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형태 42023년 10월 10일 23시 51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릴리는 내 가슴을 살짝 밀었다. 죄송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 그녀는, 축축한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얼굴 가까이에서 바람을 느끼자 순식간에 옷이 말랐다.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편리한 것 같다. 나도 그녀의 붉은 눈가를 치유하는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고마워요."
"아뇨, 제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릴리는 "한심하네요."라며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그렇지 않다. 그...... 오스왈드의 상태나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물어봐도 될까?"
"그래요. 제가 성마법을 펼치는 도중에 습격해 온 마수는, 상당한 독기를 품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를 보호해 주신 오스왈드 님께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으셨는데...... 그곳에 독기가 들어간 것 같았아서요. 동행한 마법사의 치유 마법으로 상처는 금방 아물었지만, 독기는 몸 안에 그대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걸 네 성마법으로도 제거할 수 없었다?"
"네. 땅을 정화한 후라서 마력이 줄어든 것도 있겠지만...... 완벽한 상태에서도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상처가 막혀서 오히려 독기가 빠져나가기 힘들어졌다고나 할까 ......"
설명하면서, 릴리는 미간 사이에 주름을 지었다. 성녀인 릴리가 어렵다고 하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몸 안에 있는 독기의 영향으로 흉터도 남아있는 것 같아요. 궁정 마도사의 치유 마법을 받아도 흉터가 사라지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흔적은 남아있다지만, 상처 자체는 막혔는데 그가 누운 이유는?"
"마력은 체력이나 생명력과 같은 것입니다. 큰 마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마력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지요. 그런데 오스왈드 님은 특급 마법의 발동으로 마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답니다."
"평범한 마력 고갈과는 다른 건가?"
마력 고갈 상태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마법을 막 배운 아이가 자신의 용량을 초과했다거나, 마력을 다 써버려서 마력량의 상한선 증가를 목표로 하는 수련 같은 것도 있다. 나 자신은 경험한 적은 없지만, 마력이 고갈되면 먼 거리를 전력 질주한 후의 피로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어쨌든 마력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법인데, 오스왈드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같은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마력 고갈은 사실 마력이 완전히 소진된 것이 아닙니다. 생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약간의 마력을 남기는 것이죠."
"오스왈드는 마력을 완전히 다 써버려서 서 있지도 못한다는 뜻인가?"
"네. 그런데다 아마도...... 체내의 독기가 마력 회복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왕도로 돌아올 때까지의 사흘 동안에도 오스왈드 님의 마력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초보적인 생각이라 미안하지만, 예를 들어 치유 마법과 성마법을 동시에 걸면 어떨까?"
"...... 시도는, 해 봤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힘이 부족한 건지 변화는 없어서요."
"여러 명이 한꺼번에 건다던가."
"마력에는 궁합이 있어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서로 반작용을 일으켜 효과가 약해집니다. 특히 치유 마법은 그 특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섣불리 많은 인원이 하면 오스왈드 님의 몸을 망가뜨릴 가능성도 있어서요."
"그런가......"
역시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이미 시도해 본 모양이다. 생각에 잠긴 나를 배려하듯, 릴리는 말을 이어나간다.
"저기, 하지만 마도부대의 여러분도 협조해주시고 있으니...... 반드시 고쳐 보이겠어요. 지금은 모두들 오래된 자료 등을 해독하고 있답니다. 지금보다 마수 피해가 더 심했던 시대에는 오스왈드 님 같은 사례도 있었을지도 모른다면서요."
"그렇군. 그렇다면 나도 협력하지."
"네?"
"마법은 너희들보다 한참 못하지만, 왕실 소유의 문헌을 열람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가능한 한 연구도 함께 하지."
"하, 하지만, 바쁘신 전하께서 그런...... 저기, 열람 허락은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당황한 릴리의 손을 잡아주었다. 놀란 그녀는 굳어 버린 것 같다.
"이름으로 불러줘."
"...... 아, 아놀드, 전하"
"그래...... 오스왈드는 왕실에서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반드시 회복되어 다시 일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싶다 ...... 너와 나는 동지다. 무엇이든 의지하도록 해."
릴리는 잠시 후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도 했다.
"그래. 그러니 넌 우선 잘 쉬도록 할 것."
"네?"
"체력이 떨어지면 마법에도 영향을 미친다지? 내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생각해 냈을 때, 네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잘 안 될지도 몰라. 그러니 잘 먹고, 잘 자도록 해."
"그 ......렇네요. 후후, 네, 그리 하겠습니다."
마치 꼭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과장될 정도의 자신감으로 말하자, 그녀는 작게 웃어주었다. 울 것 같은 미소도 아니고, 곤란한 듯이 웃는 얼굴도 아닌 그 표정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사실은 너를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릴리는 환멸을 느낄까? 너의 짐을 덜어주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면.
물론 오스왈드는 걱정된다. 하지만 그를 위해서도, 왕가를 위해서도 아닌 '릴리를 위해서' 나아지길 바란다고 하면, 너는 싫어할까.728x90'연애(판타지) > 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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