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3(1)2023-10-10 20:39:48"파혼했습니다." "뭐?" 성녀가 그 땅의 정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성녀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은 것은 아버지였고 나는 다른 공무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지만, 조슈아로부터 짧게나마 기사단과 마도 부대, 그리고 릴리의 안부를 들었다. 릴리를 포함해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도 현장에 출동했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오스왈드가 릴리를 보호하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몸에는 성녀도 정화할 수 없을 만큼의 독기가 남아있어서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과거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목숨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르지만, 오스왈드는 병상에 누워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을 보호하..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꿈의 형태 22023-10-10 19:51:46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한다. 늘 당당했던 위대한 아버지는 마치 인형처럼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었다. 아직 어렸던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단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슬펐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약혼 관계였던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후처는커녕 첩 한 명도 들이지 않으셨다. 나에게 형제가 없다며 잔소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다 무시했다고 한다. 나에게는 사촌동생이 세 명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괜찮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는 다른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었을 거라고 유모에게서 들었다. 이 나라에는 치유의 마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번외편> 꿈의 형태 1(3)2023-10-10 19:11:06한꺼번에 말을 마친 성녀는, 약간 눈꼬리가 올라간 연두색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이런 색이었나 싶으면서도 그 의지의 강렬함에 놀랐다.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놀라웠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여동생이라니. 왜냐면. "...... 너는 여동생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설마요. 저는 그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나라의 성녀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의 언니이기 때문에 이 나라를 지키는 거예요. 그 아이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옆에 서 있던 조슈아가 나를 힐끗 쳐다본다. 성녀가 못난 여동생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가끔씩 듣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조슈아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성녀에게로..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번외편> 꿈의 형태 1(2)2023-10-10 19:10:21접견실에 들어서니 이미 성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앞쪽 의자에 앉아 "얼굴 좀 들어봐요"라고 말을 건넸다. "실례합니다." "편하게 있어도 상관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라를 위해 애써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과분한 말씀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상서로운 태도에 감탄했다. 역시 성녀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나에게 사랑이란, 널리 베푸는 것이다. 이 나라의 왕족으로서, 백성을 사랑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것을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실제로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왔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왕으로 명성이 자자한 아버지의 뒤를 어떻게든 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면 기쁘고, 내 공이라고 칭송받으..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번외편> 꿈의 형태 1(1)2023-10-10 19:09:11왕태자 편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즐겨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꿈을 꾸었다. 소녀의 꿈이다. 은은한 빛 속에서 웃고 있는 소녀의 꿈. 즐거워 보이고, 따뜻해 보이고,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며 손을 뻗는다. 그런, 나의 꿈 이야기다. "ㅡㅡ...... 전하, 아놀드 전하" "...... 응, 일어났다. 일어났어." 은은한 노크 소리와 이어지는 목소리에 대답을 하자, 이내 메이드 몇 명과 측근인 조슈아가 들어왔다. "특이하군요, 보통은 제가 오기 전에 일어나셨으면서...." "음....... 꿈을 꾸고 있었다." "어떤 꿈이요?" "행복해 보이는 꿈이었지." "마치 남의 일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하하." 확실히, 어딘가 남의 일 같은 꿈이었던 것 같다. 여자와는 아는 사이도 뭣도 아니다. 어떤 징조라고 하기에..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최종화(2)2023-10-10 00:27:56"그럴 때였어. 이제 막 걷기 시작한 그 아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어.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에도, 언니, 언니라고 말해줬는데......,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 그렇군." 비밀이야, 라며 릴리는 웃었다. 왠지 모르게, 연극에서 마물의 대사를 읽은 것은 첼시가 아니라 릴리였을 것 같다. 분명 그녀는 귀여운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성녀도 되고 마물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첼시가 왜 저렇게 순진하게 자랐는지 알 것 같아. 네가 소중하게 키웠기 때문이겠지?" "어머, 저 아이의 솔직함은 타고난 거야. 그런 점이 장점이거든." "그건 그래. 하지만 너무 순수해서 곤란할 정도다. 요즘은 내 애정표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돌려주니까, 결혼하기 전에 손을 댈 것 같..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최종화(1)2023-10-10 00:26:56첼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첼시. 계기가 어떻든 간에, 나는 지금 너를 좋아한다. 릴리가 약혼녀였어도 나름대로 잘 지낼 수 있었겠지만, 분명 밋밋한 관계였을 거라고 생각해. 너와 함께 있을 때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웃을 수 없고, 그것을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을 거다." "...... 오스왈드 님." "어울리는 누군가가 아닌,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곁에 있어줬으면 해....... 싫은가?" "아니요, 아니요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첼시가, 힐끗 릴리의 모습을 살폈다. 당연히 눈치챈 릴리는 눈치챘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말해 두지만, 나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어. 난 오스왈드 님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니까." "너무 힘주어 말하는 거 아닌..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9화2023-10-09 23:12:57일단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나와 릴리의 마법으로 어지럽혀진 방을 간단히 정리했다. 