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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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7일 20시 56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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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 학교를 졸업하면 너를 전속 집사에서 해임할 거야."



    "엘리스 님!!!"



     절망감에 휩싸인 할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엘리스를 쳐다본다.

     이대로. 이대로 버려질 바에는, 차라리 엘리스를 납치해서 도망쳐 버릴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그녀를 가두어 둘이서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도록. 누구도 에리스를 빼앗지 못하도록.



    "생각이 무서워, 할."



     평소와 다름없는 엘리스의 말에, 나쁜 생각이 뚝 끊어진다. 어린아이의 고집을 상대하는 듯한 엘리스를 보자, 부끄러움에 볼이 뜨거워졌다.



    "할 . 혹시 요즘 네가 마물의 토벌과 마도구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이지 가문의 승작 때문이니?"



     엘리스가 무릎을 꿇은 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평소 같으면 멍하니 그 감촉을 맛볼 텐데, 할은 엘리스 말에 심하게 동요되어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 그건..."



    "혹시. 장차 데릴사위가 될 때 자작만으로는 맞지 않아서 승작을 하려고 생각한 거니?"



     할은 무심코 얼굴을 숙였다. 엘리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도. 우아한 물새가 수면 아래에서 발을 열심히 파닥거리고 있는 것을 들킨 것 같아서,  할은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후후. 할은 욕심이 많구나."



     여전히 엘리스는 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할은 이미 비참한 기분이 가득해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였다. 엘리스는 강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할은 늘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단지 엘리스 곁에 있기 위해서. 단지, 엘리스의 제일이고 싶어서.



     필사적인 마음으로 쟁취한 엘리스의 전속 집사도, 엘리스가 학교를 졸업하면 해임된다. 당연하다. 엘리스가 라스 후작가의 후계자가 되는 것이다. 그녀를 마음에 둔 집사라니, 엘리스의 미래의 남편이 용서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차라리. 죽여줬으면 한다. 곁에 둘 수 없다고 한다면. 차라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할. 넌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구나."



     엘리스가 즐겁게 눈동자를 들여다보자, 할은 매료된 듯이 마주 보았다.



    "기대가 돼. 할의 성장이."



     에리스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지금의 할보다 유능하고, 검도 마술도 강하고, 예절도 아름다우며, 충성심도 두텁고."



     엘리스의 말투에 진한 달콤함이 묻어난다.



    "지금의 할보다, 나를 더 사랑해 줄 거지?"



     뺨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 지금까지 한 번도 다가간 적 없는 거리에 있는 엘리스의 얼굴. 익숙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가 싶더니, 이내 온기가 멀어진다.



    "......"



     그때 속삭인 말은, 할의 귀에 확실히 들렸다.



    "할. 졸업까지 2년 남았어. 누구도 불평하지 못하도록 열심히 해. 기대할게."



     엘리스가 일어섰다. 그 모습은, 라스 후작가를 짊어지고도 남을 만큼의 힘과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먼저 돌아갈게."



     하지만 그 볼이 살짝 붉어지고, 평소와는 다른 수줍은 표정을 짓는 모습은 할도 처음 보는 것이다. 할의 심장은 절대 비유도 아니라, 잠시 그 박동이 멈췄다.



     징벌방에 홀로 남겨진 할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엘리스 님이 라르스 후작가의 후계자. 지금의 나보다 엘리스 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분의 곁에 서게 된다."



     방금 전 뺨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이 믿기지 않아서 뺨을 움켜쥐었다. 망상도, 욕망도 아닌, 확실히 닿은 부드러운 것.

     

     할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닿은 부위가, 마치 불에 닿은 것처럼 뜨겁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면 되는 건가. 그렇게 그분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간단한 일이지."



     그러다가, 할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죄 많은 사람이다. 단 한 마디로 남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다니."



     그때 속삭인 엘리스의 한마디는, 평생 할의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은 이걸로 끝이며 엘리스의 우울, 엘리스의 유희로 이어지기는 하는데, 평점을 좀더 받으면 번역할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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