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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에게 쫓겨나듯이 왕성을 빠져나온 아이라와 호위 기사들은 시내에서 평민복을 샀다.
어느 나라에서 파견된 성녀의 얼굴은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왕성을 벗어나면 아이라가 성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녀의 옷을 입지 않아도, 아이라는 신성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금은 성녀가 된 아이라지만, 성녀가 되기 전에는 외국의 백작가의 영애였다. 그래서 외모뿐만 아니라 몸가짐도 우아하고 아름답다.
길 가던 사람들이 아이라를 보고 감탄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호위 기사는 '내가 잘 지켜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런 호위기사의 마음을 뒤로하고 유행하는 카페에 들어선 아이라는, 예전부터 먹고 싶었던 파르페를 주문했다.
독특한 모양의 유리 그릇에 크림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고, 과일이 듬뿍 올려져 있다.
손잡이가 긴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자,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간다.
"맛있어."
맞은편 좌석에서는 호위 기사가 방금 전 히스의 태도에 화를 내고 있다.
"다시 생각 해도 화가 납니다! 뭡니까, 그 무능한 놈은! 그런 놈이 왜 국왕인지! 이 나라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런 호위기사 앞으로 숟가락이 다가왔다.
호위 기사가 놀라서 쳐다보자, 아이라가 "자, 앙~"이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고 있다.
"......"
갑자기 조용해진 호위기사는 시선을 두리번거리다가 얌전히 앙~ 하며 입을 열었다.
"에반, 맛있어?"
"그, 그래. ...... 가 아니라! 예, 맛있습니다!"
입을 우물거리는 호위기사 에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 에반을 보며 아이라는 미소를 지었다.
"존댓말은 그만하고 옛날처럼 대화하자."
"옛날처럼 ......"
아이라가 성녀라는 사실을 알고 열다섯 살에 신전에 초대받았을 때, 아일라가 태어나고 자란 백작가에서 수습 기사였던 에반은 신전을 섬기는 기사가 되기 위해 곧바로 아이라를 따라갔다.
물론 아이라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작영애와 수습기사는 원래 서로 대화할 신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작가에 또래의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처럼 자랐다.
신전에 들어간 후, 에반은 피나는 노력 끝에 성녀 아이라의 호위기사 자리를 차지했다.
호위기사라면 평생 아이라의 곁을 지킬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에반은 만족스러웠다.
그런데도 아이라는 이쪽의 사정도 모르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게 에반에게 손을 대는 것이다.
(방금도 앙~ 같은걸 해오고 있으니, 나를 남자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 거겠지!??)
가짜 성녀라고 불리며 쫓겨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라는 태연자약했다.
"에반. 오랜만에 둘이서만 있을 수 있으니 휴가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지내자. 괜찮아, 성녀가 국내에서 기도하는 한,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계속 주어질 테니까."
"그래."
아이라의 기도로 인해, 이 나라는 확실히 혼란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까지 밝혀낼 수 없었던 교활한 권력자들의 부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내가 성 안에서 계속 기도하면서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부정을 밝혀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
왕비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파르페를 깨끗이 다 먹은 아이라에게 호위기사 에반이 물었다.
"아이라, 이제 어떻게 할래? 일단 신전으로 돌아갈까?"
"아니, 이대로 러셀국에 남아서 기도를 계속할 거야."
성실한 아이라는 그렇게 말할 거라고 에반은 예상하고 있었다.
"알았어. 하지만 역시 왕도에서는 떠나자. 그 남자에게 들키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니까."
"그럼 국경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집을 빌리는 건 어때? 돈은 많으니까."
각국은 성녀를 파견받기 위해 성전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다. 하지만 기부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녀가 파견되는 것은 아니다. 성녀의 수에도 한계가 있고, 파견되는 나라는 여신의 계시에 의해 결정된다.
아이라가 파견된 러셀국에는 오랫동안 성녀가 파견되지 않았었다.
파견된 성녀에게는 매달 정해진 금액이 신전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아이라는 돈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아일라로서는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지만, 에반은 노골적으로 화를 냈다.
"그건 ....... 아니, 그렇게 하면 나랑 둘이서만 살게 된다고."
"에반은 싫어?"
"그, 그렇지는......"
호위이기 때문에 항상 성녀의 곁에 있는 것이 사명이지만, 둘이서만 살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에반은 아이라를 사랑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