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2 7 내친 것은(1)
    2023년 12월 08일 20시 15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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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샤의 실종 소식이 전국에 퍼진 것은, 소피아가 새 학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봄방학 중이었다.





    ****



     봄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소피아는 집안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마중 나온 하인도 적었고, 차는 차갑게 식은 채로 나왔다.

     모처럼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왜 그럴까.



    "세림, 소피아. 할 말이 있다."

    "아빠 ...... 아니, 아버지."

    "제니퍼도 와. 가족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니까."



     거실에 나타난 아버지 사이러스는 눈 밑에 다크서클을 만들며 초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어머니 제니퍼는, 말을 듣자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숨을 쉬는 아버지 사이러스를 본 소피아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손을 움켜쥐었다.



    "사샤의 실종에 대해 공개하기로 했다."



     소피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오빠 셀림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제니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차를 마시고 있다.



    "아버지.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나요?"

    "......이제부터는 국왕 폐하의 주도하에 전국적인 수색이 이루어진다."



     사이러스의 말에 세림은 깜짝 놀랐다.



    "폐하께서? 어, 어째서 그런. 자작 정도에 ......"

    "이곳은 교통의 요지니까. 폐하께서도 신경을 쓰시고 계신다."

    "아니, 그냥 사샤를 찾지 않아도 되잖아. 10대인 그 녀석이 하던 일 따위는 별거 아닐 테고. 아버지가 자작 대리에서 자작으로 바뀌면 되는 게ㅡㅡ"



     어느새 세림은 머리에 홍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서빙을 위해 다가온 시녀가 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차갑게 식은 홍차여서 다행히 화상을 입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세림은 홍차에 젖은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ㅡㅡ웃기지 마!"



     지금까지 누구에게서도 받아본 적 없는, 검은 원한과 분노의 눈빛에, 소피아도 홍차를 뒤집어쓴 세림도 움직일 수 없었다.



    "무, 무슨 ......"

    "지난 9년 동안 사샤 님께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는데!"



     분노에 휩싸여 벌벌 떨고 있는 시녀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를 말린 것은 다른 하인들이었다.

     팔을 붙잡혀 세림에게서 벗어난 시녀는 여전히 세림을 향해 소리친다.



    "너나 네 아버지는 이 자작령의 영주가 될 수 없어!"

    "그, 그만해, 티에나!"

    "이런 상황인데도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사샤 님의 수색도 석 달이나 공개가 늦어졌어. 폐하께서 손을 쓰지 않으셨다면 너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겠지!"

    "티에나, 그만해! 사샤 님의 빈자리를 지키기 위해 여기 남아있던 거잖아!"

    "하지만! 여러분은 용서할 수 있나요, 이걸! 이, 인간쓰레기들을! 그분이 무엇을 해왔는지, 9년 동안 알지도 못하면서!"



     티에나라는 이름의 시녀는 울먹이며 외쳤다. 그녀는 그대로 다른 하인들에 의해 퇴실당하고 말았다.

     놀란 세림에게는 아무도 수건을 준비해주지 않았다.

     사이러스는 한숨을 쉬며 한 집사에게 명령했다.



    "저 여자는 해고다."

    "...... 예."

    "세림에게 닦을 것을 가져와."



     하인들은 말없이 물러났다.

     사이러스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손수건을 꺼내 세림에게 던져주었다. 세림은 자신의 것까지 포함해 손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아버지의 말을 기다렸다.



    "사샤는 자작으로서 일하고 있었다. 세림도 그건 알고 있었겠지?"

    "...... 응."

    "통치의 난관인 살베니아 자작령을, 아홉 살 때부터 지금까지 아홉 해 동안이나 맡았었지. 폐하께서도 관심을 갖고 계신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되는데?"

    "사샤를 찾지 못하면, 이 자작령은 아마 다른 영주를 맞이하게 될 거다."

    "어, 어째서! 아버지가 이어받으면 되잖아! 그러면 그냥 자작이 바뀌는 것뿐인데........"

    "나는 싫거든."



     움직임을 멈추는 오빠 세림의 마음을, 소피아는 잘 알고 있다.

     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람?



    "너희들도 알잖아. 이 살베니아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한다.

     모른다.

     소피아는 아무것도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



    "너희 조부모님은 과로로 돌아가셨다. 사샤의 부모님은... 형과 형수님은 사고로 죽었는데, 그분들이 이 거실에 있는 모습을 너희들은 본 적이 있느냐?"



     그런 거 몰라.

     어렸을 때부터 그랬으니까.

     중요한 당주가 없는 영주 저택의 거실.



    "사샤도 퇴근하고 돌아오지 않아. 나는 싫어. 그런 삶은 못 살겠어. 너희들은 자기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나를 개처럼 일하게 해서 과로사하게 만들 셈이냐?"



     아니야.



     그렇게 말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면, 맞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아직 어린이니까, 아직은 자라야 할 입장이니까, 아버지가 부양해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게 나쁜 일이야? 당연한 권리 아냐?



    "사샤는 아홉 살 때부터 당주로서 일을 했다. 너희들도 살베니아 자작가의 일원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싶다면, 자기가 대신 일을 해라. 너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니까."

    "하지만 아버지! 나는 기사가!"

    "그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겠지?"

    "그런, 하지만!"

    "사샤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다음 당주가 되어야 할 다음 세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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