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편(1)
    2024년 01월 20일 23시 40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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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왕립학교의 점심시간. 카페테리아에서 몇몇 남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며, 늘 그렇듯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야, 보여? 저기 저 건너편에 올리비아 양이 있다고. 오늘도 여전히 귀엽지 않냐....... 마르셀, 너 그녀랑 사귀는 거 맞아?"



     윤기 있는 금발에 커다란 파란 눈동자가 사랑스럽게 빛나는 올리비아는 이 학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아가씨다.

     마르셀이라고 불렸던, 이쪽도 매우 잘생긴 얼굴의 청년은 조금은 자랑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뭐, 그런 거지."

    "오, 부러운데. 그녀와의 미래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저는 아직 상대를 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좋은 곳의 아가씨로부터 혼담이 몇 건 들어오고 있거든. 하지만 아직은 좀 더 놀아도 괜찮을 것 같아."

    "캬~ 이것이 알파메일. 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이미 수많은 아가씨들에게 손을 댔었잖아? 한 명 한 명의 얼굴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 너, 그러다 찔려도 모른다?"

    "괜찮다니깐. 뭐, 대체로 잘해나가고 있고, 혼담이 오는 곳 중에는 우리 가문보다 더 높은 곳도 몇 군데 있어.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그런 가문의 비호 아래 들어가면 문제없을 거야."



     마르셀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고 보니, 가볍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탓에 문제가 생길 뻔한 적도 꽤 오래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누구였더라.

     그 이후로, 마르셀은 약혼이나 결혼과 같은 미래의 약속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피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질렸다는 투로, 옆에 있던 친구가 어깨를 으쓱인다.



    "너무한데, 마르셀. 너 정말 문제 있는 것 같아. 좀 더 여자를 소중히 여기라고. ...... 그런데, 올리비아 양이랑 항상 같이 있는 그 얌전해 보이는 아가씨 ...... 카트리나 양이었나? 그 애도 너를 좋아하지 않아? 요즘 항상 너를 쳐다보고 있잖아."



     마르셀이 올리비아 옆에 있는 카트리나를 힐끗 쳐다보자, 그녀의 긴 흑갈색 앞머리에 반쯤 가려진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요즘 들어 그녀의 무심한 시선이 자주 느껴지는 것 같다.

     그는 금세 눈을 돌리며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 아무리 나라도 저런 여자는 사절이야. 어둡고 음침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하나도 없어."

    "하지만. 그녀는 이 왕국의 대신관님의 외동딸이라고. 그녀와 결혼할 수 있다면 사실 가장 좋은 연줄이 되지 않을까? 물려받은 신성한 힘 덕분인지, 그녀의 점괘는 엄청나게 잘 맞기로 소문이 났어. 나도 가능하면 한 번 보고 싶을 정도라니깐."



     이 왕국에서는, 예로부터 신관은 귀족보다 더 높은 일종의 특권층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대신관의 딸인 카트리나 역시 재학 중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학교 졸업 후 신관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하. 아무리 실리를 중시하는 나라도 그런 생각은 하기조차 싫다고. ..... 식욕이 떨어졌어. 나는 이만 가볼게."



     떠나는 마르셀의 뒷모습을, 카트린나의 시선이 조용히 좇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



     마르셀은 좀처럼 함락되지 않는 올리비아에게 다소 짜증이 났다.

     그의 유혹에는 응하는 반면 손을 대려고 하면 가볍게 피했으며, 함께 있어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여기 없는 그녀를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량으로 따지자면 지금까지 본 수많은 아가씨들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왠지 눈앞에 있는 자신을 비추지 않는 것 같았다.

     대화도 다소 냉담한 올리비아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아가씨들과는 달리 금방 빠져들지 않는 그녀의 신비스러움에 매료되기도 했다.



     올리비아와의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와 혼자 복도를 걷고 있는 마르셀에게, 뒤에서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

    "응?"



     마르셀이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카트리나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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