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 이지."
슈릴은 다프를 돌아보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 불길한 예감이 들은 다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어떤 토벌을 했는지 말해라. 어떤 마법으로, 어떻게 전개하고, 어떻게 처치했는지. 빠짐없이 기록해서 보내."
역시나 하며 다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러브도 이 마법 바보가 또라는 질린 눈빛으로 슈릴을 쳐다본다.
"불가능합니다! 슈릴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이야기는 할 수 없어요. 저도 움직임을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요. 본인한테서 들어주세요."
다프는 열심히 거절했다. 교사로서 깔끔하고 친근하게 잘 가르치는 슈릴은 좋지만, 마술사로서 호기심에 사로잡힐 때의 슈릴은 골칫거리다. 지나치게 세밀하고 집요하다. 같은 것을 몇 번이고 다른 각도에서 물어보는 것이다. 절대 상대하기 싫다.
"할 녀석은 경계심이 너무 많아! 면담 신청만 하면 전력을 다해서 공격해 온다고!"
슈릴의 말에, 쌍둥이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슈릴 선생님은 남자니까요."
"내게 딴마음 따위는 없어! 순수하게 마법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야. 나한테는 예쁜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바람 따위는 안 피워!"
"오빠는 충실한 척하는 미친개 같은 사람이니까요. 독신이든 아니든, 접근하는 남자는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버리죠. 포기하는 편이."
"너희 오빠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한 게 없잖아!"
슈릴은 벌써 10년이 넘도록 라스 후작가에 얽힌 여러 가지 마법을 해명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 소원은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남자의 병적인 질투심 때문에.
학교의 교사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마술사 슈릴 파커는, 옛 친구이자 동급생인 할 이지에게 불평의 목소리를 내었다.
◇◇◇
왕궁으로 돌아온 블레인은 일련의 보고를 받은 국왕에게 불려 나갔다.
측근인 맥스, 라이트는 자택에서 근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측근이면서도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본래 블레인을 막아야 했지만 함께 우쭐해져서 미래의 왕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아버지에게 말 그대로 목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갔다. 두 아버지 모두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며 씩씩댔다.
블레인 역시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저 턱을 괴며 앉아있을 뿐이어서 당황스러웠던 블레인이었다.
"이야~ 브레인. 잘도 무사했구나. 실버독이 나왔다니, 놀랄 일이야."
한숨 섞인 말에, 블레인은 몸을 움츠렸다. 자신의 판단 착오로 친구와 하급생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후회밖에 없다.
"제 불찰입니다. 어떠한 벌을 받아도..."
"아~ 아니, 넌 바보가 아니니까. 내가 말하지 않아도 바다보다 더 깊이 반성하고 있겠지. 그건 이제 그만. 학교는 뭐, 여러 가지 무의미한 규정이 많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도 다 학생을 위한 것이니까. 어른이 되면 알 수 있는 것도 있거든. 이번 일을 계기로 너도 앞으로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겠지. 뭐, 힘내라."
느긋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서, 아버지는 얼굴을 바꾸며 왕의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로서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블레인, 이제부터는 짐의 말만 듣거라."
그 목소리에 압박감을 느낀 블레인은 자세를 바로 하였다.
"내일 정오에 라스 후작가를 불러들였노라. 그대도 후계자로서 그 가문의 사정을 알아야 할 때가 되었지."
라스 후작가.
브레인이 지금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왕의 제안은 바라마지 않던 일이다.
"폐하. 라스 후작가는..."
"내일의 회담을 기다려라. 아직 라스 후작가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짐도 아직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한숨 섞인 왕의 말에, 블레인은 또다시 얼어붙었다. 라스 후작가의 허락. 한 나라의 왕이 왜 후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블레인은 내일의 회담을 기대하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반반씩 섞인 복잡한 심정으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