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7화
    2023년 10월 09일 21시 56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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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그날은 울음을 터뜨리는 첼시를 달래고 나서야 외출할 수 있었고, 외출한 곳에서도 그녀는 수공예품 가게에 들렀을뿐 금방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빨리 돌아가서 자수하고 싶다고 얼굴에 다 써 있어."

    "읏."

    "내 기분전환도 겸한 외출이었는데..."

    "죄, 죄송합니다......"

    "농담이다, 돌아가자."

    "괜찮으세요?"

    "응. 역시 체력이 떨어진 모양이라서."



     인파 속을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생각보다 피곤하다. 뭐, 지난 두 달 동안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생활을 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집에 가면 낮잠을 자야겠다. 너도."

    "네.......? 아뇨, 그, 저는 ......

    "자수라면 그렇게까지 힘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네?"



     아마 독기가 많이 풀렸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강한 마력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첼시의 마법이 부여된 것을 계속 늘리지 않아도 내 마력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 그때 성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면 상처도 독기도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고, 그 시점까지 가면 분명 첼시의 마력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렇게 설명하자, 첼시는 잡은 손에 힘을 꽉 쥐어주었다.



    "...... 언니를, 부르실 건가요?"

    "...... 나는 성마법의 적성이 없으니까."



     혼자서 할 수 있으면 더 빠르고, 굳이 성녀를 부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원래 남자에게는 성마법이 깃들기 어렵다고 한다. 참고로 릴리는 성마법 외의 마법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성마법 의사용에는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도의 치유 마법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뭐, 성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없는 건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 네."



     릴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마법사는 있을 것이다. 시간을 들인다면 그들에게 축복을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넌 언제까지 내 방에 자수를 더 많이 박아 넣을 거냐. 카펫까지 자수를 놓을 수 있게 되면, 자수꾼으로 끌려갈 것 같아서 무서운데."

    "역시 카펫은 좀...... 커튼에는 도전해볼까 생각했지만요."

    "그 전에 셔츠에도 한번 더 넣어줘"

    "네?"

    "이제부터 더 많이 나가자. 모처럼 휴직 중이니, 마음껏 즐겨야지."

    "후후, 네. ...... 외출, 기대돼요. 별로 해본 적이 없어서요."



     그렇다면 더더욱 다양한 곳으로 데려가자.







    "오스왈드 님, 안색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귀여운 약혼녀 덕분이지."

    "그거 다행이군요. 결혼은 언제 하시겠습니까?

    "좀 더 몸이 회복되어 직장에 복귀한 후일까. 아내를 굶길 수는 없으니."



     몇 번 째인가의 외출 중, 아는 가게 주인이 말을 걸었다. 첼시는 옆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사실 휴직 중에도 월급은 나오고 있으니, 휴가를 좀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지만. 내 마력은 70퍼센트 정도까지 돌아왔다.



    "...... 오스왈드 님은 이대로 나를 아내로 삼으셔도 괜찮다고 생각하세요?"



     집에 돌아오자, 첼시가 문득 그런 말을 했다.



    "물론인데...... 너는 싫은가?"

    "아니요...... 아니요."



     고개를 저으며 고개 숙인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혔다. 손을 잡은 채로 옆에 앉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첼시. 넌 날 구해줬다. 독기도 그렇지만, 그뿐만이 아니야. 너의 솔직함과 천진난만한 미소가 내 마음을 풀어주었다."

    "...... 하지만 저로서는 오스왈드 님을 완전히 치료해 드릴 수 없었어요. 나은 뒤의 강하고 아름다운 당신과 맞는 것 같지 않아요."

    "...... 릴리가 더 어울린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다물었다.



    "...... 너는 예전부터 가끔씩 자기를 낮추는 말을 했었다. 굳이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건 릴리가 원인이겠지?"



     깜짝 놀라며 첼시의 몸이 얼어붙었다.



    "언니를 나쁘게 말하는 건 참을 수 없겠지만, 나는 너를 함부로 대하는 상대를 좋아하지 않아. 그녀가 내 독기를 완전히 제거했다 해도, 약혼녀로서는 잘 지내지 못했겠지. 그녀도 지금은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으니, 저쪽도 원치 않을 테고."

    "......"

    "첼시. 그동안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는 너를 좋아해. 너만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대답, 해줄 수 있을까."



     첼시의 큰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결코 기쁨의 눈물이 아닌 것 같은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 저,...... 저는......"



     손을 꽉 쥐고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집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나으리, 손님이 오셨습니다."

    "...... 누군데. 문병이라면 거절해라."

    "그게...... 성녀, 릴리 님이십니다."



     첼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들여보내라고 대답한 내 옆에서 떨리는 어깨를 끌어안았다. 반드시 내가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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