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9 휴학2023-12-08 21:53:09그로부터 한 달 후, 소피아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충고해 버린 것이다. "소피아. 넌 잠시 쉬는 게 좋지 않을까?" "네?" 담임 선생님인 노이리스의 말에, 소피아는 몸을 움츠렸다. 교무실이 아닌 면담실로 불러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노이리스의 친절함 때문이리라. "네 영지의 상황은 들었어. 당주인 사샤 살베니아가 사라졌다고 하던데." "...... 네." "그것만이라면 가문 내에서 영주가 바뀌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그의 눈빛은 온화하게 훈계하려는 것이어서, 소피아를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결론은 변하지 않는 듯했다. 소피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이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비는 낼 수 있어보여?" "......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8 박정함(2)2023-12-08 21:26:09"미성년자 당주인 사샤 살베니아가 귀족학교에 다니지 않아.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어. 그녀가 사라진 후, 그 영지는 황폐해져 가고 있어. 약혼자인 윌리엄 님도 통치를 돕고 있어. 그런데도 방계인 너와 네 오빠는 여전히 귀족학교에 다니고 있고." "...... 사샤 언니 몫까지, 공부를." "그런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야" "하, 하지만! 내가 돌아가서 도와줘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아. 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면." "그럼 적어도, 졸업하고 나면 영지로 돌아가야 해. 그런데 넌 처음부터 왕궁 근무를 목표로 하고 있었잖아." "그건......." "지금도 그렇겠지. 아니지,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건 귀족의 적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려나?" 얼굴을 붉히며 일그러뜨린 소피아지만, 라이카는..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8 박정함(1)2023-12-08 21:25:36새 학기가 시작되자, 소피아는 귀족학교로 돌아왔다. 귀족학교의 2학년이 되어 1학기 수업을 듣는 도중, 세림의 말이 떠올랐다. [그냥 영주가 될 만한 남자를 찾아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지만, 소피아도 자신에게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살베니아 자작이 될 만한 남편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자작령에서 도망치는 방법. 하지만 귀족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는 방법. 소피아는 각오를 다지고서 같은 반 남자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네이선." 말을 건넨 상대는 네르부스 자작가의 적자인 네이선 네르부스였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갈색 머리, 칙칙한 푸른 눈동자를 가진 평범한 동급생. 하지만 그는 적자이며, 무엇보다 소피아를 좋아했다. 그는 ..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7 내친 것은(2)2023-12-08 20:17:00형 세림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얼어붙었다. 사샤가 사라졌으니, 원래대로라면 다음 자작은 사이러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것은 적자인 세림이다. 하지만 세림은 영지 경영을 비롯한 영주를 위한 공부를 소홀히 해왔다. 기사가 되겠다며 영주나 관료라는 선택지를 완전히 배제해 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에 있는 것은 통치하기 어려운 땅, 살베니아 자작령이다. 파랑을 넘어 하얀 얼굴의 세림을 본 아버지 사이러스는, 아버지답지 않은 조롱 섞인 표정으로 비웃었다. "뭐, 내 자식이니까. 다 알겠지." "......!" "향후의 처신을 잘 생각해라. 일단 숨겨둔 돈은 있다. 다만, 귀족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몸부림쳐야 한다. 나도 사샤도, 너희들 나이에는 이미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 사이러..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7 내친 것은(1)2023-12-08 20:15:46사샤의 실종 소식이 전국에 퍼진 것은, 소피아가 새 학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봄방학 중이었다. **** 봄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소피아는 집안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마중 나온 하인도 적었고, 차는 차갑게 식은 채로 나왔다. 모처럼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왜 그럴까. "세림, 소피아. 할 말이 있다." "아빠 ...... 아니, 아버지." "제니퍼도 와. 가족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니까." 거실에 나타난 아버지 사이러스는 눈 밑에 다크서클을 만들며 초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어머니 제니퍼는, 말을 듣자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숨을 쉬는 아버지 사이러스를 본 소피아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손을 움켜쥐었다. "사샤의..