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안색도 좋지 않다. 흑발의 미청년은 몸이 좋지 않은 것일까요?
괜찮냐고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고 있자, 이모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신시아, 저분은 안 돼."
"네? 아까 선택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선택할 수 있다 해도, 이미 약혼녀가 있는 사람은 안 돼."
"약혼녀 ......"
그건 맞는 말이다. 나를 데리고 자리를 뜬 이모는, 작은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저 검은 머리의 남자분은 베일리 공작의 아들인 테오도르 님이란다. 이 나라의 공주 전하와 약혼하셨어."
"공주님의 약혼남!"
내가 너무 엄청난 분에게 말을 걸려고 했던 것 같다. 위험했어.
"그리고 저기 계시는 분이 바로 공주 전하이시고."
이모님의 시선을 따라가니, 새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저분이 공주 전하......"
저게 바로 진짜 공주님이구나.
"하지만, 어라?"
왠지 모르게 공주님 주변에는 왠지 모르게 친근해 보이는 은발의 청년이 있었다. 공주 전하와 은발 청년은 서로 웃으며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이모님, 저분은 누구세요?"
내 물음에 고모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세련된 숙녀이기에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나만 볼 수 있었다.
"저건 테오도르 님의 남동생이야."
"......네? 근데 공주님과 아주 친한 것 같지 않나요?"
그 와중에도, 은발의 청년은 공주님의 오른쪽 뺨에 입맞춤을 했다. 그 행동에 공주 전하께서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이 모습을, 이모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바람이야, 바람. 공주 전하께서는 약혼남인 테오도르 님보다 동생인 쿠르트 님을 더 마음에 들어 하셔. 그 때문에 테오도르 님에게 막 대한다더라."
"네? 어? 왜 바람을 피운 공주 전하가 테오도르 님한테 막 대하는 건가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모님도 "누가 뭐래."라며 혀를 찼다.
"아무리 남동생이라지만 저런 놈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다니. 테오도르 님도, 두 분의 아버지인 베일리 공작도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그러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로맨스 소설이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 '악역영애물'이라는 장르가 있다.
원래는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악역영애가 파멸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지금 테오도르 님의 상황은 『악당영애물』과 똑같다!
아, 하지만 테오도르 님은 영애가 아니라 영식이기 때문에 '악역영식'이겠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야회장이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 이라며 이모와 얼굴을 맞대고 있자, 여자의 큰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테오도르 베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너와의 약혼을 파기할 거야!"
어? 서, 설마 이 대사는?
놀라는 이모님을 뒤로하고, 나는 인파를 향해 달려 나갔다. 평소에는 신지 않던 하이힐도 조심하면 달릴 수 있다구!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유명한 대사가 들려온다.
"너는 질투심 때문에 여기 있는 동생 쿠르트를 학대했다고 하더라!? 그런 멍청이는 장차 이 나라의 여왕이 될 나의 부군에 걸맞지 않아!"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자, 테오도르를 노려보는 공주 전하와 그 옆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쿠르트 님이 보인다.
쿠르트 님은 공주 전하의 허리에 손을 돌리면서 "형님, 왜 그런 짓을 ....... 저는 그저 형님과 친해지고 싶었을 뿐인데......."라고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