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24년 01월 23일 20시 07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소년은 아이라를 보자마자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버지가 ...... 국왕이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이라 님, 부디 성으로 돌아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굴을 들어주세요, 제1왕자 전하. 물론 함께 가겠습니다."
아이라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둘만의 평온한 생활은 끝이 났다.
*.
아이라 일행이 1년 만에 성으로 돌아왔을 때, 국왕을 둘러싼 귀족들의 얼굴이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능력과 상관없이 왕의 애첩 일족이 득세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인재가 필요한 직책을 맡게 되었다.
왕좌에는 여전히 히스가 군림하고 있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던 애첩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권력 다툼에서 패배했을 때 거액의 횡령이 발각되어 지금은 죄인으로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첫째 왕자는 자신의 아버지인 히스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폐하, 당신은 여기 있는 성녀를 가짜 성녀라고 단정 짓고 독단적으로 추방하셨지요?"
히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그 여자는 가짜 성녀다. 틀림없어!"
"성전에서 파견된 성녀를 해치면 중죄에 해당합니다. 그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에이, 시끄러워!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게 외치는 히스를 옆에서 바라보며, 아이라는 여신에게 기도했다.
ㅡㅡ부디,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시옵소서.
제1왕자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기사들이 왕인 히스를 붙잡았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반역죄다! 왕자를 붙잡아라!"
히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아이라가 기도한 1년 동안 이 나라의 고름은 다 빠져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왕 한 사람뿐이다.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귀족들의 부패를 제거하고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나라를 좋게 하려는 왕비와 첫째 왕자에게, 성녀의 기도가 힘을 실어준 모양이다.
기사들은 계속 소란을 피우는 히스를 질질 끌며 연행해 갔다.
이를 지켜본 첫째 왕자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왕좌에 앉았다.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귀족들의 박수가 터져나온다.
이 나라는 이제부터 더 나은 나라가 될 것이다.
"기도한 보람이 있네요."
성녀 아이라는 빙그레 웃었다.
*.
제1왕자가 즉위하여 정식으로 왕이 되었을 때, 성녀 아이라와 그의 호위기사 에반은 도시 외곽의 한 교회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조용히 올렸다.
평소처럼 기사복을 입은 에반이 평소와 다름없이 성녀복 차림의 아이라에게 "여기로 괜찮겠어?"라고 물었다.
"왜?"
에반은 작은 교회를 둘러보았다.
"제1왕자 전하 ...... 가 아니라, 폐하께서 우리의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해 주셨잖아?"
"괜찮아."아이라가 웃는다.
"가끔은 에반과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고 싶은걸."
하지만 교회 주변은 엄격하게 경비가 삼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아이라가 이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에반은 "그래?"라고 말하며 아이라의 약지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언젠가 주려고 준비했던 것을 드디어 건네줄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사랑해, 아이라."
"나도야, 에반."
약지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며, 아이라는 미소를 지었다.
"신전 사람들이 말했던 게 사실이었군요."
"무슨 소리야?"
"실은 내가 성녀가 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신전의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ㅡㅡ기도를 통해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계속적으로 공급한 성녀는, 성녀에게 필요한 것도 여신께서 주신다고 합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에반은 깜짝 놀랐다.
"혹시, 그래서 아이라는 성녀가 되었어? 필요한 것이 있어서?"
"그래."
"어쩐지. 그래서 손쉽게 나를 두고 간 거구나."
원망 섞인 눈빛을 받은 아이라는, 웃으며 에반의 팔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왜냐하면 나는 에반이 필요했는걸. 성녀가 되면 에반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백작영애와 수습기사는, 원래 대화할 신분이 아니다.
에반이 아무리 열심히 출세해도 아일라와 결혼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아이라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성녀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가짜 성녀라며 쫓겨나도, 이 나라를 위해 계속 기도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여신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중얼거린 아이라는, 새빨개진 얼굴의 에반에게서 부드러운 입맞춤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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