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구나, 너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굳이 로렌츠를 위해 쓸 필요가 없었는데.
"범인을 찾았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소피."
아쉬운 듯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로렌츠는 교회를 떠났다.
향하는 곳은, 성이다.
〇〇〇
눈이 뜨였다.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눈이 뜨인 것이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일그러진 로렌츠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갑자기 덮쳐왔다. 내 상체를 일으켜 세우니 꽉 껴안는다.
조금 강하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뱉은 내 첫마디가 "으스러질 것 같아요"였던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그보다 너무 꽉 껴안겨서 아프다.
"아파요."
"응"
응이 아니라. 힘을 풀어줬으면 한다. 하지만 확실히 아프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아무래도 여기는 천국이 아닌 것 같다.
"저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죠?"
"너는 소피고, 여기는 교회야. 잊어버렸어?"
"그야 모르죠. 왜냐하면 저는 제 힘으로 교회에 온 기억이 없는걸요."
"그럴지도 몰라."
서로의 목소리가 잠겨 있다. 소피는 너무 오래 잤기 때문인지 목상태가 이상하다. 아니, 몸 전체가 이상하다. 로렌츠는 왜일까.
"저, 죽지 않았어요?"
"죽지 않았어. 살아있어. 3년 반 동안 잠들어 있었어. 하지만 살아있어."
"어머나."
마치 남의 일처럼 소피는 중얼거렸다. 이래 뵈어도 놀라워하고 있다. 동시에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분명 소피는 저주를 받아 더 이상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눈을 감았던 것 같다.
"저주가 풀렸나요?"
"풀었어."
"누가요?"
"내가. 내가 믿고 기다리라고 했잖아. 믿고 기다리지 않았어?"
"그건 무리예요. 왜냐면 저는 의식이 없었거든요."
"그럴지도 몰라."
오늘의 로렌츠는 어딘가 망가져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을 소피보다 말과 행동이 이상하다.
"괜찮으세요?"
"그건 내가 할 말인데."
"...... 그렇네요. 하지만 저는 제가 괜찮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일단 나는 괜찮아."
"정말요? 뭔가 위험한 짓을 한 건 아니고요?"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문제없어. 괜찮아."
문제없지 않은 것 같다.
"일단, 힘을 좀 빼주시겠어요?"
"싫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조금은 힘을 풀었다. 몸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런 것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로렌츠의 온기가 기분 좋았다.
"저기, 지금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로렌츠는 그대로의 자세로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주의 마법을 건 사람은 율리아나였다. 그녀는 마술도 잘했지만, 주술은 독자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소피와도 친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주술에 필요한 재료, 예를 들어 소피의 머리카락이나 피를 구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소피는 자기가 부상을 당했을 때 율리아나가 치료해 준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설마, 율리아나 님이. 대체 왜......"
율리아나는 로렌츠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 때문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율리아나는 마리우스의 약혼녀로 지명되어 버렸다. 그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로렌츠와 소피의 약혼도 결정되었다.
그래도 소피가 우수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엇을 해도 율리아나는 소피를 가볍게 앞질렀다.
마리우스보다 로렌츠가 훨씬 뛰어났던 것도 원인 중 하나였다.
"율리아나는 형님에게도 주술을 썼어. 내가 왕이, 율리아나가 왕비가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그녀는 생각한 모양이야."
"아아...... 그건, 그러네요."
"그러네요, 가 아니라고."
소피는 조금 납득이 갔다. 로렌츠는 왕위에 오르면 훌륭한 왕이 될 것이지만, 소피는 왕비가 될 자질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판단해 보면 그 설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왜 로렌츠 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나요?"
율리아나를 흠모했을 로렌츠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라고 소피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