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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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0일 23시 02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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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로우 라디오 대상 2의 응모작이기 때문에, 1000자 이내의 초단편입니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눈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마침내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마왕과 대치하고 있던 용사 일행은 환호성 대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것은 마왕과 동시에 용사들 역시 땅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공멸이었다.



    "제발, 당신. 눈을 떠주세요......!"



    이미 거의 죽어가는 용사를 품에 안고 있는 자는, 용사와 함께 싸웠던 여마법사다.

    중간에 용사 일행에 합류한 마성의 그녀는, 엄청난 마력과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함없다는 미모로 마녀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 마녀가 용사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곳에는, 여행의 시작 때부터 용사들을 계속 뒷바라지해왔던 성녀가 있었다. 성녀는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면 용사와 혼인을 맺을 예정이었다.... 용사의 마음이 마녀에게 빼앗기기 전까지는.



    마녀는 비통한 목소리로 성녀를 불렀다.



    "당신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회복 마법이 있죠?"



    일생에 단 한 번, 즉 목숨과 맞바꿀 수 있는 회복 마법이다.



    하지만 동행한 전사도, 마법사도 마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눈빛을 성녀에게 보낸다. 마왕을 쓰러뜨린 용사를 성녀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처럼.



    성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성녀가 누구보다 용사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녀와 용사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는 뜻인가.



    성녀는 마녀에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마법을 사용하는 순간, 당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가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나요?"

    "알았어."



    마녀의 얼굴에는, 어차피 죽을 텐데 뭐 하러 그러느냐는 조롱이 떠올랐다. 하지만 성녀는 바로 이때 언령으로 마녀를 묶는 특수한 마법을 걸고 있었다.



    성녀의 기도에 따라 빛이 충만해지면서 용사의 몸에 난 상처가 치유된다. 이에 호응하듯, 성녀의 몸은 빛 속에 녹아내리듯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그때,



    "그, 그만해. 안 돼!"



    마녀에게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반대로 성녀의 몸이 윤곽을 되찾기 시작한다.



    성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고 피부가 썩어가는 마녀를 바라보았다.

    마녀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은 영생이었다. 용사가 아니라.



    만일 마녀가 용사를 가장 소중히 여겼다면, 지금쯤 성녀는 용사와 함께 저승으로 떠났을 것이다.



    (...내기에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승부에서는 졌어)



    노파가 된 마녀를 품에 안고 슬퍼하는 용사에게서 등을 돌리고, 성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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