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화2023년 10월 09일 00시 18분 3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다음 날도 첼시는 열심히 나를 돌봐주었다. 처음으로 강아지를 맡아 키우게 된 어린아이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마음대로 하게 해 주었다. 아침 식사로 부드러운 빵을 가져왔을 때는 잠시 망설였지만, 내가 입을 열자 기쁜 듯이 빵을 뜯어먹였다.
하인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정말 거의 빈손으로 이 집에 왔다고 한다. 최소한의 짐이 담긴 트렁크만 양손으로 품고, 시녀 한 명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내게 편지가 도착한 후 그녀가 오기까지에 사흘 정도가 걸렸다. 내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너무 부자연스럽다. 마치 쫓겨난 것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첼시"
"네."
"넌 사교 모임에 나가지 않았지?"
"...... 네, 거의요."
저녁 식사 중에 그렇게 묻자, 그녀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딱히 비난할 생각은 없다.
"...... 집에서는 뭘 하며 지냈는데?"
"네?"
"나만 돌보는 것만으로는 심심하겠지. 취미든 뭐든 하도록 해."
내가 식사할 때를 제외하면, 그녀는 혼자 자기 방에서 지내고 있다. 식사도 혼자 하고, 그 방에는 대화 상대도 없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것도 없다. 점심 전에 집사한테 "청소든 빨래든 도와줄 일이 없나요."라고 물었다고 하는데, 나으리의 부인이 될 사람에게 집안일 같은 걸 시킬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친정집에서 그랬기 때문이 아닐까. 사교도 못하고 하인 취급을 받았다면, 취미라 할 만한 것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만 자꾸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아직 우리 집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나는 이 아이를 완전히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는 ...... 자수를 좋아해요."
"그런가. 그럼 도구를 준비해 주마."
"감사합니다."
"자수는 릴리한테 배운 건가?"
"네?. ......그, 아니요, ...... 언니는, 그........"
정답이군. 릴리의 이름을 꺼내는 순간 창백해진 첼시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세 번의 식사로 어느 정도 풀렸던 분위기가 다시 어제로 돌아간 것 같다. 첼시는 겁먹은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언니는 자수를 잘 못 하는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자수라고 하면 듣기에 좋지만, 수선은 하인의 일이다. 물어보는 취미도 없지만,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도 딱하게 생각한다.
"다른 것은?"
"다, 다른 ...... 아, 독서도 좋아해요."
"어떤 책을?"
"뭐든지 읽어요. 아,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책만 친가에서 가져왔어요."
좋아하는 책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첼시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 솔직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자, 그녀는 볼이 붉어졌다.
"죄, 죄송해요 ...... 어린애 같았죠?"
"아닌데? 그래, 내일이라도 그 책을 읽어줘."
"네? 하지만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라서요."
"괜찮다. 나도 시간 많으니까. 네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줘."
이건 어느 쪽이 더 어린애 같은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남이 밥을 먹이거나 책을 읽어준 기억도 없다. 어차피 잠만 자는 것이니, 소꿉놀이의 아이 역할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일, 가져다 드릴게요 ......!"
"응."
활짝 웃는 얼굴을 보니, 눕기만 하게 될 내일이 기대된다.
"ㅡㅡ그렇게 두 사람은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닫은 첼시가, 어땠냐며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래, 설마 사이좋은 형제가 서로 도와가며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일 줄은 몰랐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네가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
"거, 거기서 감탄해요?"
"반은 농담이다."
첼시가 기쁨인지 당황스러움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어제에도 생각했지만, 이 아이는 정말 솔직한 반응을 보인다. 1년 내내 미소를 달고 살았던 과거의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확실히 동화 같긴 하지만, 의외로 설정이 치밀해서."
"......! 그렇죠!"
"그리고, 마물의 대사를 읽어주는 너의 연기가 실감 났다."
"그, 그건...... 예전부터 그런 식으로 읽어서 그만."
"후후."
그 모습을 떠올리며 웃고 있자, 문득 첼시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응. 그럼 좀 자볼까."
"네."
"지금이라면 마물의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네!?"
일부러 목소리를 높인 첼시를 보고 다시 웃었다. 이번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는 책을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저녁때 다시 올게요."
"그래."
오늘은 활기차게 보낸 하루였다. 그녀도, 어쩌면 나도.728x90'연애(판타지) > 성녀를 대신해서 찾아온 약혼녀의 상태가 이상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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