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2 7 내친 것은(2)
    2023년 12월 08일 20시 17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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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세림은 핏기가 가신 얼굴로 얼어붙었다.

     사샤가 사라졌으니, 원래대로라면 다음 자작은 사이러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것은 적자인 세림이다. 하지만 세림은 영지 경영을 비롯한 영주를 위한 공부를 소홀히 해왔다. 기사가 되겠다며 영주나 관료라는 선택지를 완전히 배제해 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에 있는 것은 통치하기 어려운 땅, 살베니아 자작령이다.

     파랑을 넘어 하얀 얼굴의 세림을 본 아버지 사이러스는, 아버지답지 않은 조롱 섞인 표정으로 비웃었다.



    "뭐, 내 자식이니까. 다 알겠지."

    "......!"

    "향후의 처신을 잘 생각해라. 일단 숨겨둔 돈은 있다. 다만, 귀족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몸부림쳐야 한다. 나도 사샤도, 너희들 나이에는 이미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 사이러스는 어머니 제니퍼를 바라보았다.

     제니퍼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나는 돈만 있으면 상관없어."

    "그래."

    "그렇게 약속했는걸."

    "그래.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서, 소피아의 부모님은 서로를 이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소피아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앞이 아찔하게 흔들린다.

     이건 도대체 뭐지?

     앞으로의 처신을 생각해? 사샤가 해온 일이란 대체. 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스스로......?



     아버지 사이러스가 떠나고 어머니 제니퍼가 신나서 방으로 돌아가자, 오빠 세림이 소피아에게 물었다.



    "소피아. 너, 괜찮은 남자는 없어?"

    "뭐?"

    "누구든 상관없어. 네가 영주가 될 수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삼으면, 어떻게든 돼."

    "그런, 무리한 소리 하지 마! 내가 있는 곳은 중급반이고, 내가 가장 우수해. 거기 있을만한 남자에게 이 살베니아 자작령을 맡기는 일은..."

    "그럼 어떻게 하라고!"



     불합리한 형의 외침에. 소피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 자작령의 영주를 할 수 같을 것 같아!?"

    "오빠."

    "이대로는 졸업도 위험해. 너는 나에게 평민과 마찬가지, 아니 그보다 2, 3년이나 늦게 수습기사부터 시작하라고 하는 거냐!"



     그런 말을 해도 곤란하다.

     소피아의 마음은 그저 그것뿐이었다.

     세림뿐만이 아니라, 소피아도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살베니아 자작령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도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 오빠라면 할 수 있어. 기사는 ...... 유감이지만 ......"

    "너도 할 수 있을 텐데."

    "나한테 강요하지 마. 적자는 오빠잖아!"

    "나는 싫어. 아버지가 못한다며 도망친 것을 왜 내가!"

    "적자니까 그렇지. 장남이고 ...... 무엇보다, 오빠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잖아."

    "나는 너나 사샤 누나, 윌리엄 님과는 달리 영지 경영에 대한 공부 따위는 거의 안 배웠어!"

    "......그게 어때서?"



     형 세림은 확실히 지금까지 통치 공부를 소홀히 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소피아의 시선에, 세림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망설이다가ㅡㅡ증오에 찬 눈빛으로 소피아를 노려보며 토해내듯 외쳤다.



    "...... 그래, 알았어. 너한테는 숨겨도 소용없겠지. 살베니아 자작령의 영주, 못하진 않아. 사샤 누나처럼 개같이 일하면 저 윌리엄보다는 나을 거야!"



     사샤의 약혼자인 윌리엄은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는 사샤를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이다. 통치에 대한 감각도 별로 없고, 눈치도 없어서 신입 사무관으로서 보좌관이 있는 상황에서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하지만 세림은 다르다.



     통치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소피아가 생각하기에, 어쩌면ㅡㅡ그냥 하기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공부야 이제부터 하면 돼. 네가 생각하는 대로야. 못 하는 게 아니라, 피하고 있었을 뿐이지. 혹시라도 쓸만한 녀석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부족한 것은 지금부터 보충하면 된다. 지식이야 의욕만 있으면 흡수하면 되니까.

     소피아가 그런 것이다.

     한 학년 위의 중급반에서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세림의 능력도, 분명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림은 그것을 지금까지 숨겨왔다.

     영주의 관료가 아닌 기사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기사의 선택과목을 취득했다. 영주나 관료라는 선택지를 없애려던 것이었다.



     ㅡㅡ만약 내가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영주 일족 중 한 명이 사샤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인재로 인정받는다면? 살베니아 자작령 영지 경영을 맡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요컨대, 사이러스의 둘째 자식인 소피아보다 첫째 자식인 세림이 훨씬 더 큰 위험을 느끼고서 숨죽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도 싫어."

    "오빠!"

    "너도 마찬가지잖아. 사샤 누나가 아버지한테 따지고 있을 때."



     몸을 움찔거리는 소피아를 보고, 세림은 비웃는다.

     아버지 사이러스와 꼭 닮은 얼굴로.



    "그때 너는 사샤 누나를 버렸어."

    "...... 오빠도, 있었어?"

    "너도, 마찬가지야."

    "그만해."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너도 사샤 누나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도망친 주제에!"

    "그만, 그만해!"



     비명처럼 외치는 소피아에게, 세림은 다그치듯 말한다.



    "그냥 영주가 될 만한 남자를 찾아봐. 네가 직접 살베니아 자작령의 영주가 되라고는 말하지 않을 테니."



     그 후의 봄방학 동안, 소피아는 오빠 세림과 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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