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32024-01-22 17:29:44로렌츠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만약 1년 후에 네가 죽는다면, 나는 끝까지 건강하게 너를 지탱해 준 남자가 될 수 있어. 그 편이 더 낫다. 그래서 약혼을 파기하지 않을 거야." "아, 확실히 저주보다는 그쪽이 더 좋네요. 로렌츠 님이 괜찮으시다면 1년 정도는 폐를 끼쳐 드려도 괜찮습니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저주를 받은 것도 내 잘못이야." "그래서 아니라고 말씀드린 거 아닙니까?" 춤추는 꽃잎이 마음을 감춘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웃었다. 그리고 소피는 참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만두고 나서야 자신이 참았던 것이 많았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당연하게 입던 드레스가 괴로워서 정말 싫었다거나, 머리를 꽉 묶고 머리 장식을 잔뜩 붙인 머리가 무거웠다거나. 식사 예절..
-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22024-01-22 17:29:01율리아나는 소피와 로렌츠와 같은 나이인 17세. 소피의 가문과는 다른 파벌의 공작가의 아가씨로, 로렌츠의 형이자 왕세자 마리우스의 약혼녀다. 그녀는 하늘이 두 가지를 준 게 아니라 다 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모에 귀여움,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고 몸가짐이 아름다워 왕비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춘 여인이다.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눈길이 가는 사람이다. 율리아나 와 소피는 종종 둘이서 함께 왕세자비 교육을 받았다. 율리아나 는 매우 머리가 좋고, 소피는 이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소피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바쁜 와중에도 소피가 알아들을 때까지 함께 어울리며 가르쳐주었다. " 율리아나 양에게 특별한 마음이 있는 건 아니야." "숨길 필요가 없어요. 율리아나 ..
- [ 연애(판타지)/수명 1년의 저주를 받았으니 마음대로 살아가렵니다 ]12024-01-22 17:27:55"수명을 단축시키는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길어야 1년 정도겠지요." 교회의 감정하는 자리에서, 성녀는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어머나." 남의 일처럼 고개를 갸웃거린 사람은, 공작가의 장녀 소피였다. 얼마 전 시한부 판정을 받은 당사자이자 제2왕자 로렌츠의 약혼녀다. "어머나, 가 아니라고. 너를 말하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소란을 피운다고 해서 풀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교회에 온 것도 어떤 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검은 안개를 몸에 뒤집어쓰고 난 후, 마력이 휘저은 것 같은, 무언가에 홀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소피에게 있었다. 로렌츠는 그런 소피에게 작은 한숨을 내쉬고 성녀를 바라보았다. "풀 방법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매우..
- [ 연애(판타지)/애버리의 눈물 ]후편2024-01-21 22:24:12카를로스의 시선 끝에서, 역시 에벌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물이 눈꼬리에서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눈물은 흘러내릴 때마다 은은한 빛을 내며 에벌리의 뺨을 적시는 것은 물론, 에벌리의 얼굴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멍하니 에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던 상처투성이의 피부는 그녀의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소리를 내며 벗겨져 나갔다. 그 안쪽에서 도자기처럼 얼룩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가 나타났다. 움푹 파였을 법한 눈매는 또렷한 쌍꺼풀의 큰 눈동자로 바뀌었고, 오뚝한 콧날에 꽃잎 같은 붉은 입술이 작은 윤곽을 이루며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카를로스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성장하면..
- [ 연애(판타지)/애버리의 눈물 ]전편(3)2024-01-21 22:04:35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그의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부 상태도 호전되기 시작했고, 얇은 피부가 한 장 한 장 벗겨지듯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회복을 에벌리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를로스의 회복과 반비례하여 이번에는 에벌리가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침대에 눕기 일쑤인 그녀의 손을 잡고, 카를로스는 필사적으로 위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의 회복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도하고 지켜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에벌리는 진지한 카를로스의 말에 기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카를로스가 거의 완쾌되었을 때, 에벌리의 몸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카를로스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온몸의 피부가 다 곪아버렸고, 아름다웠..
