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2023년 10월 25일 21시 21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은쟁반으로 실버독을 한 방에 날려버린 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실버독은 꼬리를 한 번 휘둘러 할의 마법을 날려버렸다.
"...변이종인가. 소나의 숲에 이런 상급 마수가 나올 줄은."
은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할은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실버독이 마법을 쳐낸 것에 대한 조바심이 없다. 그저 조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할은 더 농축된 마력을 만들어 냈다. 아무리 마법을 발동해도, 마수의 마력이 이쪽의 마력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마수가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의 마력을 만들어서 날린다면, 마수는 한 조각도 남지 않을 것이다.
실버독이 경계를 더하며 위협적인 포효를 외친다. 쩌렁쩌렁한 포효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블레인 일행은, 몸이 움츠러들고 굳어졌다.
할은 위협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마력을 짜내는 사이에 블레인 일행을 보호하는 장벽을 전개했다. 왕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왕세자를 보호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실버독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리고 있지만, 혹시라도 여파로 왕족이 다치면 곤란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마력을 충분히 끌어올렸으니 이제 마수를 없애려고 자세를 취하는 할의 소매를, 하얗고 가녀린 손이 귀엽게 잡아당겼다. 그 순간, 할의 얼굴이 살짝 온화해졌다.
"저기, 할?"
조심스러운 그 목소리에, 달달함을 느끼며 할은 환희에 젖었다. 올려다보는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어서, 몸부림치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어쨌든 이유 없이 귀엽다.
"무슨 일이십니까? 엘리스 님."
어떤 무모한 난제를 던져도 대답은 '승낙' 한 가지뿐이었지만, 할은 일단 물어보았다. 일단 물어보지 않으면 그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저 변이종을 갖고 돌아가고 싶어. 저 모피와 마석을 무사히 손에 넣고 싶어."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면서, 귀여운 몸짓과는 달리 엄청나게 무서운 것을 강권하는 엘리스의 말에 할은 넋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원형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간다고 하면 ...... 어떻게 쓰러뜨려야 좋을까요......"
할은 고민했다. 검이 있으면 마법으로 불태우지 않고도 쓰러뜨릴 수 있지만, 엘리스의 전속 집사인 그는 검을 차고 있지 않다. 모험가로 활동 중이라면 모를까, 오늘은 에리스에게 애프터눈 티를 대접하는 도중 이곳으로 전이해 왔기 때문에 마땅한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기, 할. 아까 과일 껍질을 벗기고 있었으니 과일칼을 가지고 있지 않니?"
"예."
할은 들은 대로 주머니에서 과일칼을 꺼냈다. 칼날의 길이는 어른 주먹 하나 정도. 칼날을 접을 수 있게 되어 있고, 후작가의 집사가 다룰 만한 우아한 장식이 달려 있다.
참고로 두 사람이 한가로이 이야기하는 동안 물론 마수는 공격해 왔지만, 할이 쳐놓은 장벽에 모두 튕겨져 나가자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그래, 이 칼."
받아든 엘리스가 기쁜 듯이 접혀있던 칼날을 폈다. 그리고 그것을 든 채로,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마수에게 살을 베어 버렸다.
'서걱'하고 무언가 무거운 것을 자르는 소리가 들렸다.
과일칼을 든 에리스는, 어느새 할의 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 박자 늦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수가 땅에 쓰러졌다. 마수의 목이 잘려 있었고, 피가 튀지 않도록 고기의 단면이 바싹 구워져 있었다.
"고마워, 할. 칼을 갈아놓은 덕에 잘 잘랐어."
할이 눈을 부릅떴다. 얇아서 불안해 보이는 칼날은, 피 한 방울 묻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마수의 목을 베고 나서 엘리스가 정화 마법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728x90'연애(판타지) > 평범한 영애 엘리스 라스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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