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6 사촌 언니의 실종(2)2023-12-08 19:23:33귀족학교의 겨울방학을 이용해 돌아왔던 소피아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고개를 숙이고 복도를 걷다가 문득 거실에 있는 오빠 세림을 발견한 소피아는 달려갔다. 그는 수색이 끝난 뒤에도 사샤를 찾고 있었다. 오늘도 수색에 나섰는지 피곤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다. "오빠. 이제부터 어떻게 해?" "소피아. ...... 나는 귀족학교로 돌아가려고." "어........ 자작령의 일을 돕기 위해 남아있지 않아도 돼?" "윌리엄 님은 이제부터 살베니아 자작령의 일을 도와주기로 하셨어. 원래 졸업 후 집무에 종사할 예정이었고, 그 사람은 마지막 학년이었고, 최소한의 출석일수도 넘었으니 3학기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거든...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6 사촌 언니의 실종(1)2023-12-08 19:23:08사샤 살베니아 자작이 사라졌다. 그것은 살베니아 자작령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사태였다. 하지만 사샤가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실종된 다음날 아침이었다. 왜냐하면, 사샤는 저녁을 식당에서 먹지 않는다. 영주 저택의 집무실이나 영주 관저의 집무실 중 한 곳으로 음식을 가져오게 하고서, 일을 하며 식사를 했다. 혹은 회식을 위해 밖에서 식사를 했다. 그래서 영주 저택의 요리사도, 영주 관저의 요리사도 연락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오늘은 다른 건물에서 식사를 했겠거니 하며 납득하고 있었다. 다른 하인들도 마찬가지다. 사샤는 영주의 저택에 있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이 밤늦게까지 이어질 경우, 그녀는 영주의 관저에 있는 시설을 이용해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그대로 집무를 ..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5 열린 미래(2)2023-12-07 00:27:08그렇게 소피아는, 자작령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탄하게 학생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그녀에게는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 사샤의 약혼남인 윌리엄에 대한 것이었다. "아, 윌리엄 님이네. 또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여." 라이카의 말에 소피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윌리엄은 두 학년 위의 상급반에 배치되어 있었다. 성적은 상급반에서 상위권이며,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주변 여성들 입장에서는 아마도 '약혼녀가 있는 괜찮은 남자'라는 포지션이 편한 모양이다. 남작영애들은 어쩌면 애인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베니아는 세수가 많은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 "하아, 소피아가 걱정되네. 사촌의 약혼남이 저래서야." "맞아. 사샤 언니의 실수라고는 생각하지만." 사샤..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5 열린 미래(1)2023-12-07 00:26:35학교에 입학하면서, 소피아의 세계는 넓어졌다. "소피아는 정말, 우수하네." 라이카 라포르트는, 카페테라스에서 숙제를 펼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와 여기 계산식을 합치면, 자, 답이 나왔어." "그걸 기억하고, 생각해내는 게 큰일이잖아." "솔직히, 내 두뇌에는 자신이 있거든......" "호호. 적을 만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이 교만함, 그래 좋아." "미안해." "흥, 용서해줄게." "잘났어 정말......" 킥킥 웃는 소피아에 라이카도 웃고 있다. 귀족학교에서 몇 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가장 친해진 것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라이카였다. 귀족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당주의 자녀인 경우가 많다. 적자나, 혹은 적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의 대비책으로 학교에 다니는 그들과 당주의 사촌에 불과한 소..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4 나는 나쁘지 않아2023-12-06 22:25:01소피아의 일상은 그날 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날 느꼈던 불쾌한 감정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소피아는 귀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 나라 귀족의 자녀들이 열다섯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3년 동안 다니는 학교다. 한 학년에 초급, 중급, 상급, 특별의 네 반으로 나뉘는데, 소피아는 중급반에 배정되었다. 자작가 출신이며 당주의 친자식이 아닌 소피아가 편입할 반으로서는 적절한 곳이다. "소피아. 입학 축하해. 사샤가 학원에 다니지 않는 만큼, 네가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말하며 입학 축하 선물을 잔뜩 주신 아버지 사이러스에게, 소피아도 미소를 짓는다. 그 후로 사이러스는 수입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집에 머물게 되었고, 여전히 낮에 무슨 일을 하는지 전..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3 아버지의 진실은2023-12-06 21:50:05나쁜 예감이라는 것은 으레 들어맞는 법이다. 