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라스 후작의 목소리를 들은 블레인은 깜짝 놀랐다. 왕국 내에는 평민을 교육하는 기관이 없다. 기껏해야 교회에서 문자나 간단한 계산을 가르칠 뿐이다. 학교은 귀족들의 배움터이고, 교육을 받는 것은 귀족의 특권이다.
"이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왕가로서도, 국가에 교육 시설을 만드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지."
왕의 말에 블레인은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민들의 능력이 향상되지 않으면 능력주의를 통한 등용도 그림의 떡이다. 평민에게 교육을 시키면 그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쉽게 뽑을 수 있다.
"인재 양성의 전문가인 라스 후작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은, 라스 가문의 역사가 쌓은 여러 교육을 받는다. 특히 엘리스 양은 원래부터 마법의 재능과 신체적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후작가의 엄선된 교사들이 실험, 아니 교육을 통해 라스 후작가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웠다."
"집대성 ......?"
블레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숲에서 엘리스가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그녀는 블레인의 눈에 들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영애였다. 성적도 중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블레인의 의문을 눈치챈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너도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귀족으로 태어났으니 학교에 다니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긴 하지만 ....... 엘리스 양은 학력, 신체 능력, 마력 등을 고려했을 때 굳이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짐으로서는 학교의 교편을 잡아주었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
그러자 왕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엘리스 양이, 눈에 띄어서 싫다더군."
"예?"
힐끗 엘리스가 눈빛을 보내자, 엘리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힘든 교육을 받아왔어요. 10살도 안 된 나이부터 어머니와 함께 라스 후작가의 정무, 교육기관의 육성과 마술 연구, 마수 토벌에 참여했으니까요. 그래서 학교에 있는 동안만큼은 평범한 영애로 지내고 싶다고 아버지께 부탁드렸어요!"
두 손을 모으며, 엘리스는 눈빛을 반짝인다.
"계속 동경해 왔어요. 평범한 영애답게 친구들과 다과회를 하고, 함께 공부도 하고, 유행하는 드레스와 액세서리, 동경하는 남자 이야기를 하는 것! 저는 지금이 너무 즐거워요. 게다가 학교에서 눈에 띄어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거절하기 어려운 혼담이 들어올지도 모르잖아요?"
에리스는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귀여운 모습과 결혼이라는 단어에, 할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 할은 구멍이 뚫릴 정도로 열심히 에리스를 쳐다보았지만, 에리스는 전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영지의 일은 어머니에게, 마법의 연구는 엘리피스에게 맡기기로 했어요"
"엘리피스에게 ....... 설마 그도?"
방금 전 화제가 된 마법부 에이스의 이름을 듣자, 블레인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엘리피스도 라스 후작가에서 자란 사람이다. 물론, 그도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엘리스 양의 위장막이겠지. 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마법 장비는 엘리스 양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고아였던 녀석을 데려와서 엘리스 양이 이름을 지어줬다지? 엘리스 양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충성스러운 부하다."
"두 번째 이하의 평범한 부하에 불과합니다. 엘리스 님의 가장 소중하고도 유일한 제자는 저입니다!"
블레인의 질문에 왕이 대답하자, 여기서 할이 별 상관없는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이야기 투성이라서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블레인의 머릿속은 어떤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