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고아 변경백의 따님인 네가 오늘의 야회에 온다는 것은 대부분의 귀족들이 알고 있어. 발고아 영지는 부유하고, 이 나라의 군사적 요충지이며 국왕 폐하께서도 눈여겨보고 계시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그곳은 그냥 시골인데요!?"
국경 부근에 있는 발고아령. 여름에는 이른 아침부터 매미가 울어대고, 밤에는 개구리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해가 지고 나면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이제 잠을 자는 일밖에 못한다.
즐길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왕도(王都)에서 책을 주문해 읽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데.
유행하는 드레스 카탈로그를 들여다보거나, 왕도에서 유행하는 연애 소설을 읽을 때만은 내 마음이 설렌다.
"이, 이모님!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시골에서 자란 제가 왕도에서 결혼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리니!? 네 오빠 리오가 사교계에 왔을 때에는 그 강인함에 반한 아가씨가 속출했고, 리오랑 얘기하고 싶어하는 아가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어!"
"그, 그 곰 같은 오빠한테요!?"
오빠인 리오는 뭐가 즐거운지 매일 검을 휘두르고 있다.
아침에는 발고아 영지의 기사들과 함께 새벽 훈련. 밤에는 혼자서 야간 훈련.
낮에는 변경백인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 넌더리가 난다는 표정의 아버지한테서 "리오. 넌 영지 경영에 어울리지 않아"라는 말을 들은 오빠가 "맞아"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역시 발고아 영지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런 식으로 머리를 쓰는 데는 조금 서툰 오빠지만, 놀랍게도 새언니는 정말 미인이다.
사교계에서 만나서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하는데,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날씬하고 우아하고 상냥하고 친절하다니!
원래는 백작가의 딸인데, 어떻게 보아도 진짜 공주님이다.
내가 그런 오빠 내외에게 "왜 이런 촌스러운 오빠한테 오셨어요?"라고 물었을 때에도, 하얀 뺨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며 "저는 리오 님만큼 멋진 분을 만난 적이 없답니다."라고 말해 주는 분이다.
내가 오빠 내외와의 추억에 젖어 있을 때, 이모가 "잠깐, 신시아! 멍하게 굴지 마!" 라고 화를 내셨다. 그러고 보니, 야회에 참석 중이었지.
"신시아, 사교계는 전쟁터란다."
"저, 전장."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여주인공이 야회에서 멍하니 있으면, 라이벌 아가씨가 [어머~, 죄송하네요~]라며 와인을 머리에 들이붓는 거다.
또 다른 곳에서는 갑자기 싸대기를 맞으면서 [너 따위는 00님과 안 어울려!]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 왕도, 무서워.
아, 하지만 이건 소설 속 이야기. 현실과 혼동하면 안 됩니다.
내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이모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신시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여기서 넌 선택받는 사람이 아니니까. 선택하는 사람이야."
"네에 ......?"
그럼 제가 선택하면 누구와도 결혼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에이 설마 ....... 하지만 이모님은 거짓말을 하실 분이 아닌데.
그럼, 예를 들어 저기 있는 엄청나게 내 취향의 흑발 미남과도 결혼할 수 있는 걸까요?
내 시선을 알아챘는지, 흑발의 미남이 작게 인사를 건넸다. 눈빛이 루비처럼 아름다워서 자꾸만 눈이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얼굴은 피곤한지 눈가에 다크서클이 있는 것 같고, 왠지 안색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