- [ 연애(판타지)/애버리의 눈물 ]전편(2)2024-01-21 22:04:16카를로스의 가족들은 슬퍼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포기하고 슬그머니 거리를 두었다. 자크로프 후작가의 후계자인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 이런 불운을 겪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가족들의 말을 카를로스는 듣고야 말았다. 그는 절망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그는 외로웠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고통 속에서 홀로 침대에 누워 자신의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것을 느끼며 카를로스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누구든 좋으니, 누가 좀 나를 도와줘." 라고. 고통 속에서 졸고 있던 카를로스가 꿈에서 깨어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한 소녀가 침대 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그것은 인형처럼 예쁘고 인형 같은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였다. 나이로 치면 카를로스 정도였을까? 눈처럼 ..
- [ 연애(판타지)/애버리의 눈물 ]전편(1)2024-01-21 22:03:26어느 거리 모퉁이를, 유난히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남녀가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행인들은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그림 같은 외모에 꽂혀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들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다. 그중 몇 명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약간 웨이브진 금발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늘씬한 여성은 이 왕국의 유서 깊은 후작 가문 중 하나인 라나로와 후작가의 장녀 루이즈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를 긴 속눈썹이 물들여 독특한 색채를 발산하고 있다. 미녀들이 많기로 소문난 이 후작가의 자매들 중에서도 특히 미모로 유명한 그녀는, 옆에 있는 남자과 팔짱을 끼며 행복하게 웃고 있다. 그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는, 이 왕국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자크레프 후작가의 차남 카를로스다. 그는 루이스에게 팔을 빌려주며..
- [ 연애(판타지)/당신의 눈은 옹잇구멍인가요 ]22024-01-21 21:15:44웨슬리는 스칼렛보다 가문의 격이 더 위였지만, 오냐오냐 하며 자란 부분이 있어서 그 능력을 불안하게 여겨, 똑 부러진 성격의 스칼렛과의 약혼이 정해졌다. 하지만 스칼렛은 약혼남인 웨슬리가 도망치듯이 전혀 자신을 대면하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고민했었다. 엘리엇은 그런 그녀의 고민을 듣고,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 웨슬리에게 다가갈 것을 제안했다. 웨슬리의 친구이기도 했던 엘리엇은 그의 성격을, 그리고 그 얄팍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안경을 벗은 스칼렛이 사실 매우 아름답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스칼렛은 처음엔 그런 일이 잘 될 리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외에는 안경이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스칼렛은, 시험 삼아 안경을 벗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화장과 옷차림의 분위기를 조금..
- [ 연애(판타지)/당신의 눈은 옹잇구멍인가요 ]12024-01-21 21:15:11웨슬리는 약혼녀 스칼렛을 학교 건물 뒤편으로 불러냈다. "미안하지만,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싶어. 다른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겼거든." "......"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스칼렛의 안경 너머의 표정은 알 수 없다. 웨슬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가문끼리 정한 약혼이었지만, 너처럼 공부만 하는 아가씨와 나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그 점에서, 그녀는 모든 것이 다르지." "... 어느 부분이 말인가요?" 웨슬리는 그 곱상한 얼굴에,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많은 아가씨들을 봐왔지만, 그녀는 그 누구와도 달랐어. 매력도 있고, 대화도 재치 있고,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어.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잘 웃는 것 같아. 한 발짝 물러서서 남자를 치켜세워주는 겸손..
- [ 연애(판타지)/결혼식 전날밤에 추억한다 ]12024-01-21 20:24:56시몬은 다음 날 자신의 결혼식을 앞두고, 혼자서 조용히 방 안에 서 있는 중이다. 그 방은 그녀 혼자 있기에는 너무 넓지만, 잘 정돈된 고급 가구들은 적당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아늑하고 편안하다. 벽면에는 섬세한 레이스가 화려하게 장식된 새하얀 웨딩드레스가 커다란 옷걸이에 걸려 있다. 시몬은 드레스를 장식한 레이스를 살짝 만져본 후, 주황색 불꽃이 반짝이는 벽난로 앞에 자리를 옮겨 앉고서 가녀린 두 팔로 양 무릎을 끌어안았다. 벽난로에서는 탁탁거리며 힘차게 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환상적으로 흔들리는 불빛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몬은 오래도록 사랑하고 잊을 수 없는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그가 마차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
- [ 연애(판타지)/빙의되어 있는데요? ]후편2024-01-21 19:41:31의아한 표정을 지은 마르셀이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다시 정면을 바라본 마르셀의 얼굴에 떠오르는 당황스러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트린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계시다고요." "...... 누, 누가?" 카트린나는 마르셀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리디아 님이 말씀하고 계세요.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고." "...... 리디아라고? ...... 앗." 입가를 가린 마르셀은 겨우 기억을 떠올렸다. 한결같고, 착실하고, 사랑스러운 아가씨였다. 지금까지 단 한 명한테만 미래의 구두 약속을 했지만...... 한 후 곧바로 다른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겨 조금 다툼이 있었지만, 마르셀의 마음속에서는 끝난 ..
