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꿈의 형태 9(1)
    2023년 10월 12일 20시 51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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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또 오도록 해."

    "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오스왈드와 첼시는 돌아갔다.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던 릴리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여동생이 너무 보고 싶어서 수고를 끼쳤네요."

    "아니,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 나한테도 마물이 나오는 책을 읽었으면 하는데."

    "놀리지 마세요."



     꽤 진심이었다고 말하면서, 릴리의 손을 잡는다.



    "그보다 조금 질투해 버렸다."

    "네?"

    "너와 오스왈드가, 역시 사이가 좋아 보여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릴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질투했던 건 사실이지만.



    "좋지 않아요. 왜 그렇게 보이는지 신기할 정도라니까요."

    "음.......뭐랄까,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할까.......너도 그에게는 거침없는 표현을 쓰겠지."



     첼시 앞이라 그런지 두 사람 모두 나에게는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서로에게는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았다. 오스왈드가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은 처음 봤고, 일부러 새침한 표정으로 말하던 릴리도 그의 앞에서만 그러는 것 같다.



    "...... 첼시와의 대화에 몰두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을까 봐 걱정했어요. 어른스럽지 못했네요, 조심하겠습니다."

    "내 귀가 좋은 것뿐이야."



     장난을 들킨 아이 같은 표정도,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역시 조금은 서운한 이 속내는, 그녀에게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다.



    "......일찍 식을 올린다고 했었지?"

    "네. 기대가 되면서도 ...... 조금은 쓸쓸해요."

    "마음껏 쓸쓸해하도록 해. 분명 첼시도 그럴 테니까."

    "...... 네."



     릴리의 손이 내 손을 꼭 잡아준다. 그것을 느끼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하?"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갑자기 왜 그러세요?"

    "갑자기는 무슨."



     분명 계속 생각해 왔던 일이었고, 그것을 오늘 다시 한번 실감했을 뿐이다.



    "너를 좋아하기 전에도 인생이 지루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축복받았다고 생각했으며,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도 그건 아주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너를 좋아하고 나서 그 마음이 좀 더 명확해졌다. 네가 있기에, 분명하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 너를, 네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그렇게 이어진 끝에 있는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분명 나의 '무적의 마음'일 것이다.



    "네가 받아줄 날을, 기다리마."

    "...... 네."



     울 듯한 얼굴로 웃는 것은, 내 앞에서만 그러기를 바란다.









    "실례합니다."

    "들어오게."



     문을 두드리자 방 안쪽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의 집무실에 불려 간 것은 오랜만이었다.



     방에 들어서자, 일을 하던 아버지는 서랍에 서류를 정리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며 불려 온 이 자리에는 아버지와 나 둘뿐이다. 진지한 아버지의 얼굴에 따라, 내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야~ 이 아빠가."

    "............ 폐하,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진지한 표정이었던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뭐어~~!" 하며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기본적으로 누구 앞에서도 위엄이 있으며 현왕이라 불릴 만한 태도를 취하는 아버지였는데, 왜인지 내 앞에서는 이런 면이 있었다. 왜 그럴까, 정말. 왜 그럴까.



    "상관없잖아."

    "나이를 생각하세요, 나이를."

    "아직 마흔두 살인데?"

    "제 나이의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아버지는 아직 젊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것도 빨랐고, 내가 태어난 것도 아버지가 열아홉 살 때였다. 하지만 나도 이제 스물세 살이 되는 거니까. 적어도 '아빠'라며 애교를 부릴 만한 나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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