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1 9 아무것도 없는 손에 남은 것(끝)(4)
    2023년 12월 06일 20시 23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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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듣고, 노먼은 한줄기 눈물을 흘렸다.



     노먼이 존경하는 도미닉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그동안 몰랐던 것을 드디어 깨달았다.



    "우리는 졌구나."

    "...... 노먼"

    "나, 그게 너무 억울했어. 우리의 자리를 빼앗겨 버렸어. 아무리 번듯해졌어도, 이제 저기는 우리 광산이 아니야. 우리끼리 마음대로 움직였던 우리의 ......"

    "노먼."



     눈물을 흘리는 노먼의 어깨에, 도미닉이 손을 얹는다.



    "그래, 우리는 졌다. 이제 더 이상 우리 방식대로 밀어붙일 수 없어. 모든 게 내 역부족 때문이다. 정말 미안해."

    "아니. 도미닉의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야. 우리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어. ...... 자부심을, 이어주지 못했다고."



     가진 것이 없던 노먼이 유일하게 손에 넣은 것.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그것은, 그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되찾을 수 없다.



    "아직 연결되어 있어."



     고개를 숙이는 노먼에게 도미닉은 힘차게 말을 이어갔다.



    "노먼. 우리가 자존심을 이어온 것은 뭘 위해서냐. 왜 그토록 그 장소를 지키고 싶었던 거냐."

    "왜라니 ......?"

    "동료가 있기 때문이잖아!"



     어깨를 잡아당기는 강한 힘을 느끼며 노먼은 도미닉을 바라본다.



    "우리는 동료다. 동료들이 쌓아 올린 것을 지켜온 것은, 무엇보다도 그 유대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서다. 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령 그 영주의 개가 되더라도 그 유대를 빼앗기지는 않아!"



     노먼은, 웃었다.

     시야가 일그러지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런 건 변명이야."

    "그래. 나 같은 놈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거래 봐야, 그런 거지."

    "도미닉이 그렇다면, 다른 녀석들은 더 심하겠지"

    "그래서 그 악마에게 당한 거고."

    "너도 악마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 그야 당연하지! 저것만 안 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그대로였을 거라고! 뭐냐고 그 뺀질거리는 놈은!"



     진심으로 화를 내는 도미닉의 모습에, 노먼은 웃었다.

     오랜만에 큰 소리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그날 노먼은 도미닉과 둘이서 오랜만에 술을 마셨다.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마셔본 게 언제였을까.

     둘이서 그 후작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불만을 토로하고, 그리고 취해 쓰러져 잠이 들었다.



     술에 취해 흐릿한 의식 속에서, 노먼은 영주의 말을 떠올렸다.



    [내 손을 잡으면, 나는 최선을 다해 너희들을 영민으로 보호해 주마]



     분명 내일, 노먼은 광산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영주 직할 광산의 광부로 일하게 될 것이다.

     영주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구하고,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할 것이다. 이렇게 가끔씩 술을 마시며 영주에게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다음 날이면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남의 개가 되는 것이 지금도 불만스럽지만, 어쩌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노먼들을 괴롭혔던 그 악마가 이번엔 아군이 되어 노먼들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배운 것이 없고 착취당하기 쉬운 존재인 광부들은, 더 이상 스스로 자신을 지킬 필요가 없기 때문에.





    ****



    "...... 무서워."



     통치부장 레이프는 내심 덜덜 떨었다.



     새 영주 더글러스 다나폴 후작이 순식간에 광산 주변을 손에 넣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아원을 증설하고,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최신식 장비를 도입하고, 채굴량을 석 달 만에 20%나 늘린 것이다.

     그러면서 광부들을 증원하면서 생긴 잉여 시간을 광부들의 교육 시간으로 활용했고, 광부들의 품행이 훨씬 좋아졌다. 영주 직할지로서 복리후생을 충실하게 해 광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느새 그 광부들은 새로운 영주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 아직 새 영주가 취임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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