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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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5일 20시 31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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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이 바보가! 나의 엘리스 님의 개량 물약을 마시다니, 천 년은 빠르다!"



     황급히 물약병을 빼았지만, 이미 물약은 다 마셔버린 뒤였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러브를 노려보지만, 본인은 천천히 마력 물약의 효능을 음미하고 있었다.



    "우와! 마력이 점점 회복되고 있어!"



     환호성을 지르며 러브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 끝에서 불꽃이 튀어나온다. 시중에서 파는 물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라이트 님도 드시겠어요?"



     남매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엘리스가 활성화한 마력 물약을 라이트에게 건네었다. 시키는 대로 물약을 입에 넣은 라이트는 그 빠른 회복 속도에 눈을 의심했다.

     무언가 묻고 싶어하는 듯한 라이트를 뒤로 한 채, 엘리스는 다음으로 맥스에게 다가갔다. 드레스에 흙이 묻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서, 아직 정신을 잃은 맥스의 머리를 안아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입에 부드럽게 물약을 넣었다. 맥스가 마신 것은 부상과 체력을 회복시키는 물약으로, 역시 엘리스가 활성화시킨 것이다.



    "으......?"



     맥스는 통증이 사라지고 몸이 급격히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엘리스가 자신의 머리를 안고 있는 상황임을 깨닫고 몸을 비틀었다.



    "다행이다, 깨어났네요, 맥스 님. 기분은 어떠세요?"



    "라스 후작영애?"



    "엘리스 님! 남자를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엘리스의 행동에 눈치를 채고 얼굴이 붉어진 할이 달려오지만, 엘리스가 눈살을 찌푸린다.



    "할. 다친 사람이 있는데 큰소리를 내면 안 돼."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손을 빨리, 시급히, 떼어주십시오. 무릎베개라니 이 얼마나 부러운! 안 됩니다, 당장 그분을 무릎에서 떼어주십시오!"



     성난 모습의 할을 보고 한숨을 내쉰 엘리스가 부드럽게 맥스의 머리를 무릎에서 내려놓는다. 맥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엘리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프도 오렴. 상처를 치료해 줄게."



    "다프의 치료는 제가 할게요!"



     엘리스가 손짓을 했지만, 할의 냉랭한 눈빛과 살의가 담긴 눈빛에 다프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마수의 습격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여기서 형에게 죽어버리면 허망하다. 그러자 러브가 기지를 발휘해 재빨리 다프에게 치유 마법을 걸었다. 마력을 회복한 러브의 치유 마법은, 엘리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상처투성이였던 다프의 몸을 순식간에 치유해 나간다.



    "에, 엘리스님. 러브가 치료해 주었으니 괜찮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다프에게, 엘리스는 "어머. 역시 러브는 훌륭하네요."라며 기쁜 듯이 미소 짓는다. 살의를 갈무리한 할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스 양. 왜 여기 있는 거지?"



     겨우 정신을 차린 블레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엘리스를 쳐다보았다. 엘리스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죄송해요, 전하. 저는 다프와 러브가 걱정되어서, 그 아이들의 지팡이와 검에 위기감지의 술식을 걸어 놓았답니다. 그 아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제게 그 아이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도록 설정해 놓았어요."



     마치 내일의 날씨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말하는 엘리스, 하지만 그 내용에 블레인은 충격을 받았다.



    "위기감지의 술식? 그, 그런 게 있었나? 들어본 적 없는데?"



    "부끄럽네요. 귀여운 아이일수록 여행을 시키라고 하지만,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저 아이들은 아직 초급. 과외 실습에 뽑혀서 특별히 우수한 분들과 선생님들이 동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이 돼서....... 보험으로 술식을 걸어놓았답니다."



     두 손을 꼭 쥐고, 수줍은 듯 볼을 붉히며 말하는 엘리스. 그 귀여운 행동에 약 1명의 집사가 기절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에 놀라지 않았다.



    "네!? 그런 술식을 어느 틈에? 마력 증폭의 술식은 받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부여받지 못했는데요?"



    "저도! 예리도와 공격력을 높이는 부여만 받았는데요!?"



    "우후후. 꼼꼼하게 숨겨 두었거든. 과보호라며 화를 낼 것 같아서."



     마력 증폭에 예리도, 공격력 향상, 위기감각에 은폐술식.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프의 검과 라브의 지팡이는 국보급 보물이 아니라 신화급 보물이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이 그 정도의 마수에게 쩔쩔매다니 드문 일이네."



     그렇게 엘리스가 중얼거렸을 때였다.

     소리도 없이, 무언가가 일직선으로 엘리스를 향해 돌진해 왔다.



     둔탁한 금속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에 붉은색 물체가 흩뿌려졌다.



    "쳇,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싶더니, 한 마리를 놓쳤었는가."



     할의 목소리에 불쾌한 기색이 섞여 있다.

     그와 함께 과일 향이 퍼져나갔다. 은쟁반에서 쏟아져 나와 바닥에 흩어진 과일이 마수에게 짓밟힌 것이다.



     엘리스에게 달려든 마수의 공격을, 할이 들고 있던 은쟁반으로 막고 있었다. 잘 연마된 은쟁반은 마수의 발톱을 가볍게 튕겨내고, 흠집이나 상처도 없다.



    "실버독."

    ,

     그 화력 속에서 살아남은 마수는, 증오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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