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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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6일 17시 06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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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스 라스 후작영애.

     예로부터 로메오 왕국을 섬기는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영애로, 오빠가 후작가의 후계자다.

     즉, 엘리스가 왕가에 시집가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오히려 이렇게 훌륭하고 가치 있는 영애라면 왕실에 들여보내야 하며, 무엇보다 블레인의 왕비로서 누구보다 바람직하지 않은가.



    "엘리스 양. 당신에게는 아직 약혼자가 없었지? 당신은, 아니 라스 후작가는 어떠한 상대를 결혼 상대자로 원하고 있는 건가?"



     블레인이 호기롭게 물었지만,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귀족 영애라면 누구나 꿈꾸는, 여인의 정점인 왕비라는 대답을.

     하지만 엘리스의 대답은 블레인의 예상을 뒤엎는 말이었다.



    "제가 원하는 결혼은 연애 결혼이에요."



     부끄러움에 볼을 붉게 물들인 엘리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연애 결혼?"



     블레인은 엘리스가 한 말을 되풀이했다. 귀족들은 대부분 정략결혼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연애결혼 등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귀족이라면 가문과 정세 등을 고려해 가문 간의 인연을 맺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인과 엘리스라면 정략결혼이긴 해도 그것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블레인은 엘리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 엘리스도 왕세자인 블레인을 동경하는 것 같아서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히고 있다.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 엘리스 양. 부디 나의 세자비로!"



      블레인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하루의 살기가 끓어올랐다. 사살이라도 할 듯한 눈빛이 가감없이 블레인에게 향하자, 무심코 근위병이 검을 뽑아 할에게 겨누었다.



    "할, 멈춰라."



     차분하게 말하는 라스 후작의 목소리에도 할은 살기를 거두지 않았다. 후작가를 섬기는 자가 왕족에게 무례를 범하고 있는데도 라스 후작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말을 듣지 않는 할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라스 후작은 어깨를 으쓱하며 엘리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할? 다들 놀랐라고 있어."



    "엘리스 님. 엘리스 님의 명령이라도 이것만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엘리스 님을 권력으로 묶어놓겠다는 것은 약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할이 뿜어내는 냉랭한 살기에 압도된 블레인은 무심코 한 발짝 물러섰다. 상급 모험가이자 그 많은 마수를 순식간에 처치한 할이다. 본색을 드러낸다면, 호위병과 은밀히 대기하고 있는 그림자의 보호를 받고 있는 왕족이라 한들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긴박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엘리스는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많이 생각했어, 할. 블레인 전하께서는 그저 청혼을 하셨을 뿐이야. 날 권력으로 묶어 놓으려는 게 아니잖아? 구혼을 받아들일지 거절할지는 나의 자유야."



     그렇냐는 듯이 엘리스가 왕을 쳐다보자, 왕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는 라스 후작가와의 약정을 어기실 분이 아니셔. 그리고 어쩌면, 블레인 전하께서는 왕가와 우리 가문의 약속을 모르실지도 모르잖니?"



     엘리스의 말에, 할은 마지못해 전투 태세를 풀었다. 집사복 아래에 숨겨져 있는 뒤숭숭한 물건에서 손을 떼는 것을 본 호위병들과 그림자들도 긴장을 풀었다.



     공포에서 벗어난 블레인은, 넥타이를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커페이스에는 능숙하다고 생각했지만, 할의 살기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블레인은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그 숲에서 다프가 슈릴에게 건네준 후작가의 문장이 적힌 카드. 그것은 약정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



    "...... 약정이란 무엇인가, 엘리스 양."



     애써 쥐어짜낸 목소리로 묻는 블레인에게, 에리스는 극상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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