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2 9 휴학
    2023년 12월 08일 21시 53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로부터 한 달 후, 소피아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충고해 버린 것이다.



    "소피아. 넌 잠시 쉬는 게 좋지 않을까?"

    "네?"



     담임 선생님인 노이리스의 말에, 소피아는 몸을 움츠렸다.

     교무실이 아닌 면담실로 불러서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노이리스의 친절함 때문이리라.



    "네 영지의 상황은 들었어. 당주인 사샤 살베니아가 사라졌다고 하던데."

    "...... 네."

    "그것만이라면 가문 내에서 영주가 바뀌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지?"



     초로의 나이에 접어든 그의 눈빛은 온화하게 훈계하려는 것이어서, 소피아를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결론은 변하지 않는 듯했다.

     소피아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이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학비는 낼 수 있어보여?"

    "...... 그건......."

    "여기 학비는 비싸다. 중급반이라서 상급반이나 특별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민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겠지."



     평민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소피아였지만, 노이리스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네 집안은 살베니아 자작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 귀족학교의 교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그건 그렇지. 다만, 네 집안의 사람이 자작을 물려받을 수 없다면 네 집안은 작위와 영지를 잃게 될 거다. 그러면 아마 학비도 못 낼 수도 있을 테고. 우리는 정치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않지만, 재학 자격과 학비에 대해서는 물어봐야만 한다."

    "...... 네. 죄송합니다."

    "음. 너는 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을지 모르지만, 평민 청년의 한 달 월급은 18만 젤리 정도인 경우가 많다.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15만 젤리 정도일까. 중급반의 연간 학비는 450만 젤리. 그 삼십 배다."

    "사, 삼십 배 ......!"

    "특급반의 경우 연간 1200만 젤리는 드니 그에 비하면 양심적이지. 그것이 네 오빠와 네 몫으로 두 배나 든다. 게다가 너희들은 기숙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숙사비가 따로 들고. 감당할 수 있을까?"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고개를 저을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집안의 자금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사이러스가 괜찮다고 해서 다니고 있다. 그냥 그뿐.

     영지 경영의 기초 수업에서 세수입에 대해 공부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영내의 총수입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영민 개개인의 월급을 의식한 적은 없었다.

     왕궁 시녀가 되었을 경우의 월급도, 처음 수습기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본적으로 40만 젤리가 안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은연중에, 아버지 사이러스가 일을 해서 학비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아버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까? 수입은 어디서 오는 걸까?

     소피아는 귀족학교를 중퇴하고, 실수령 15만 젤리 정도의 일을 해야만 하는 걸까.



     창백해진 소피아에게, 노이리스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한다.



    "이대로 수업을 듣는다면 그만큼의 학비가 든다. 일시적으로 휴학한다면, 최악의 경우 휴학 시작 시점부터 소급해서 중퇴한 것으로 간주하면 올해 학비는 두 달치만 내면 돼."

    "선생님."

    "네 모친의 제퍼슨 가문도 자작 작위를 가졌었지. 살베니아 자작가가 작위를 잃어도 5촌 이내에 귀족이 있기 때문에 귀족학교에 계속 다닐 수는 있어. 재학 자격은 충족되니 이제 학비만 내면 된다."

    "학비만 ......"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노이리스는 몸가짐을 바로하였다.



    "너희 일가가 사샤 살베니아 자작에게 저지른 일이 곧 밝혀질 거다."



     눈을 부릅뜨며 손을 꽉 쥐고 있는 소피아를, 노이리스는 포기한 듯한, 불쌍한 것을 보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그게 어떤 결과가 되든, 그때 너희들은 이 학교에 없는 게 낫지 않을까?"

    "...... 선생님"

    "지금도 다른 학생들은 너희들에게 악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소피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와 그녀의 오빠가 학교에서 고립된 것은 담임의 보기에도 분명하다.



    "지방 귀족은 관계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화합을 어지럽히는 자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네."

    "향후 처신을 잘 생각해야 한다. 부모님과 잘 상의해보거라."



     그렇게 하여 소피아는 고민 끝에 학원을 휴학하기로 했다.

     아버지인 사이러스에게 상담하려고 했지만, 소피아는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 고립되어 있던 소피아는 애초에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오빠 세림도 마찬가지였는지, 소피아와 비슷한 시기에 휴학을 했다.



     그러던 중 소피아의 아버지 사이러스는 체포되어 수도원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 연재는 여기까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