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화2023년 10월 09일 22시 32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오랜만이에요, 오스왈드 님"
"그래. 네가 나를 내버린 이래구만."
응접실로 들어온 릴리는, 내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첼시를 보고 잠시 눈을 부릅떴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품위 있는 행동에 혐오감을 느끼며 소파에 앉으라고 권유했고, 지금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귀여운 첼시 덕분이야."
"...... 첼시 덕분?"
릴리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래. 네 성마법으로도 쫓아내지 못한 이거 말인데."
자신의 얼굴에 손바닥을 대었다가 금방 떼어냈다. 그러자, 외출을 위해 독기가 보이지 않게 했던 마법이 풀렸다.
"...... 꽤 희미해졌네요."
"맞아. 사실 첼시는, 약하지만 성마법과 치유 마법을 정착시킬 수 있었거든. 이렇게 자수가 새겨진 리본과 셔츠를 입고 있는 동안 독기가 풀리도록 약해진 거야."
"신성 마법과 치유 마법을, 정착 ......! 그것도 동시에요?"
릴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첼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 입술이 떨리고 있다. 못난 동생의 뜻밖의 재능을 보고 분해하는 것일까.
하지만, 릴리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나자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
"최근 시내에서 오스왈드 님을 자주 보게 되었다고 들었어요. 건강해 보인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군요."
"그래. 첼시가 와줘서 정말 감사하고 있어."
"그렇군요....... 얼굴을 좀 더 잘 보아도 될까요?"
"그래."
릴리가 내게 다가와 얼굴을 들여다본다. 닿지 않도록 손을 들어 독기의 상태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 이 정도로 약해져 있으면, 이번에야말로 정화가 가능할지도 몰라요. 상처 안에도 남아있을 테니 치유 마법도 동시에 걸어야 할 것 같지만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마력이 조금 더 회복되면 스스로 치유 마법을 걸 수 있겠지. 그때 정화해 줄 수 있을까?"
"...... 물론이에요."
"고마워. 이제 얼굴도 마력도 원래대로 돌아왔을 테니, 일에도 복귀할 수 있겠어."
입술을 꽉 다문 릴리가 내게서 멀어졌다. 궁정마도사, 그중에서도 마도부대의 대장이라면 사실 왕자에도 뒤지지 않는 신분이다. 그것은 물론, 그 마법을 가지고 부대를 이끌면 국가의 전복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놓아준 물고기가 아깝다며 열심히 후회하라고.
자리에 돌아갈 줄 알았는데, 릴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오스왈드 님."
"무슨 일인가?"
"잠시 여동생과 둘이서 이야기할 시간을 주셔도 될까요?"
"...... 그럴 필요가 있을까?"
예전과 다름없이 사교적인 미소를 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편, 릴리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지만 눈꼬리는 웃고 있지 않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쌓여있는 이야기도 있어서요."
"첼시 쪽은 아닌 것 같은데."
"어머. ...... 그런 거 아니지, 첼시?"
릴리가 내 뒤에 숨어있던 첼시를 들여다본다. 그 얼굴을 보니, 겁에 질린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 네, 언니."
"그렇게 되었으니, 시간을 좀 주세요."
"...... 첼시, 너는."
"...... 부탁할게요, 오스왈드 님."
첼시의 말에, 나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야기가 끝나면 불러."
"네."
방을 나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니, 첼시도 일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별로 닮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푸근하고 연한 밤색 머리카락에 큰 눈망울을 가진 첼시. 반면 릴리는 백금빛 금발에 일자형 머리로, 눈매가 좀 더 날카롭다.
나는 릴리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마법을 남기고서 방을 나갔다. 바람 마법을 적용하면 이 방에서의 대화가 밖에 있는 나에게도 들린다는 것이다. 문을 닫고 잠시 후, 제대로 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첼시, 도대체 무슨 일이니]
[죄송해요, 언니]
[무슨 일냐고 묻는 거야, 성마법과 치유 마법을 동시에 정착시킨다니......!]
[모, 모르겠어요. 오스왈드 님을 생각하며 자수를 놓다 보니, 거기에 아주 조금의 마력이 깃들어 있대요...... 하지만 정말 조금이라서, 언니의 마력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라서...]
역시 릴리의 질문 공세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오스왈드 님을 생각하며'의 대사에 약간 부끄러워졌다. 안 되겠다.
[오스왈드 님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역겨워]
[언니, 그런 말투는......!]
오~ 정말로 엄청난 성녀였잖아. 예상대로라고 하면 예상대로라서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애초에, 넌 왜 울고 있는 거야. 보기 흉하게]
[그, 그건 ......]
[오스왈드 님 때문에? 그런 남자라면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겠지?]
[아니, 아니요. 그게 아니라, 언니 ......꺄아악!!]
쾅, 하고 큰 소리가 들렸다. 첼시의 비명소리도.
"무, 무슨 일이야!"
황급히 문을 열어보니, 흩어져 있는 차 세트와 뒤틀린 테이블. 바닥에 주저앉은 첼시와 손을 뻗고 있는 릴리가.
ㅡㅡ밀어냈구나.
몸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순식간에 머리에 피가 솟구쳤다. 내 몸에서 주체할 수 없는 마력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발밑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무슨 속셈이냐."
"......속셈이고 뭐고, 보는 그대로인데요."
"내 귀여운 첼시에게 손을 대다니, 배짱이 대단해? 내가 더 역겨운데."
"어머, 듣고 계셨어요? 예의가 없네요."
릴리는 겁먹지 않고, 오히려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았다. 고상했던 성녀의 가면을 벗고 나를 노려본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너를 때려눕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군."
"무서운 얼굴. 혹시 그쪽이 본모습이려나. 여동생한테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요?"
"시끄러워. 안 됐지만 아직 치유 마법은 쓸 수 없어. 그리고 나는 원래 치료하는 것보다 망가뜨리는 게 장기다. 빨리 나가도록 해."
서로를 노려보는 우리 사이에 첼시가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첼시"
"잠깐만요, 그만......!"
착한 그녀로서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첼시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다. 다시는 첼시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금 아픈 맛을 보여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몸에서 넘쳐나는 마력을 늘릴 때였다.
"아니 ......, 아니에요! 언니는."
"보호해 주지 않아도 돼."
"아니에요! 언니는 ......, 언니는 저를 너무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첼시와 예상치 못한 말에, 마력이 가셔버린 나. 바람이 잠잠해진 방에, 릴리의 한숨이 울려 퍼졌다.728x90'연애(판타지) > 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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