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화(1)
    2023년 10월 08일 19시 49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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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시라고 합니다. ...... 오늘부터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작은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긴장 때문일까? 아니면 내 얼굴을 보고 겁을 먹은 탓일까.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모른 척했다.



    "그래, 잘 부탁한다. 보다시피 나는 지금 이런 상태라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니, 네가 좀 돌봐줘야 할 것 같아. 뭐, 하지만 그걸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테고, 조금은 내버려 둬도 죽지는 않으니 너도 마음대로 지내면 돼. 최대한 손이 많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



     내던진 말과 태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첼시라고 밝힌 약혼녀가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은, 십여 초가 훨씬 지나고 나서였다.







     내 이야기를 하자. 이름은 오스왈드, 나이는 스물네 살. 나는 이 나라에서 궁정마도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지금도 일단은 현직이지만, 건강의 이유로 휴직 처리되어 있다.



     마법으로 발전한 이 나라에서, 궁정마도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일단 국가 자격이라서 까다로운 시험도 봐야 한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도 특히나 마력량이 많고, 뛰어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며, 시험에 합격하면 기본적으로 국가의 마도 부대에 배치된다. 업무 내용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도부대에서는 재적 중인 마도사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 대장으로 뽑힌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대장을 맡고 있다. 휴직 중이지만.



     어쨌든 그래, 즉 내가 이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마도사라는 뜻.



     게다가 충분히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나는 마법뿐만 아니라 외모도 뛰어났다. 백금빛의 머리는 특별히 손질하지 않아도 찰랑거렸고, 눈과 코도 예쁘고, 키도 큰 편이고, 몸도 적당히 탄탄하다. 넋이 나간 얼굴로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눈동자네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뭐, 인기가 많았다. 남자에게는 능력으로, 여자에게는 외모로 칭찬받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간사한 성격의 나는 교만해하지 않고 제대로 겸손히 지냈던 덕분에 더더욱. '저 녀석은 훌륭한 마법사이면서 매우 겸손하다', '저런 미모를 가졌으면서도 나쁜 소문도 없고, 모든 여성에게 평등하게 친절하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런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이 얼굴로 웃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평판이 좋아지니, 이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인지 역대 최연소 마도부대 대장이 되었을 때도 눈에 띄는 반발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최고의 마도사인 나는 지금 거의 침대에 누워만 있다. 이유는 얼마 전 있었던 큰 전투 때문이다. 거기서 승리의 대가로 대부분의 마력을 잃었다. 게다가 미모도 잃었다.







     이 나라에는 마수가 존재한다. 자연에서 나오는 독기에 당한 동물이 변이된 것으로, 작은 것이라면 물리력으로도 쓰러뜨릴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기사단이 토벌하며, 기사단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고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도사가 동행해 대처해 왔다. 하지만 대략 백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독기가 유난히 짙어지는 때가 있다. 재앙의 해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태어나는 마수들은 그 수가 많고,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게다가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땅을 정화하지 않으면 금방 다시 마수가 넘쳐나는 지역도 있다.



     마수 토벌뿐만 아니라, 땅의 정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상당히 희귀한 성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 그중에서도 독기가 짙어지는 주기에 맞춰 태어나는 강한 힘을 가진 여성은 '성녀'라고 불렸다.



     왜 일정 주기로 독기가 짙어지는지, 왜 그에 맞춰 온 나라를 정화할 수 있을 만큼 마력이 강한 여인이 태어나는지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대를 이어온 역사가 그런 것임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사실, 이 한 해가 그 재앙의 해였다. 나라 곳곳에 마수가 나타나 논과 밭을 황폐화시키고 사람을 해쳤다. 나는 마도부대의 대장으로서 마도사를 파견하는 한편, 나 자신도 마수 토벌에 동참하고 있었다. 현세의 성녀와 함께.



     성녀의 이름은 릴리, 나이는 21세. 성속성의 마력소지자를 많이 배출한 백작가의 장녀로, 나와 같은 백금빛 머리를 하고 있다. 이 머리 색깔은 마력이 강한 인간에게 나타나는 특징인데, 현재 백작가에는 그녀만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없다. 약한 성속성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래도 그녀의 가족은 모두 연한 밤색 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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