아버지 사이러스가 예전처럼 집에 머물게 된 그날로부터 보름 후, 소피아는 집의 복도에서 사촌 언니 사샤를 보았다. 오랜만에 본 사샤는 어딘지 모르게 지쳐 보였다. 머리도 푸석푸석하며, 뒤에서 하나로 묶어 놓았다. 눈밑에 다크서클을 만든 채로, 시녀도 없이 위태롭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모습에 놀란 소피아는 말을 걸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왜냐면ㅡㅡ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기 때문에 (...... 왜 저렇게 엉망진창이야? 혹시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계속 누워 있었어?) 소피아는 문득 사샤가 부모님을 잃은 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사샤는 애초에 어린이 방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실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2 최초의 위화감2023-12-06 21:03:49살베니아 자작 부부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것은 상당한 대사건이었다고 한다.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아버지 사이러스는, 이때만큼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매일 집에 찾아오는 어른들을 상대하고, 매일 집에 있던 이전과 달리 매일 영주의 관저로 나갔으며, 돌아오는 시간도 늦어졌다. 그리고 말수도 줄었고, 소피아에게도 말을 잘 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그것이 싫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될까?) 일곱 살인 소피아는 이제야 비로소 사샤의 부모님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어른들의 식탁에도, 거실에도 오지 않던 사샤의 부모님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일 ......) 소피아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렇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살베니아 자..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2 1 소피아=살베니아라는 인물2023-12-06 20:42:56소피아 살베니아의 초창기 인생은 매우 순조로웠다. 그녀는 살베니아 자작의 동생인 사일러스 살베니아와 제퍼슨 자작영애였던 그의 아내 제니퍼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한 살 위인 오빠 세림 아래에서, 귀족으로서의 삶은 순탄했다. 부모와 하인들의 보살핌에 금이야 옥이야 자란 소피아. 그녀는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날, 궁금해서 유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저기, 밀피. 왜 사샤는 맨날 어린이 방에 없어?" 소피아에게는 두 살 위인 사촌 언니가 있다. 이름은 사샤 살베니아. 이 살베니아 자작령의 당주인 스티븐 살베니아의 적자다. 귀족의 자녀는 보통 대낮에는 영주의 저택에 있는 어린이 방에서 지낸다. 놀이도, 공부도, 식사도 모두 어린이 방에서 하는 것이다. 그렇게 교양을 쌓고서 열 살 무렵에 어린이 방을 졸업..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1 9 아무것도 없는 손에 남은 것(끝)(5)2023-12-06 20:24:11게다가 이런 광산 주변을 향한 후작의 대응을 보고 다른 불만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불만을 품은 자들은, 후작에게 잘못 대들면 자신들도 교육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후작은 그 중얼거림대로, 훌륭하게 광산 주변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문제가 해결되니까 지루하네."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도대체 뭐야, 저분은). 이제는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레이프는 지금 그런 더글라스 다나폴 후작에게로 결재서를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분명 레이프가 고민하며 도장을 찍은 이 결재서의 내용도, 다나폴 후작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결재서에서 제안한 해결 방안보다 더 좋은 방법을 지시할지도 모른다 ....... 레이프는 등줄기에 힘을 주고서,..
- [ 연애(판타지)/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번외편1 9 아무것도 없는 손에 남은 것(끝)(4)2023-12-06 20:23:40그 말을 듣고, 노먼은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노먼이 존경하는 도미닉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그동안 몰랐던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우리는 졌구나." "...... 노먼" "나, 그게 너무 억울했어. 우리의 자리를 빼앗겨 버렸어. 아무리 번듯해졌어도, 이제 저기는 우리 광산이 아니야. 우리끼리 마음대로 움직였던 우리의 ......" "노먼." 눈물을 흘리는 노먼의 어깨에, 도미닉이 손을 얹는다. "그래, 우리는 졌다. 이제 더 이상 우리 방식대로 밀어붙일 수 없어. 모든 게 내 역부족 때문이다. 정말 미안해." "아니. 도미닉의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야. 우리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어. ...... 자부심을, 이어주지 못했다고." 가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