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번외편> 꿈의 형태 1(3)
    2023년 10월 10일 19시 11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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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꺼번에 말을 마친 성녀는, 약간 눈꼬리가 올라간 연두색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이런 색이었나 싶으면서도 그 의지의 강렬함에 놀랐다.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놀라웠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여동생이라니. 왜냐면.



    "...... 너는 여동생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설마요. 저는 그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나라의 성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의 언니이기 때문에 이 나라를 지키는 거예요. 그 아이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옆에 서 있던 조슈아가 나를 힐끗 쳐다본다. 성녀가 못난 여동생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가끔씩 듣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조슈아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성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약속하지."

    "...... 믿어주시는 건가요?"

    "네가 여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을?"

    "네."



     이번엔 그녀가 더 당황한 표정을 짓길래, 나는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나는 사람의 거짓말을 안다."

    "네?"

    "경험이나 감각으로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왕족의 피 덕분이지. 네 말에는 거짓이 없다고 느꼈으니, 나는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하마."

    "...... 그런 이야기를 제게 해도 괜찮으신가요?"

    "괜찮다. 소문 정도지만, 고위 귀족 중에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조슈아의 시선이 날카로운 것을 보면, 나중에 다소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충격이었다. 성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고, 아마도 불화설도 여동생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성마법은 마음이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에게 깃들기 쉽다고 하는데, 역대 성녀를 많이 배출한 카벨 백작 가문은 그런 기질의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사람이 좋은 만큼 이용당해왔던 측면도 있을 것이다. 왕의 눈에 띄어 왕의 총애를 받은 성녀도 한두 명이 아닌데 백작가에 머물렀다는 것도, 지위나 권력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순수하다'라고 말했던 성녀의 부모, 현 카벨 백작 부부를 떠올려보면 확실히 항상 웃는 얼굴로 있는 온화한 부부였다. 조금은 무례한 말이지만,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네 여동생에게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하마. 물론 백작가에도."

    "감사합니다."



     성녀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을 때, 조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대가 출발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릴리."



     방에서 나가려는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하얀 원피스를 나부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약속은 지킨다. 하지만 절대 죽을 짓은 하지 말도록.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물러나도 돼. 오스왈드나 기사단도 있으니, 일단 물러나서 태세를 가다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우는 일은......"

    "전하께서는 자상하시네요."



     그녀는 괜찮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약을 위해 부탁을 드리러 왔지만, 쉽게 죽을 생각은 없답니다. 제가 죽으면 여동생이 슬퍼할 테니까요."

    "...... 그런가."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여동생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좋은 자매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가슴이 살짝 따스해진다.



    "저는 동생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마음은 정말 무적이랍니다."



     싱긋 웃으며 릴리는 방을 나갔다. 갑자기 두근거리는 가슴에서 피가 돌면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미소가 뇌리에 박혀서 잊히지를 않는다.



    "...... 전하?"



     무심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나를, 조슈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들여다본다.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여태껏 내가 몰랐던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어쩌면 [무적의 감정]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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