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외편2 4 나는 나쁘지 않아2023년 12월 06일 22시 25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소피아의 일상은 그날 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날 느꼈던 불쾌한 감정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소피아는 귀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 나라 귀족의 자녀들이 열다섯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3년 동안 다니는 학교다.
한 학년에 초급, 중급, 상급, 특별의 네 반으로 나뉘는데, 소피아는 중급반에 배정되었다. 자작가 출신이며 당주의 친자식이 아닌 소피아가 편입할 반으로서는 적절한 곳이다.
"소피아. 입학 축하해. 사샤가 학원에 다니지 않는 만큼, 네가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말하며 입학 축하 선물을 잔뜩 주신 아버지 사이러스에게, 소피아도 미소를 짓는다.
그 후로 사이러스는 수입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집에 머물게 되었고, 여전히 낮에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가 돌아왔다. 자식인 소피아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빠는 일을 조금 빼먹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인계인수는 했으니까.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바르게 사는 건 아니야)
소피아의 세계는 매우 좁다.
그녀의 세계는 살베니아 자작 저택 내부에서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이 있는 시종.
성실하고 시야가 좁은 동료에게 일을 떠넘기고서 휴가를 취하는 요리사.
일 잘하는 시녀가 일 못하는 시녀의 일을 대신해 주는 모습. 그것에 편승해 자신의 일까지 부탁하는 교활한 시녀.
사람은 누구나 매일 조금씩, 꼼수를 부리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꾀를 부린다고 해서 모두가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 조금만, 자신에게 효율적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버지 사이러스도 분명, 조금은 꼼수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아주 약간의 꼼수'일 것이다.
(사샤 언니도 그렇게 하면 돼)
그 일곱 살 때 이후로 소피아는 사샤를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원래도 생활권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접촉이 없는 상태였지만, 지난 8년 동안은 더더욱 그러했다.
(자작으로서 일하고 있다지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별거 아닐 텐데, 그냥 도망치지........)
어른인 아버지 사이러스도 도망쳤다.
아이인 사샤가 도망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귀족학교에 다니면 됐잖아. 귀족학교에 다닌다고 하면 분명 일에서 도망칠 수 있었을 거야)
한 학년 위인 오빠 세림이 이미 입학했고, 소피아가 다음 달에 입학하는 귀족학교인데도 두 살 위인 사샤는 다니지 않는다. 자작으로서의 일을 우선시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소피아는 시녀에게서 들었다.
그 일에, 소피아는 계속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귀족 학교는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 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다. 귀족으로서의 사교의 장이기도 하다.
어쨌든, 학교에 다니는 것은 차기 당주나 관료 후보, 기사 후보들, 그들의 배우자나 왕궁의 하인 후보들 등 미래가 있는 아이들뿐이다. 그들의 배움의 장에 참여하여 그들과 유용한 관계를 맺는 것의 이점은 솔직히 헤아릴 수 없다.
게다가 귀족학교를 졸업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졸업 자격이 있는 자는 관료나 기사 등의 공식적인 직책에 취임할 때, 취임 초기부터 비세습 남작의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 요컨대, 엘리트 채용이라는 대우를 받는 셈이다.
그래서 기사가 되고자 하는 형 세림은 사샤와 달리 적극적으로 귀족학교에 다니고 싶어 했다.
"아버지, 나는 내년부터 귀족학교에 다니려고 해."
"좋아."
"기사가 되고 싶어서 ...... 어? 괜찮아!?"
"그래. 우리 집은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까. 사샤도 다니지 않으니, 그만큼 돈도 남아돌고."
"아버지, 고마워!"
"소피아도 가고 싶으면 내년부터 가거라."
"와, 나도!? 아빠, 고마워!"
1년 전, 귀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된 소피아는 자신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축복받은 귀족의 자식이라는 행복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가난한 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날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랬던 만큼, 사샤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내팽개치다니...)
지금 소피아의 눈앞에는 다음 달 귀족학교 입학이라는 미래가 펼쳐져 있다.
졸업 후에는 왕궁에서 일할 수도 있다. 살베니아 자작령의 인근 지역을 다스리는 세습귀족의 반려자로서 인맥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것도 좋다.
그것이 귀족의 자식으로서 순탄한 미래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살베니아 자작 저택의 복도를 걷고 있을 때, 소피아의 연초록빛 눈동자에 사샤의 모습이 비쳤다.
자신보다 조금 더 키가 큰 그녀.
영주로서 자켓을 걸치고 있지만, 부스스한 금빛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고, 연초록색 눈동자는 흐릿하며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는, 야윈 모습의 소피아의 사촌 언니.
그 흔들리는 걸음걸이에서, 소피아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생각했던 것을 전하지도 못했다.
ㅡㅡ사샤 언니. 오랜만이네.
ㅡㅡ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ㅡㅡ일 따위는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떠넘기면 되는걸.
그 말이 목구멍에서 멈춰서, 도무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소피아가 굳은 표정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비틀거리던 사샤가 아무것도 없는 복도에서 걸려 넘어져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서류가 바닥에 떨어져서, 그녀는 비틀거리며 서류를 주웠다. 시녀도 동행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 괜찮아?"
간신히 짜낸 것은 그 말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샤에게 전해지자 그녀는 놀란 듯, 신기한 것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 괜찮아"
"....... 그래."
거친 피부와 눈 주위가 거뭇한 얼굴, 부스스한 금발머리를 하나로 묶고는 서류를 챙겨서 애써 일어서려고 하는 당주 사샤.
잘 다듬어진 윤기 있는 금발에 깨끗한 피부, 왕도에서 유행하는 아름다운 여성용 원피스를 입고 건강한 모습의 당주 사샤의 사촌동생인 소피아.
소피아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문이 막혀서 그냥 등을 돌려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학교에 입학하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된다. 사샤와는 3년 동안 거의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빨리 입학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바랐다.728x90'연애(판타지) > 피로에 찌든 자작 사샤는 자취를 감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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