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숲 속으로 나아가면서 토벌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너무 깊숙이 들어가 버렸다. 블레인 일행이 쌍둥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고, 쌍둥이도 적절하게 브레인 일행을 보조하였기 때문에 사냥이 순조롭게 진행되다 보니, 어느새 자신들의 능력을 넘어선 지역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마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불의의 습격을 당한 맥스가 마수에게 배를 찢기고, 그 피 냄새를 맡은 마수들이 더욱 몰려들었다.
포위되었을 때에도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러브가 즉시 맥스를 치료하고, 다른 세 명이 두 사람을 보호하면서 마수를 물리쳤다. 하지만 최악의 타이밍에 재앙이 찾아왔다.
실버독.
초급 모험가들이 자주 사냥하는 블랙독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마수. 송곳니도 발톱도 날카롭고 사나우며, 움직임도 빠르다. 게다가 마법이 잘 통하지 않는 변이종이었다.
상급 모험가도 파티를 꾸려야 겨우 처치할 수 있는 마수다. 학생들이 상대할만한 것이 아니다.
실버독이 등장하면서 전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라이트의 마법이 모두 튕겨져 나가자, 조급해진 라이트가 마법을 연발해 마력이 소진됐다. 마력 물약을 마시고 회복을 기다리게 되었다.
다프와 블레인이 검으로 공격했지만, 실버독의 움직임이 빨라 찰과상조차 입히지 못했다. 게다가 상대는 실버독만이 아니었다. 다른 마수들도 상대해야 해서, 상처와 피로가 쌓여만 갔다.
"다프, 러브 양과 라이트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는가?"
숨을 몰아쉬고 있는 블레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리 같은데요! 수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흩어지면 순식간에 당할 겁니다. 만약의 경우 전하만이라도 장벽 안으로 들어가세요! 한 명 더 늘어나는 것 정도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테니까요!"
장벽은 지금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최소 범위로 전개되고 있다. 인원이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지면, 그만큼 러브의 부담이 커진다.
"바보 같은! 나는 끝까지 남을 거다! 네가 들어가!"
"전하야말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왕족을 버리고 안전지대로 도망치는 신하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말문이 막힌 블레인에게 마수가 달려들었다. 이미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급히 몸을 비틀었지만, 마수의 발톱이 팔에 스쳐서 검을 떨어트려 버렸다.
"윽!"
다프가 재빨리 도와줘서 마수를 검으로 쓰러트리고, 블레인을 보호하며 천천히 장벽까지 물러났다.
"러브!"
다프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러브가 장벽을 해제했다. 블레인을 밀어 넣자마자 러브가 장벽을 다시 전개했다.
"러브! 최대한 이쪽으로 끌어당길 테니, 최악의 경우 틈을 노려 전하만이라도 데리고 도망쳐! 절대 죽게 하지 마!"
"알았어!"
검을 휘두르는 다프에게도, 마법을 펼치는 러브에게도 일말의 망설임이 없다. 위기의 순간에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한다. 모험가의 이론이다.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전멸한다.
"전하. 저도 미끼가 되겠습니다. 부디 전하만을 생각해 주십시오."
창백해진 라이트였지만, 그럼에도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블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 러브 양, 장벽을 해제해! 이대로는 다프가 죽어 버릴 거다."
"아니요, 전하. 그 명령은 따를 수 없어요."
러브는 가만히 다프를 쳐다보며 탈출구가 없는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설령 다프가 눈앞에서 마수에게 찢겨 죽는다 해도, 블레인을 무사히 돌려보내지 못하면 그것은 라스 후작가의 잘못이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사히 돌려보내야 한다. 주인의 가문에 폐를 끼치는 것은 자신들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다.
그 순간, 마수의 기세를 이기지 못한 다프는 마수에게 밀려 넘어졌다. 쓰러진 뒤에도 검을 놓지 않고, 목을 물어뜯으려 이빨을 드러내는 마수를 막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프......"
러브는 마음이 두려움에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결코 다프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언제나 다투기만 했다. 다프의 단순한 모습에 짜증이 나서 화를 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미워할 수는 없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했던 소중한 단짝이다.
"다프."
들었던 검이 서서히 내려간다. 마수의 송곳니가 다프의 어깨와 얼굴에 상처를 낸다. 다른 마수들이 모여들어 다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만약 그 송곳니가 다프의 목을 관통하면, 다른 마수들도 다프의 살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러브 아가씨, 명령이다, 장벽을 해제해! 다프가 죽는다고! 나는 왕세자다, 따라야 한다!"
블레인이 소리를 지르며 장벽을 두드린다. 하지만 러브는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다프의 검이 드디어 튕겨 날아갔다. 무방비 상태인 목을 노리는 마수가 다프에게 덮쳐온다. 팔로 막았지만, 마수는 그곳에 송곳니를 드러냈다.
"안 돼에! 다프! 다프가, 누구가 좀, 다프를 살려줘!"
러브가 외쳤다. 다프의 말대로 장벽은 죽어도 해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죽어가는 다프를 지켜볼 수 없었던 러브는,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았다.
"도와줘요! 아가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