그렇게 다시 마주 보며 소파에 앉아 있는데, 내 맞은편에는 릴리......와 그녀에게 달라붙어 있는 귀여운 첼시가 있다. 이상하지 않아? "처음부터 설명해 주면 좋겠는데." "그 전에. 첼시, 너 왜 울고 있었니. 이 남자 때문이라면 역시 조용히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릴리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여동생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언니가 온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서 울고 말았어요. 오스왈드 님 때문이 아니에요." ...... 그리고 첼시도 언니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됐다며, 릴리는 첼시의 손을 꼭 잡았다. "릴리. 소문에 의하면 네가 첼시..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8화2023-10-09 22:32:31"오랜만이에요, 오스왈드 님" "그래. 네가 나를 내버린 이래구만." 응접실로 들어온 릴리는, 내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첼시를 보고 잠시 눈을 부릅떴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품위 있는 행동에 혐오감을 느끼며 소파에 앉으라고 권유했고, 지금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귀여운 첼시 덕분이야." "...... 첼시 덕분?" 릴리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래. 네 성마법으로도 쫓아내지 못한 이거 말인데." 자신의 얼굴에 손바닥을 대었다가 금방 떼어냈다. 그러자, 외출을 위해 독기가 보이지 않게 했던 마법이 풀렸다. "...... 꽤 희미해졌네요." "맞아. 사실 첼시는, 약하지만 성마법과 치유 마법을 정착시킬 수 있었거든. 이렇게 자수가 새겨진 리..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7화2023-10-09 21:56:35결국 그날은 울음을 터뜨리는 첼시를 달래고 나서야 외출할 수 있었고, 외출한 곳에서도 그녀는 수공예품 가게에 들렀을뿐 금방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빨리 돌아가서 자수하고 싶다고 얼굴에 다 써 있어." "읏." "내 기분전환도 겸한 외출이었는데..." "죄, 죄송합니다......" "농담이다, 돌아가자." "괜찮으세요?" "응. 역시 체력이 떨어진 모양이라서." 인파 속을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생각보다 피곤하다. 뭐,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생활을 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집에 가면 낮잠을 자야겠다. 너도." "네.......? 아뇨, 그, 저는 ...... "자수라면 그렇게까지 힘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네?" 아마 독기가 많이 풀렸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강한 마력..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6화2023-10-09 21:37:04"......독기, 역시나 희미해졌네요." "그래." 첼시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얼굴이 잘 보이게 되었다며 웃는 그녀가 이 집에 온 지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성녀의 힘으로도 쫓아내지 못했던 독기가, 최근 들어 옅어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마력도 점차 회복되고 있는데, 그 속도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 체감상으로는 50%에 가까운 마력이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몇 년이 걸릴 줄 알았던 회복이 이렇게 빠른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제 방 안의 곳곳에 있는 첼시의 자수였다. 매일 머리를 묶는 리본에 더해 손수건, 베갯잇, 베개, 잠옷, 침대 시트, 쿠션 등 엄청난 양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에 담긴 마력은 모두 합쳐도 숟가락 한 숟가락에도 못 미치는 미약한 것이어서, 이것이 직..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5화(2)2023-10-09 20:53:38그런 대화를 나눈 지 이틀 후였다. 늦은 오후, 나는 여전히 자수에 몰두하고 있는 첼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졸음이 몰려와서 살짝 졸았다. 5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다음 순간 눈을 떴을 때, 그리움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 첼시." "네, 뭔가요?" 일어났다며 고개를 든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흘러내려 눈가에 닿는다. 본인은 방해가 된다는 듯이 치워버리려 했지만, 내가 손끝으로 가리키자, 살랑거리는 작은 바람이 일어났다. "............ 오스왈드 님, 방금." "응." 방금이라고 다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작은 바람은 자연현상으로서는 신기한 움직임으로, 그녀의 작은 귀에 머리카락을 걸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만큼 내 약혼녀는 둔하지 않은 모양이다..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5화(1)2023-10-09 20:53:01"......너, 또 밤을 새웠지." "아, 안 했는데요." "내 눈을 보고 말해봐." "으......"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첼시는, 연일 자수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리본을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자수를 놓은 손수건이 두 개 더 늘어났고, 아마도 이번에는 베개의 커버 같다. 얼마 전 집사에게 새것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니 틀림없을 것이다. "기분은 좋지만, 네가 쓰러지면 내 입에 밥을 가져다 줄 사람이 없는데?" "...... 첫 날, 조금은 가만히 놔둬도 죽지 않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호오~? 나한테 말대꾸를 하게 된 것은 이 입이렷다?" "아얏! 아파요!" 부드러운 뺨을 살짝 꼬집자, 첼시는 과장되게 반응했다. 허둥지둥 도망치는 허리를 잡아 침대에 끌어당기자, 그녀는 그..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4화2023-10-09 20:08:38며칠 후, 바삐 움직이는 발소리에 이어 평소보다 조금 더 힘찬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고 하자, 첼시가 굴러들어 오듯 방으로 들어왔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늦었죠 ......! 식사는...... 아." "응. 미안." 혼자서 저녁을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첼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하게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재촉하자, 그녀는 슬그머니 다가와서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첼시에게 말을 걸었지만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메이드가 가져온 저녁 식사는, 이미 거의 다 비어 있었다. 첼시 덕분에 조금씩 변화한 음식이 차갑게 식어버리면 아까워서 먼저 먹었는데, 이렇게 우울해하는 걸 보니 역시 기다릴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권태감은 계속되고 있었다. 요 며칠은 오전에 첼시가 책..
- [ 연애(판타지)/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제3화2023-10-09 00:18:32다음 날도 첼시는 열심히 나를 돌봐주었다. 처음으로 강아지를 맡아 키우게 된 어린아이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마음대로 하게 해 주었다. 아침 식사로 부드러운 빵을 가져왔을 때는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입을 열자 기쁜 듯이 빵을 뜯어먹였다. 하인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정말 거의 빈손으로 이 집에 왔다고 한다. 최소한의 짐이 담긴 트렁크만 양손으로 품고, 시녀 한 명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내게 편지가 도착한 후 그녀가 오기까지에 사흘 정도가 걸렸다. 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너무 부자연스럽다. 마치 쫓겨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첼시" "네." "넌 사교 모임에 나가지 않았지?" "...... 네, 거의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