘리스의 대답은 블레인의 예상을 뒤엎는 말이었다. "제가 원하는 결혼은 연애 결혼이에요." 부끄러움에 볼을 붉게 물들인 엘리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연애 결혼..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8(2)2023-10-26 17:06:28차분한 라스 후작의 목소리를 들은 블레인은 깜짝 놀랐다. 왕국 내에는 평민을 교육하는 기관이 없다. 기껏해야 교회에서 문자나 간단한 계산을 가르칠 뿐이다. 학교은 귀족들의 배움터이고, 교육을 받는 것은 귀족의 특권이다. "이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왕가로서도, 국가에 교육 시설을 만드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지." 왕의 말에 블레인은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민들의 능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능력주의를 통한 등용도 그림의 떡이다. 평민에게 교육을 시키면 그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쉽게 뽑을 수 있다. "인재 양성의 전문가인 라스 후작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은, 라스 가문의 역사가 쌓은 여러 교육을 받는다. 특히 엘리스 양은 원래부터 마법의 재능과 신체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후작가..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8(1)2023-10-26 17:05:28"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짐의 대에 와서 주력하고 있는 것이 있다. 크게는 마수 토벌, 그리고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유능한 인재의 등용이다." 아버지의 말에 블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메오 왕국은 국토의 대부분이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양한 마수들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 숲 속에 발생하는 마력 응집의 영향으로 숲 속 생물이 마수가 되거나 마수가 변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아버지가 발탁한 엘리피스가 이끄는 마법부의 특별 부서가 알아낸 것으로, 로메오 왕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은 숲 속에서 마력 응축이 발견되면 신전에 의한 정화를 하고 있다. "예. 아버지의 정책으로 마수의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블레인이 자랑스럽게 미소지었다. 이를 본 왕..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7(2)2023-10-25 22:51:35"......크흠, 엘리스 양. 이번에 블레인이 신세를 졌구나. 그대들이 없었다면 무사히 돌아오기도 어려웠을 터. 감사를 표하마. 보답으로 원하는 것이 있는가?" "저는 변이종을 받았으니 특별히는 ....... 아, 그래. 그 변이종의 마석을 분석해 보니 마력치가 상당히 편향되어 있었어요. 아무래도 저 숲 어딘가에 마력 응집체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네요. 마물의 폭주를 유발할 수 있으니 초급 모험가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서둘러 신전에 정화를 의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외람되지만 모험가 길드에는 이미 제 이름으로 주의 환기를 시켰습니다. 신전에도 이미 통보를 했으니, 폐하의 명령만 있으면 바로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든 할이 다른 사람처럼 맑고 수려한 얼굴로 말했다. 그 이마에는 엎드렸..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7(1)2023-10-25 22:50:26"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로, 얼굴이 풍만한 남자가 공손하게 신하의 예의를 갖추었다. 그 옆의 키가 크고 탄탄한 체격의 젊은 남성 역시 신하의 예를 갖추었다. "라스 후작. 그리고 아들인 해리인가. 잘 왔다. 바쁜 와중에 미안하구나." "아뇨, 폐하께서 부르시면 언제든 괜찮습니다. 요즘은 성수기가 지나서 한가한 편입니다." 라스 후작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 쓸쓸해진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독도 약도 될 것 같지 않은, 성실함만이 장점인 평범한 남자라는 것이 블레인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 라스 후작가의 가장이다.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후계자 역시 그런 눈으로 보면 한가닥 할 것 같다. "이번에 블레인과 측근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대의 가문 사람..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6(2)2023-10-25 21:59:38"다프 이지." 슈릴은 다프를 돌아보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불길한 예감이 들은 다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어떤 토벌을 했는지 말해라. 어떤 마법으로, 어떻게 전개하고, 어떻게 처치했는지. 빠짐없이 기록해서 보내." 역시나 하며 다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러브도 이 마법 바보가 또라는 질린 눈빛으로 슈릴을 쳐다본다. "불가능합니다! 슈릴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이야기는 할 수 없어요. 저도 움직임을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요. 본인한테서 들어주세요." 다프는 열심히 거절했다. 교사로서 깔끔하고 친근하게 잘 가르치는 슈릴은 좋지만, 마술사로서 호기심에 사로잡힐 때의 슈릴은 골칫거리다. 지나치게 세밀하고 집요하다. 같은 것을 몇 번이고 다른 각도에서 물어보는 것이다. 절대 상대하..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6(1)2023-10-25 21:59:04"그래서? 왜 이런 숲 속 깊숙이 들어갔지? 블레인 전하."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선생님들이 달려왔다. 주저앉아 있는 맥스와 라이트에게 몇 명의 선생님들이 달려왔다. 부상과 마력 고갈에다, 실버독의 위협에 노출된 그들의 기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인솔 책임자인 슈릴 파커는 냉랭한 눈으로 블레인을 바라보았다.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지만 학원 교사 중 최고의 실력자이며, 국가를 대표하는 상급 마술사이기도 하다. 아무리 상대가 왕족이라 해도, 제자라면 그 가르침에 가차 없는 남자다. "아, 아아. 미안, 슈릴 선생. 내 판단 착오였다.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종종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는 사냥을 해왔기 때문에 오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시야에 보이는 범위에는 수많은..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5(2)2023-10-25 21:21:49그보다 이토록 믿음직스럽지 못한 칼날로 어떻게 마수의 목을 베었을까. 약간의 마력의 잔재로 과일칼을 강화한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 해도 강도 면에서 문제가 있다. 얇은 과일칼이다. 고기를 자를 만큼 날카롭지도 않다.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제지할 틈도 없이 선명하게 마수의 생명을 끊어내는 그 손놀림에, 할은 등골이 오싹하게 오싹했다. 할의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압도적인 힘과 재능을 목격하여 솟구친, 동경과 애정과 집착이 압축된 듯한 감정. 눈앞에 있는 이 유일무이한 사람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납치해버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자, 눈이 반짝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할. 생각하는 내용이 무서워." 차분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
- [ 연애(판타지)/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5(1)2023-10-25 21:21:16은쟁반으로 실버독을 한 방에 날려버린 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실버독은 꼬리를 한 번 휘둘러 할의 마법을 날려버렸다. "...변이종인가. 소나의 숲에 이런 상급 마수가 나올 줄은." 은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할은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실버독이 마법을 쳐낸 것에 대한 조바심이 없다. 그저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할은 더 농축된 마력을 만들어 냈다. 아무리 마법을 발동해도, 마수의 마력이 이쪽의 마력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마수가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의 마력을 만들어서 날린다면, 마수는 한 조각도 남지 않을 것이다. 실버독이 경계를 더하며 위협적인 포효를 외친다. 쩌렁쩌렁한 포효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블레인 일행은, 몸이 움츠러들고 굳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