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첼시와 다정한 사람들(3)
    2023년 10월 13일 04시 58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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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인가요?"

    "그래. 저기 말이지."



     전하께서는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제 귀 가까이에서 말씀하셨다.



    "식사 중의 일 말인데......"



     그렇게 내 매너 위반을 지적해 주셨다.



    "죄, 죄송합니다!"

    "아, 아니, 그렇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지만...... 오늘은 거의 가족끼리의 식사 모임이었으니."



     자신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나를 향해, 전하께서는 안심시키듯 말을 건네주셨다. 집에서만 지냈던 나는 사교계의 매너에 익숙하지 않아 모르는 것도 있으며, 알고는 있지만 몸에 익히지 못한 것도 많이 있다. 한심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자, 전하께서는 또 나만 들을 수 있도록 귀에 대고 말씀하셨다.



    "정말로 신경 쓸 만큼의 일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사교계에 나가면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사람도 있을 테니 조심하는 게 좋아. 넌 성녀의 여동생이자 마도부대 대장의 아내가 될 테니까."

    "아....... 네, 그렇네요. 제대로 해야겠어요."

    "그래. 뭐, 오스왈드도 릴리도 너의 사소한 실수쯤은 신경 쓰지 않겠지....... 하지만 넌 이제 그렇게 보호받기만 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을까 싶어서......."

    "네!"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미안."

    "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뭐 나도 보호받는 입장이지만, 하며 웃어주신 이 사람은, 제가 존경하는 상냥한 분입니다.











    "첼시? 뭐 하는 거야?"



     집의 자기 방에서 멍하니 앉아 있자, 언니가 와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뇨, 아무것도. 그냥 나갔던 날 그대로라고 생각해서요."

    "아, 그렇구나. 넌 거의 아무것도 안 가지고 갔으니까."



     결혼식의 전날은 친정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나의 부탁을, 오스왈드 님은 흔쾌히 들어주셨다. 빨리 결혼식을 하고 싶어서 서둘러 준비했던 것도 있지만, 그걸 빼고 보아도 이 방을 나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정말 순식간이라는 느낌이 든다.



    "...... 제 소중한 것은, 언니가 가지고 있었어요."

    "무슨 이야기니?"

    "아무 일도 아녜요."



     좋아하는 책도, 좋아하는 목걸이도. 스스로 직접 들고 밖으로 나간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을, 제대로 소중히 여겨 주었어요."



     먼지 하나 없는 이 방도, 나 자신도. 언제나 소중히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기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소중히 여기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여기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별다른 마력도 없고, 낯가림이 심하며 늘 움츠려 있는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나 자신조차도 경멸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은 분명 아버지, 어머니, 이 저택에서 일하는 가족 같은 하인들, 그리고 언니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좋아해요. 저는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사랑받고서야, 드디어 제 발로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직 깨달아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을 테고, 앞으로 어쩌면 소중한 것을 놓칠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대로 알고, 배우고, 주워 담아서.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갈게요."



     밖으로 나오자 소중한 것들이 많아졌다. 그것을 제대로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언니처럼.



    "첼시."

    "네."

    "그럼, 내일은 너무 울지 말아야 한다?"

    "네."



     언니가 나를 꼭 껴안아서, 눈물이 맺힌 연두색 눈동자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언니가 사실은 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우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본인은 말한 적이 없지만.



     내일의 나는 분명 많이 울겠지만, 그래도 많이 웃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오스왈드 님께 무슨 짓을 당해도, 아니 아무 일도 안 당해도,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까."

    "푸훗, 네!"



     흐느끼는 목소리를 참으며 몇 번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그 사람은, 언제나 나의 소중한, 다정한 사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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