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츠는 소피의 손을 잡았다. 큼직한 손이라고 소피는 생각했다. 분명 앞으로, 로렌츠는 이 손으로 많은 것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은.......
놓아야 하는 그의 손을, 소피는 꼭 움켜쥐었다.
소피가 잠든 것은 그로부터 열흘 후였다.
그녀의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 있다. 대부분의 장신구를 버린 소피가 마지막까지 남긴 그 목걸이는, 바로 로렌츠가 선물한 것이다.
공작가에서 관이 교회로 옮겨졌다.
비가 내리고 있다.
눈이 조금 섞인 듯한, 차가운 비.
로렌츠는 우산을 쓰지 않았다. 뺨이 젖어있던 것은 그 때문이다.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〇〇〇
로렌츠는 교회에 안치된 소피의 관 앞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로렌츠는 주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이렇게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부로 벌써 3년이 지났다. 아직도 새로운 약혼녀를 맞이하지 못하고 이렇게 교회를 찾는 로렌츠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소피, 너는 틀렸어."
로렌츠는 조용히, 혼잣말처럼 말한다.
소피는 줄곧, 로렌츠가 좋아하는 사람은 율리아나라고 생각했다. 율리아나는 왕세자인 형의 약혼녀가 되었기 때문에 포기하고서 자신과의 약혼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로렌츠는 율리아나를 연애적인 의미로 보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는 생각한다. 몸가짐도 예쁘고 머리도 좋고, 왕비로서도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로렌츠가 보던 것은 처음부터 소피 한 사람이었다.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피와 함께 있으면 편안했다. 그 잔잔한 파장 속에 있는 것이 로렌츠는 좋았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은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형 마리우스가 약혼을 권유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소피의 이름을 불렀다. 형에게 양보한 것도 아닌, 틀림없는 진심이었다.
마리우스가 율리아나에게 끌렸던 것은 사실이라고 로렌츠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정치적인 것도 얽혀 있었다.
율리아나는 미래의 왕비로서 완벽했다. 그 율리아나가 로렌츠의 약혼녀가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리우스는 결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로렌츠는 형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 로렌츠를 차기 왕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당시에는 나이도 비슷하여 로렌츠와 율리아나는 만날 기회가 많았다. 로렌츠의 입장에서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정도였지만, 주변에서는 둘이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한때 귀족들 사이에서 마리우스에 붙을지, 로렌츠에 붙을지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마리우스한테는 꼭 왕위에 오르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첫째 왕자였고, 왕세자가 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마리우스도 로렌츠도 형제간에 왕위 다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도 마리우스와 율리아나가 약혼하는 것이 유리했다.
그런 의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피는 로렌츠가 아무리 '소피가 좋았다'라고 말해도 '로렌츠 님은 참 자상하시네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내가 원했기 때문에...... 미안해, 소피."
소피가 들으면 "로렌츠 님 때문이 아니에요"라며 웃을 것이다. 로렌츠는 그런 소피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위로가 될 리가 없다. 외로움만 커질 뿐이다.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다고 말하는 소피와 함께 디저트를 잔뜩 먹었다. 평민 행세를 하며 거리를 걸었다. 구호소와 새로운 고아원을 세웠다. 바다에 갔다.
그 대부분이 예전에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있었던 로렌츠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언제였을까.
많은 양의 디저트를 늘어놓고 마음껏 먹고 싶다고 말하는 로렌츠에게, 소피는 단 것을 좋아하지만 조금만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왕자가 아닌 평범한 내가 되어 노점에서 군것질하고 싶다는 로렌츠에게, 저는 노점에서 막 짜낸 주스를 마시고 싶다고 소피는 말했다. 고집 센 관료들 때문에 백성들에게 돈이 좀처럼 돌아가지 않는다고 짜증을 낸 것도, 무기력해졌을 때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도 로렌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