- [ 연애(판타지)/빙의되어 있는데요? ]전편(2)2024-01-20 23:41:03"잠깐이면, 괜찮으니....... 잠시만 이야기할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들어 있다. 그런 일이냐고, 마르셀은 생각했다.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르셀은 말했다. "미안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그런 시간이 없어. 게다가 사귀는 여자가 있는데 다른 여자와 둘이서만 있는 것도 좀 그렇고. 그럼 이만 실례할게." "아, 잠깐만요 ......" 올리비아와 만나고 있는 사이에도 사실은 몰래 다른 아가씨 몇 명과 동시에 사귀고 있던 마르셀이었지만, 얼핏 보기에 정당한 이유를 말하면서 돌아서서 카트린나의 앞을 떠나갔다. 다만, 올리비아를 제외한 다른 아가씨들과는 왜 요즘 금방 자연 소멸하는 걸까. 그런 작은 의문이 떠올랐지만, ..
- [ 연애(판타지)/빙의되어 있는데요? ]전편(1)2024-01-20 23:40:42어느 왕립학교의 점심시간. 카페테리아에서 몇몇 남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며, 늘 그렇듯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야, 보여? 저기 저 건너편에 올리비아 양이 있다고. 오늘도 여전히 귀엽지 않냐....... 마르셀, 너 그녀랑 사귀는 거 맞아?" 윤기 있는 금발에 커다란 파란 눈동자가 사랑스럽게 빛나는 올리비아는 이 학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아가씨다. 마르셀이라고 불렸던, 이쪽도 매우 잘생긴 얼굴의 청년은 조금은 자랑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뭐, 그런 거지." "오, 부러운데. 그녀와의 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저는 아직 상대를 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좋은 곳의 아가씨로부터 혼담이 몇 건 들어오고 있거든. 하지만 아직은 좀 더 놀아도 괜찮을 것 같아." "캬..
- [ 판타지/성녀는 마녀와 내기를 한다 ]12024-01-20 23:02:16여러 가지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로우 라디오 대상 2의 응모작이기 때문에, 1000자 이내의 초단편입니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눈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마침내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마왕과 대치하고 있던 용사 일행은 환호성 대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왕과 동시에 용사들 역시 땅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공멸이었다. "제발, 당신. 눈을 떠주세요......!" 이미 거의 죽어가는 용사를 품에 안고 있는 자는, 용사와 함께 싸웠던 여마법사다. 중간에 용사 일행에 합류한 마성의 그녀는, 엄청난 마력과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함없다는 미모로 마녀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 마녀가 용사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곳에는, 여행의 시작 때부터 용사들을 계속 뒷바라지해..
- [ 연애(판타지)/타천사의 손바닥 위에서 ]12024-01-20 22:32:59타니아는 저택을 방문한 약혼남 조나스가,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방탕한 미소를 노엘에게 짓는 모습을 목격했다. 설마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타니아가 엿보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조나스는 그대로 노엘의 허리에 손을 감고 부드럽게 노엘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 상황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눈을 크게 뜨는 타니아의 존재를 알아차린 노엘은, 힐끗 타니아를 쳐다보며 조나스를 살짝 피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겉모습은 어디를 봐도 순수한 천사 같으면서도 마치 악마처럼 쉽게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노엘을 타천사로 부르고 싶지만,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천사인 것이다. 타니아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혼남의 마음을 빼앗아 왔을까. 타니아는 자신이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