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님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입니다. 제 동생 쿠르트가 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해 보든가요. 저는......."
내 어깨를 잡는 테오도르 님의 손에 조금 힘이 실렸다.
"저는 절망의 늪에서 건져주신 신시아 님께 앞으로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형님, 공주님께 무례합니다!"
쿠르트 님의 외침을 들은 테오도르 님은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너희들은 어차피 나를 죄인으로 만들어서 일만 강요할 작정이었던 거지?"
그것도 악역영애물에서 흔히 나올 법한 이야기다. 물론 그런 끔찍한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갑시다, 신시아 님"
"네!"
공주 전하와 쿠르트 님이 외치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더 이상 뒤돌아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파티장을 빠져나온 나와 테오도르 님을 이모가 뒤쫓아왔다.
"아, 이모님! 제멋대로 행동해서 죄송 ......"
사과를 하려는 나에게, 이모는 아주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신시아, 정말 대단해! 이렇게 훌륭한 분을 약혼남으로 삼다니! 발고아령은 앞으로 더욱 번창할 거란다."
이모는 기뻐하며 나와 테오도르 님을 마차에 태웠다.
"나는 다른 마차를 타고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둘이서 천천히 이야기하렴."
윙크하는 이모님.
마주 보고 앉자,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면으로 바라본 테오도르 님은 정말 아름다웠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는데 '신시아 님'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셔서, 나는 크게 놀랐다.
"아, 네."
"다시 한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공작영식님께 약혼을 신청해 버린 것이다.
"저기, 약혼 건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테오도르 님의 아버지인 베일리 공작님과 상담하는 편이 ......"
마차 밖으로 시선을 돌린 테오도르 님은, 왠지 모르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는 제가 아니라 쿠르트가 부군에 합당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네? 그래요?"
테오도르 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 외모는 엄격하셨던 할아버지를 닮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부모님에게 모질게 대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의 냉대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네? 아니 아니, [그래서]는 이상하잖아요! 뭔가요, 그 말도 안 되는 이유는!?"
테오도르 님은 엄격했던 할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미움을 받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쿠르트는 어머니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도 무척 총애하셔서 ....... 무슨 짓을 하든 쿠르트는 칭찬을 받고 저는 항상 혼났습니다."
"그건 차별을 넘어 학대 아닌가요!? 뭔가요, 베일리 공작가는 바보들만 모여 있나요!?"
테오도르 님이 키득거리며 웃자, 나는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죄, 죄송합니다!"
"아뇨, 저를 위해 화를 내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 기쁘군요."
그렇게 말하는 테오도르 님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 있다.
"그런 거라면 베일리 공작은 만나지 않는 게 좋겠네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테오도르 님의 편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저, 저는 테오도르 님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어요!"
"신시아 님 ......"
"음, 저기, 제가 사는 발고아령은 정말 시골이라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으니 피로를 풀기에는 ...... 좋을지도?"
도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러니까, 그, 약혼녀가 아니어도 좋으니, 저와 함께 발고아에 오지 않으실래요? 지금 테오도르 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