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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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5일 20시 30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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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멍청한 동생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엄청난 열량의 화염이 일어나더니 주변이 폭발했다.



    "이 정도의 마수에게 당할 줄은 ....... 훈련이 부족해. 이래놓고도 어떻게 라스 후작가를 섬기겠다고 생각하는 건지."



     백은색 머리를 뒤로 넘기고 은테 안경을 쓴 엄청난 미남이, 냉랭한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며 서 있었다. 주름 하나 없는 집사복, 흰 장갑, 반짝이는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손에는 은쟁반에 과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있다.

     라스 후작가, 그 중에서도 엘리스의 전속 집사이자 쌍둥이 형인 할 이지다.



    "하, 할 오빠......."



     방금 전의 마수보다 더한 살기를 느끼자, 다프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올랐으며 러브는 자세를 바로 하였다. 무서운 중압감을 담은 냉기가 오빠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완전히, 완벽하게 화가 나 있다.



     다프를 둘러싸고 있던 마수들은 불길에 휩싸여 검은 숯으로 변하였다. 하지만 다프도 할도 작은 화상 하나 없다. 마술사 라이트는 이렇게 정밀하고 정확한 마법의 전개가 가능한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실력도 모자라면서 왜 숲속 깊숙이 들어갔지? 너희들만 죽는다면 모를까, 전하께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의 주인 되시는 라스 후작가에까지 책임이 돌아가는 걸 모르는 거냐?"



     조용히 분노하는 형에게, 다프와 러브는 방금 전과는 다른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피를 나눈 친형이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어머나, 할은 참 엄하기도 하지. 다프, 러브, 다친 곳은 없니?"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순간 할의 냉기가 사라지더니 부드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서, 주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선다.



    "아, 아가씨..."



    "아가씨..."



     그곳에 있던 것은 엘리스였다. 할의 집사복도 숲 속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었지만, 엘리스에 이르러서는 드레스 차림이다. 부드러운 시폰을 겹겹이 쌓아 올린 하얀 원단은, 나뭇가지에 걸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불안정한 옷이다. 다과회라도 참석할 것 같은 가벼운 봄의 옷차림은, 이 숲 속에서 이질적이었다.

     

     엘리스가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미소에, 다프와 러브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엘리스는 다프와 러브의 안부를 확인한 후, 쌍둥이 뒤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블레인 일행을 향해 눈을 돌렸다.



    "어머? 다치신 분이 있네요? 러브? 치유는?"



    "죄송합니다. 마력이 회복되지 않아서..."



     마력 포션을 마셨지만, 러브의 마력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 마치 거북이 걸음마처럼 천천히 천천히 회복하는 회복력이다.



    "어머, 러브.... 마력이 없어질 때까지 힘냈구나, 대단해."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러브는 콧속이 찡하는 통증을 느꼈다.



    "다프도 열심히 했어. 마수들을 많이 물리쳤지? 많이 강해졌구나."



     그 말에, 다프는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닦아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할."



    "예, 정말 잘했습니다. 자랑스러운 남매입니다."



     아까의 냉랭함은 어디로 갔는지, 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엘리스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진심 어린 노고 치하였다. 그는 엘리스의 말이라면 절대 거스르지 않는, 엘리스 우월주의자다. 엘리스가 원하면 자기 따위는 쉽게 굽힐 수 있는 남자다. 그런 오빠의 기분 좋은 말에 쌍둥이의 감동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방탕한 눈빛으로 엘리스에게 헌신하는 오빠에게 황당한 눈빛을 보낸다.



    "그럼 내가 대신 상처를 치료해야겠네? 전하, 손을 만져도 괜찮을까요?"



    "그, 그래..."



     고개를 돌린 엘리스가, 블레인의 허락을 받고 손을 만진다. 따뜻한 마력에 휩싸이자 블레인의 부상이 빠르게 치유된다. 특히 심했던 팔의 부상은 조금의 통증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무영창으로 이 회복 속도.... 설마, 말도 안 돼."



     라이트가 눈을 부릅뜨며 지켜보고 있지만, 엘리스는 느긋하게 "이제 치유가 끝났어요. 혹시 모르니 나중에 왕궁의 시종에게 진찰을 받으세요."라고 블레인에게 말했다.



    "맥스 님은... 상처는 회복된 것 같네요. 러브, 물약과 마력 물약은 가지고 있니?"



     엘리스의 말에, 러브는 짐에서 물약과 마력 물약을 꺼냈다. 실습에 대비한 덕에 수량은 충분하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고마워. ...응? 약효 성분이 많이 낮네. 불량품인가?"



    "엘리스 님. 그것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약입니다."



     물약병을 햇볕에 비추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엘리스의 말에, 할이 고개를 저었다.



    "그랬어? ...시나리풀이 불활성인 것 같네."



     엘리스는 물약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리더니, 마력을 쏟으며 작게 흔들었다. 그러자 물약은 하얀빛을 살짝 내뿜으며 그 투명도가 점점 높아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러브, 마셔 봐."



    "엘리스 님! 시음은 제가!"



    "할은 아직 마력이 남아 있잖아? 필요 없어."



     엘리스가 직접 만든 개량형 마력 포션을 보자 할이 눈빛을 반짝이며 요청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사이 러브가 눈을 반짝이며 물약병을 받아 든 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단숨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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