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꿈의 형태 2
    2023년 10월 10일 19시 51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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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한다. 늘 당당했던 위대한 아버지는 마치 인형처럼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었다. 아직 어렸던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단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슬펐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약혼 관계였던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후처는커녕 첩 한 명도 들이지 않으셨다. 나에게 형제가 없다며 잔소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다 무시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사촌동생이 세 명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는 다른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었을 거라고 유모에게서 들었다.



     이 나라에는 치유의 마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도 만능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잘린 팔을 그 순간에 다시 붙일 수는 있지만, 사라진 팔을 다시 자라게 할 수는 없다. 시전자의 마력뿐만 아니라 시술을 받는 사람의 체력이나 마력을 받을 수 있는 용량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진 병이나 원래 체력이나 용량이 작은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측면도 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어머니는, 출산으로 체력이 소진되어 치유 마법이 잘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전국의 마법사들을 다 불렀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쯤에는 내가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아버지도.



     그날, 어두운 방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계속 부르던 아버지는 나를 발견하고서 힘없이 손을 내밀었다. 어린아이도 밀어낼 수 있을 만큼 약한 힘으로 안겨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새 잠이 든 내가 다음에 깨어났을 때 아버지는 이미 평소와 다름없는 아버지였고, 그 후에도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와 다름없이 나를 사랑해 주셨다.



     내게 있어 사랑이란, 널리 나누는 것이다. 그것은 의무이기도 했고, 탈출구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쓰라린 기억과 마주하기 때문에.



     그런데도.



    "...... 전하,"

    "......

    "전하"

    "어? 아아, 미안. 뭐였더라?"

    "손이 멈춰 있습니다."



     일부러 한숨을 내쉰 조슈아는 잠시 휴식을 취하자며 일어섰다. 메이드를 불러 차를 준비해 준다고 한다. 손이 멈췄다는 말을 들은 것이 오늘 아침부터 벌써 세 번째라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신이 이렇게까지 상사병에 걸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상......! 사, 상사병, 까지는...... 음."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서둘러 메이드를 물러나게 한 측근이자 젖형제이기도 한 조슈아의 말은, 나 자신도 생각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서서 나에게 혼담을 가져온 적도 없었고, 그에 따라 나도 이 나이까지 되는대로 살아왔지만, 왕족으로서 언젠가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했었다. 그걸 힘들게 생각하지 않고, 분명 무난한 상대와 무난한 관계를 맺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 종일 누군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다니. 전장으로 향하는 그 몸이 걱정되어서 안절부절못하고, 그녀가 궁금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시계를 몇 번이고 쳐다보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멍하니 있기도 한다.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보다 몇 배나 더 격렬하게 피가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왜 이토록 참을 수 없는 것일까.



    "성녀 일행이 출발한 지 오늘로 사흘째이니, 이제 곧 마을에 도착하겠지요."

    "그래."



     부디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이 몸이 답답하다.



    "돌아오면 식사라도 초대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무슨 소리......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었을 텐데."

    "오스왈드 말입니까?"



     그 이름은 유명했다. 최근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가장 뛰어난 마도사라는 그 남자는, 역대 최연소 궁정 마도사 중 최고 자리에 올랐다. 기술도 마력량도 뛰어나고, 게다가 인품도 좋다고 한다. 항상 차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와 몇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확실히 겸손하고 차분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동시에 왠지 모르게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타입이기도 했다. 적어도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었지만, 잘 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인물이다.



    "당신이 부탁한다면 어떻게든 될 텐데요."

    "못해."

    "가능합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홍차를 마시는 조슈아의 말처럼, 내가 원한다면 그들의 약혼을 파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후 자신이 릴리의 약혼자가 되는 거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내 감정은 사랑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런 상태로 하실 말씀입니까?"

    "윽......, 아니, 그, 뭐랄까...... 나는 그녀에 대해 잘 몰라."



     끌리는 것은, 올곧은 애정, 그리고 그 때문에 생기는 강인함. 자신감 넘치는 미소. 그 이유 중 하나도 모른 채, 제멋대로 그녀의 약혼남과 찢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녀에 대해 알고 싶지만, 알면 오히려 싫어질지도 모르고.



    "알아보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됐어."



     됐다. 아는 것으로 싫어지는 것보다, 알아서 더 좋아하게 되는 편이 더 무섭다. 그녀를 누군가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도 싫고.



    "나는 참 소심한 것 같아."

    "...... 친절하다고도 생각합니다만. 그럼 다시 업무로 돌아가지요."

    "조슈아는 엄격하네."



     책상 위에 쌓여있는 수많은 서류를 보며, 이 정도면 실연의 아픔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매를 맺기 전에 시들어 버리는 편이, 분명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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