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후편
    2024년 01월 21일 19시 41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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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아한 표정을 지은 마르셀이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다시 정면을 바라본 마르셀의 얼굴에 떠오르는 당황스러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트린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계시다고요."

    "...... 누, 누가?"



     카트린나는 마르셀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리디아 님이 말씀하고 계세요.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고."

    "...... 리디아라고? ...... 앗."



     입가를 가린 마르셀은 겨우 기억을 떠올렸다.

     한결같고, 착실하고, 사랑스러운 아가씨였다. 지금까지 단 한 명한테만 미래의 구두 약속을 했지만...... 한 후 곧바로 다른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겨 조금 다툼이 있었지만, 마르셀의 마음속에서는 끝난 이야기였다. 그 후 그녀가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



    "올리비아 님을 보시고도 모르셨어요? 한 살 아래 여동생인 리디아 님과 많이 닮으셨잖아요."

    "......!"



     마르셀은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카트린나는 말을 이어갔다.



    "마르셀 님께 버림받고 상처받은 채 마차 사고를 당한 리디아 님을 생각하며, 올리비아 님은 늘 상심한 상태였어요. 리디아 님이 가까이 계신 것 같다고 올리비아 님에게서 들어서 제가 보니, 마르셀 님의 뒤에서 조용히 서 계신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리디아 님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올리비아 님이 마르셀 님 곁에 계셨던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나 보네요."



     마르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싸악 가신 나머지 종이처럼 하얗게 변했다. 목이 메말라 버린 그는, 겨우 거친 목소리를 내었다.



    "무슨 말을...? 그러니까, 그녀가 아직 여기 있다고...?"

    "네."

    "제발, 빨리 쫓아내 줘!"

    "그럴 필요는 없어요."

    "뭐라고!?"



     카트린나는 가만히 마르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르셀 님은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 리디아 님은 당신을 보호해 주고 계세요."

    "...... 뭐?"

    "작년에 별자리가 크게 바뀌어서, 지금은 그동안의 당신의 행적에 대한 보상을 받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얼굴에 나타나는 상을 보아하니......"



    (이게 신관으로서 하는 말인가? 무슨 점쟁이 같은 말을 ......)



     그러자 마르셀은,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점괘가 잘 맞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쉽게 말하자면, 죽을 상이 나옵니다."

    "히익."

    "꽤 많은 분들, 특히 여성들의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하지 않았나요?"

    "......"



     마르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운수는 상당히 나빠진 것 같지만, 그래도 살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리디아 님이 빙의해서, 아니 따라다닌 덕분이니 감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뭐, 바람을 막는 것 정도는 귀여운 정도잖아요. ......하지만, 리디아 님을 문병하러 가지도 않았다니, 슬슬 버림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네요."

    "무, 무슨 소리야. 그녀는 살아있다는 거야?"

    "그래요. 리디아 님은 큰 부상을 입으셨지만 아직 살아 계세요. 몸은 아직 살아있지만, 그녀 스스로의 의지로 영혼이 몸을 떠나고 있는 거라서요."

    "그런 ......"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마르셀은 깜짝 놀랐다.



    "올리비아 님도 리디아 님이 빨리 육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요. 제가 그때 마르셀 님께 말씀드리려 했던 것도, 리디아 님께서 빨리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도록 전해드리고 싶어서였어요....... 뭐, 만약 돌아간다면 마르셀 님은 지금쯤 이 세상에 계셨을지 ......"



     마르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너는 리디아의 행방을 알고 있어?"

    "이 신전 옆에 있는 병원에 계속 입원해 계세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리디아 님을 잘 보살피는 것이 운수 회복의 열쇠예요. 그러면 지금 당신 얼굴에 떠 있는 죽을상도 달라질 거예요."

    "그렇군. 알려줘서 고마워."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앞으로도 그녀를 계속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그렇지 않으면 ....."

    "그래. 아, 알고 있어."



     병원으로 달려가는 마르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카트린나 .



    (...... 뭐, 거짓말도 방법이라고 하니까)



     그의 등 뒤에는, 이제 그를 괴롭히던 수많은 검은 여인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카트린나 가 방금 전 신성한 힘으로 쫓아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영혼이라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마르셀이 지금까지 상처를 준 여성들의 원한이 원념이 되어 마르셀에게 깃들어 탁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던 것이다. 신관인 카트린나 조차도 그토록 검은 그림자를 보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이 그의 엄청난 불운을 불러일으킨 원인 중 하나임에 틀림없었다.



     배신을 당하고도 마르셀을 잊지 못하는 리디아에게 위로와 사과를 해주기 위해 올리비아가 마르셀에게 다가갔을 때, 그의 뒤에서 소용돌이치는 원한의 소용돌이에 올리비아가 휘말리지 않도록 카트린나는 내내 마르셀을 감시하며 올리비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확하게 목적을 말하면 바로 도망칠 마르셀인지라, 올리비아는 리디아를 떠올리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올리비아의 입장에서는 마르셀과 사귈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마르셀의 뒤에 있는 원념을 쫓아내기 위해 카트린나는 용기를 내어 마르셀에게 직접 말을 걸었지만,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다. 다소 설명이 부족했지만 말이다.



     신관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한 카트린나는, 실력과 함께 자신감도 함께 키워나갔고 그 행동도 학생 때와는 달리 이제는 당당해졌다. ...... 약간의 거짓말도 진실성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다만, 더욱 흉흉하게 자라난 원념 때문에 마르셀의 목숨이 언제 다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겁에 질려 병원에 누워있던 리디아를 찾아간 마르셀은, 많은 것을 잃고 나서야 그녀와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었고 점차 리디아의 아름다운 마음을 알아차리고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리디아는 마르셀이 떠난 후에도 계속 그를 생각했고, 헌신적으로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그를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그것은 카트린나의 계산이기도 했다.

     사실 그녀가 가장 잘하는 점괘는 '궁합'이다.

     리디아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를 개종시킬 만큼 포용력과 자비심이 넘쳐나서, 마르셀과 궁합이 잘 맞았다. 만약 두 사람이 피상적이고 얕은 만남이 아니라 서로를 깊이 알게 된다면.



     이후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고, 리디아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마르셀의 모습을 본 카트린나는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오르는 잔잔하고 행복한 미소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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