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꿈의 형태 3(2)
    2023년 10월 10일 20시 40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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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이 약혼에 대한 애정은 없었답니다. 저한테도, 오스왈드 님한테도. 그분은 저에게 친절하셨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예요. 저와 약혼한 것도,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주변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을 뿐. 그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라서. ...... 우리들은 함께 싸우며 서로를 신뢰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어요. 서로가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오스왈드 님을 흠모하는 여동생 쪽이 그분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겠지요."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오스왈드의 기분은 네 상상이겠지."



     너를 사랑했을 수도 있고, 원했던 약혼이었을 수도 있다. 앞으로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고. 말투가 조금은 가시 돋친 말투였던 것 같다. 하지만 릴리는 신경 쓰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동생에게는, 제게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라 전해두었습니다. 오스왈드 님은 자상하신 분이라 여동생을 쫓아내지 않을 것이고, 설령 저를 생각하신다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언젠가는 싫어하시겠죠. ...... 미워해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면 됐어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만나러 갈 시간도, 보살필 시간도 없으니까요."

    "...... 오스왈드의 독기를 정화할 방법을 찾고 있는 건가?"



     그녀의 손에서 빼앗은 책이 성마법에 대해 기록된 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제 와서 배울 것도 없을 텐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오래된 자료를 도서관에서 빌린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뻔하다.



    "귀여운 여동생의 약혼남을, 언제까지나 침대에 눕혀둘 수는 없지 않겠어요?"



     웃으며 한 말에는 거짓이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런 체질이 아니더라도 분명 알 수 있었다.



    "......그다지 못 잔 모양인데?"

    "......"



     대답을 하면 거짓말이라는 걸 들키기 때문일 것이다. 릴리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기만 했다. 그 눈밑에 희미하게 떠 있는 다크서클, 지난번 만났을 때보다 더 야윈 듯한 몸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녀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오스왈드 님은 대단한 분이세요. 본인은 [여차하면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특급 마법 같은 건 보통은 발동할 수 없잖아요. 마술 전성기였던 시대였어도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전설적인 일이에요. 마수한테 습격당한 찰나 발동한 것이 아니라, 분명 오스왈드 님은 마을의 참상을 보고 처음부터 마법을 전개하셨겠죠. 그 와중에 제가 습격당했으니, 마법이 아닌 몸을 던져 보호할 수밖에 없었어요. 평소 같으면 그분의 마법이 늦을 리가 없으니까요."



     릴리는 양손을 꼭 쥐고 있다. 그 손을 응시하려는 듯 내려앉은 눈이 , 깜빡임을 반복했다.



    "...... 제 탓이에요."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프게 전달되었다. 방금 전 '귀여운 여동생을 위해서'라는 말의 이면에는, 자신을 보호해 준 오스왈드에 대한 마음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자신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 여동생이 사랑하는 상대를 그런 꼴로 만들어 버린 것. 병상에 누워있는 약혼남을 여동생에게 떠넘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책감에 시달리며 두 사람을 위해 혼자 무리하고 있다.



    "...... 땅을 정화할 만큼의 성마법은,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다. 너 자신이 마수를 상대하면서 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래도......."



     좀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듯, 얼굴을 숙인 릴리가 마침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 뺨에 손을 대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촉촉한 눈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 혼자서만 떠안고 있을 필요는 없어. 여기엔 나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다 토해내도 괜찮아."

    "저, 동생 때문에 울 생각은 없어요."



     힘겹게 웃으려던 입술이 떨리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음, 그럼 넌 울지 않았다. 내 허접한 마술이, 네 눈을 적셨을 뿐이다."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고서, 키가 큰 것에 비해 가냘픈 몸을 껴안았다. "전하께서는 자신의 거짓말은 모르시네요."라는 말이 점점 흐느낌으로 바뀌는 것을, 오후의 햇살 속에서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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