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소피아는, 자작령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순탄하게 학생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그녀에게는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다.
사샤의 약혼남인 윌리엄에 대한 것이었다.
"아, 윌리엄 님이네. 또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여."
라이카의 말에 소피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윌리엄은 두 학년 위의 상급반에 배치되어 있었다.
성적은 상급반에서 상위권이며,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주변 여성들 입장에서는 아마도 '약혼녀가 있는 괜찮은 남자'라는 포지션이 편한 모양이다. 남작영애들은 어쩌면 애인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베니아는 세수가 많은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
"하아, 소피아가 걱정되네. 사촌의 약혼남이 저래서야."
"맞아. 사샤 언니의 실수라고는 생각하지만."
사샤는 당최 꾸미지를 않는다.
아마도 지칠 때까지 일에 매진하고, 딴 곳을 보지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주로서 시야가 너무 좁은 것은 아닐까.
이웃의 웰닉스 백작 가문과 친분을 맺으면 그만큼의 배려를 받을 수 있다. 관세율을 서로 낮춰주거나, 같은 시책을 통해 유행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등 이웃의 대영지와 제휴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약혼남인 윌리엄만 귀족학교에 보내고 자신은 영지에 틀어박혀 그를 방치하고 있다.
게다가 윌리엄은 성적이 좋으니, 앞으로 업무면으로도 사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한데도.
(이러다 파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생각하며, 겨울방학을 맞아 일시적으로 친정에 돌아온 소피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아버지인 사이러스와 상의해볼까 싶어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뜻밖에도 오빠인 세림이 그 이야기에 맞장구쳤다.
"윌리엄 님, 불쌍해."
"그래. 그렇게 훌륭한 분이 우리 집의 누더기와 결혼을 하다니........"
"어허, 그런 말 하면 안 돼, 세림, 소피아."
꾸짖는 아버지는 지금의 사샤가 누더기 같은 상태라는 것을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무언가를 떨쳐내듯 말을 이어가려던 소피아는, 문득 깨달았다.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포착했다.
ㅡㅡ사샤 언니가, 듣고 있다.
소피아는 고개를 들어 아버지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빠. 머리도 항상 하나로 묶고 있고, 섹시함도 없고,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 했다잖아?"
"윌리엄 님은 학교에서 우수하고 인기가 많아. 여러 여자애들한테 데이트 신청이 쇄도하는 것 같고."
"...... 지금의 사샤는 좀 그러니까. 뭐, 학생 때는 놀아도 우리 집에 사위로 올 생각은 있는 거겠지?"
"다른 적당한 후계자가 생기면 갈아탈지도..."
"음, 그건 곤란하겠군. 웰닉스 백작에게 못을 박아 놓을까 ......"
그 후, 곧장 화제가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사샤는 지금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소피아는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사샤 언니가 방치하고 있으니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일을 줄이고, 옷도 잘 차려입으면 ......)
방금 이야기를 들은 사샤는, 분명 인생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고 윌리엄을 꼬시기 위해 계획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사샤도 옷을 잘 차려입으면 나름대로 잘 어울릴 것 같다. 어쨌든 소피아의 사촌이자 살베니아 가문의 영애니까.
그렇게 생각한 소피아는, 인생의 과제 중 하나를 해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윌리엄이 살베니아 자작의 남편이 되는 미래를 확정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사샤는 자신의 삶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했다.
피로에 지친 소피아의 사촌, 자작 사샤가 실종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