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2023년 10월 27일 19시 43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토벌 실습에서 벌어진 소동은 큰 문제없이 끝났다. 교사가 정한 탐사 범위를 벗어난 왕세자 일행은 가벼운 질책을 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라스 후작가의 인장과 왕의 명령에 의해, 왕세자의 실수와 변이종의 출현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다만,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블레인의 측근인 라이트와 맥스는 학교 내의 기사 클럽과 마법사 클럽을 그만두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왕궁의 기사단과 마법사단의 말단으로서 훈련에 임하게 되었다. 보다 실전적인 훈련을 쌓기 위함이며, 둘 다 단장인 아버지에게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또한, 왕세자는 학교 내 업무와 공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다과회나 행사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으며, 가끔씩 우울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부러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
어느 날 오후, 블레인의 호출을 받은 엘리스는 사람이 없는 학생회실로 갔다. 물론 후작영애인 엘리스에게는 러브와 다프 두 사람이 함께 동행하고 있지만, 왕세자의 측근과 호위병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 시종과 호위병은 옆방에 대기하고 있다. 아,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지만 이것만은 빼놓을 수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최근 몇 달 사이, 갑자기 우울함이 담긴 매력을 풍기게 된 왕세자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요."
반면 엘리스는, 왕세자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명랑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반대로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은 쌍둥이 쪽이다.
"가능하면 다프와 러브 양도 빼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그래요. 호출의 명목은 언제나처럼 다프와 러브의 영입인걸요. 이 두 사람이 없으면 기이하게 보일 거예요."
평범하게 흉내를 내는 에리스는, 예상대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들리지 않게 할 수는 있답니다. 다프, 러브. 방구석으로 물러나 주련?"
부드러운 주인의 목소리에, 다프와 러브는 소리도 없이 슬그머니 방구석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엘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음성을 차단했어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원하신다면 저와 전하 외에는 들리지 않을 거예요. 행동에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니, 그림자 여러분도 긴장 푸셔도 된답니다?"
갑작스런 침묵에 긴장한 그림자들에게, 엘리스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블레인이 거듭 "별일 아니다."라고 말하자, 그림자들은 놀란 기색을 남기면서도 평온을 되찾았다.
"편리하군. 들키고 싶지 않은 대화만 차단할 수 있는 건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기에 딱 좋지요?"
순진하게 웃는 엘리스지만, 이 마법이 얼마나 치밀하고 복잡한 마법진에 의한 것인지는 마법을 조금만 접해본 브레인조차 알 수 있다. 그것을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행사할 수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에, 감탄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엘리스 양. 오늘 당신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블레인은 엘리스의 곁으로 다가가서, 머리 하나 정도는 작은 엘리스를 내려다보았다. 가냘프고, 작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아가씨다. 외모로는 그렇게만 보인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왕족이라는 신분을 잊고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블레인은 진지하게 에리스를 바라보며, 그녀의 한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당신을 마음속 깊이 사모하고 있다. 부디, 내 아내가 되어 주겠나?"
◇◇◇
공간을 억지로 뒤틀어 놓는 듯한 압력이, 방을 뒤덮었다.
"앗!"
블레인은 재빨리 엘리스를 뒤로 숨겼다. 다프와 러브, 그리고 그림자들이 블레인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는 순간.
뭔가가 일그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곳에는 악귀 같은 표정을 한 할 이지가 서 있었다. 평소의 단정하게 정돈된 은발은 흐트러지고, 몸에서 자전(紫電)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뭐지, 어디서 마왕이라도 나타났나."
먼 곳을 쳐다보는 다프를, 러브가 다그친다.
"현실 도피하지 마, 다프."
그 존재의 흉흉함에, 쌍둥이는 움츠러들면서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오빠와 대치했다. 왕세자와 엘리스의 대화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왕세자의 표정과 무릎을 꿇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구혼을 한 모양이다. 그것을 형이 눈치챘다.
엘리스에게 반한 남자가 바로 2명. 이야기라면 이쯤에서 '결투다!' 라는 흐름이 되겠지만, 오빠가 끼어들면. 단숨에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한다. 오빠에게는 엘리스에 관한 상식도, 양식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엘리스만을 탐하는 광견인 것이다.
"블레인 왕세자. 엘리스 님에게서 떨어져."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는 할은, 그 미모와 함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말, 왜 이런 녀석이 피를 나눈 오빠일까. 숲에서 만난 변이종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728x90'연애(판타지) > 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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