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24년 01월 21일 21시 15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웨슬리는 약혼녀 스칼렛을 학교 건물 뒤편으로 불러냈다.
"미안하지만, 너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싶어. 다른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겼거든."
"......"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는 스칼렛의 안경 너머의 표정은 알 수 없다.
웨슬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가문끼리 정한 약혼이었지만, 너처럼 공부만 하는 아가씨와 나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그 점에서, 그녀는 모든 것이 다르지."
"... 어느 부분이 말인가요?"
웨슬리는 그 곱상한 얼굴에,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많은 아가씨들을 봐왔지만, 그녀는 그 누구와도 달랐어. 매력도 있고, 대화도 재치 있고,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어.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잘 웃는 것 같아. 한 발짝 물러서서 남자를 치켜세워주는 겸손함도 있고. 나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기로 결심했어."
"그렇군요...... 그런데 웨슬리 님이 저와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몇 번째인가요?"
웨슬리는 조금 움츠러들었다. 스칼렛과 약혼이 결정된 이후에도, 안경을 썼으며 딱딱해 보이는 그녀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게다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려 하지 않고 계속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칼렛이 눈을 내리깔고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자신감을 얻은 웨슬리는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너와 약혼을 하고 나서 두 번째... 아니,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너와의 약혼은 파기할게."
스칼렛은 빙그레 웃었다.
"네, 알겠습니다.... 당신의 눈은 옹잇구멍인가요? 아니, 옹잇구멍이었네요."
예상치 못한 스칼렛의 반격에, 웨슬리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떠오른다.
"뭐라고? 흥, 나한테 약혼을 파기당했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뭐, 됐어. 너랑 얘기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네, 그건 틀림없어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스칼렛은 인사를 하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근처를 지나가던 웨슬리의 친구 엘리엇이, 살짝 눈썹을 모으며 웨슬리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쳤다.
"훔쳐들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스칼렛 양은 너한테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여자라고. 정말 약혼을 파기해도 괜찮겠어?"
"그래. 오히려 후련할 지경이야."
"누군가 한테 그녀를 빼앗겨도 모른다고?"
"상관없어. 학급에서 1등을 다투는 너와 그녀와 잘 어울려 보이는데? 나로서는 저렇게 공부만 하는 여자는 싫지만."
엘리엇이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보는 눈이 없구나."
"뭐라 말하든 상관없어.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찾았으니까."
떠나는 웨슬리를 뒤로하고, 엘리엇은 스칼렛의 뒷모습을 향해 달려갔다.
"...스칼렛!"
"어머, 엘리엇 님."
엘리엇은 스칼렛의 밝은 표정을 보고 안도하며 가슴을 쓰다듬었다.
엘리엇은 스칼렛에게 다가서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그걸로 되었어?"
스칼렛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웨슬리 님과의 대화를 보고 계셨군요. 저도 이제 더 이상 웨슬리 님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후련한 기분이에요."
"웨슬리는 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네, 전혀요. 웃기게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제가 알아챌 수 있도록 힌트까지 섞어서 이야기했는데도요. 하지만 그분은 자기 이야기에만 몰두하느라 제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엘리엇 님이 주신 조언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설마 제가 다른 사람으로 위장해서 접근하면 진짜 저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줄은 몰랐어요."
스칼렛과 엘리엇은 학교에서 성적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기도 했지만,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
안경을 쓰고 겉으로 보기에는 수수한 스칼렛이 위원회에서 많은 일을 떠맡게 되었을 때, 슬쩍 도와준 것이 바로 엘리엇이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공부하고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728x90'연애(판타지) > 당신의 눈은 옹잇구멍인가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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