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2024년 01월 23일 20시 05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이 세계의 성녀들의 역할은, 기도의 힘으로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다.



     여신을 섬기는 그녀들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 여신의 계시로 선택된 나라에 한 명씩 파견되어 성녀로 활동한다.



     러셀국에 파견된 아이라 역시 그 성녀 중 한 명이다.



     빛나는 은발에 루비처럼 붉은 눈을 가진 아이라는, 성녀로서의 힘이 강했다. 성녀의 힘이 강할수록 기도의 힘도 강해져 그 나라에 필요한 것을 더 많이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량난에 시달리던 나라에서는 성녀가 파견되자마자 식량을 싸게 수입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몇 년 후에는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이 개발되기도 했다.



     사막의 나라에 파견된 성녀가 기도하고 있자 갑자기 물이 솟아나 오아시스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제각기 사정은 다르지만, 성녀의 기도는 곧 여신의 가호이며, 국가의 번영과 직결된다.



     성녀 아이라의 기도로 이 러셀의 나라에도 여신이 '필요한 것'을 확실하게 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라가 왕성의 한 방에서 오늘도 기도를 하고 있는데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아이라!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그렇게 외친 것은 이 나라의 왕 히스였다. 금발에 푸른 눈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성격은 좀 그래서 지금도 애첩인 미녀를 시중들게 하고 있다.



     얼마나 왕한테서 하사 받았는지, 애첩은 값비싼 옷을 입고 온몸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금방이라도 아이라에게 달려들 것 같은 히스를, 그녀의 호위 기사가 끼어들어 막았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건장한 청년은 히스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다.



    "아이라 님은 지금 기도 중이십니다."

    "그 기도가 문제다! 지금 당장 멈춰라!"



     호위 기사는 "물러가십시오."라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몇 번의 대화가 반복되는 동안 기도가 끝나자, 아이라는 고개를 들고 일어섰다.



    "히스 폐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눈을 치켜뜬 히스는 아이라에게 손가락을 들이댔다.



    "이 가짜 성녀가!"



     그 말에 호위 기사의 관자놀이가 움찔했다. 섬기는 아일라가 모욕당하여 상당히 화가 난 모양이다.



     그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히스는 말을 이어나간다.



    "아이라가 온 이후로 불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 나라는 혼란에 빠졌고!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성녀라더니! 불행을 부르는 너는 성녀가 아니다!"



     흥분한 히스에게, 아이라가 아닌 호위 기사가 대답했다.



    "아이라님은 진짜 성녀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성녀가 아닌, 신전 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성녀입니다. 그런데도 가짜 성녀라니........"



     조금씩 말투가 거칠어지는 호위 기사를 아이라가 오른손으로 제압했다.



    "폐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라의 말에, 히스는 더욱 분노하며 흥분한다.



    "불행이 필요한 일이라고!? 웃기지 마! 가짜 성녀를 잡아서 공개 처형해주마!"



     그 말에, 호위 기사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얹었다.



    "성녀를 해치면 신전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호위 기사의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에, 히스는 '읏'하며 움찔했다.



     이 세상에서는, 한 나라의 왕이라도 신전의 눈총을 받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다.



    "큭, 이제 됐다! 당장 이 나라에서 나가라!"



     아이라는 조용히 히스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는 히스에게 섬뜩하게 보인다.



    "폐하. 그 판단을 왕비님은 알고 계신가요?"

    "그딴 일은 상관없다! 어서 나가라!"



     히스의 뒤에서 애첩이 아이라를 보고 키득거리며 웃고 있다. 그 추악한 웃음은 히스에게 보이지 않았다.



     아이라는 히스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어 나갔다. 호위 기사가 서둘러 아이라를 뒤쫓아 온다.



    "아이라 님, 괜찮으십니까!?"

    "폐하께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요. 제가 움직이기보다, 폐하의 일은 왕비님께 맡기도록 해요."



     공작가에서 왕가로 시집온 왕비는, 히스와는 달리 재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성녀로서 이 나라를 방문한 아이라에게도 잘 대해주고 있다.



     왕비가 낳고 키운 왕자 역시, 아직 어리지만 매우 뛰어나다고 들었다.



    "성녀는 기도하는 것이 일이지요. 그 외의 일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아이라는 빙그레 웃었다.


    728x90

    '연애(판타지) > 기도하면『이 나라에 필요한 것』을 주는 성녀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0) 2024.01.23
    3  (0) 2024.01.23
    2  (0) 2024.01.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