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전편(3)
    2024년 01월 21일 22시 04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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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그의 몸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부 상태도 호전되기 시작했고, 얇은 피부가 한 장 한 장 벗겨지듯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회복을 에벌리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를로스의 회복과 반비례하여 이번에는 에벌리가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침대에 눕기 일쑤인 그녀의 손을 잡고, 카를로스는 필사적으로 위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의 회복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도하고 지켜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에벌리는 진지한 카를로스의 말에 기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카를로스가 거의 완쾌되었을 때, 에벌리의 몸은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카를로스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온몸의 피부가 다 곪아버렸고, 아름다웠어야 할 얼굴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카를로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병을 앓고 있는 자신이 보여준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를로스의 가족들은 그의 기적적인 회복에 두 손을 들고 기뻐했다. 한 번 포기했던 둘째 아들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에벌리라는 정체 모를 소녀는 잊어버리라고 했다.



    그 무렵, 회복한 카를로스는 왕국의 학교에 편입해 뒤처진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카를로스가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그 자극적인 일상을 즐기면 즐길수록, 그의 발걸음은 에벌리의 병실에서 멀어져 갔다.



    학원에는 아름다운 아가씨들도 많이 있었다. 그리고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많은 지식을 흡수한 그는 순식간에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해졌고, 그 수려한 미모까지 더해져 많은 아가씨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게 되었다.

    카를로스에게 집착했던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루이스였다.



    라나로와 가문에는 아들이 없어 양자를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루이즈가 자신과 약혼해 라나로와 가문을 이어받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때, 카를로스는 믿을 수 없는 행운과 기쁨에 몸을 떨었다. 차남인 자신이 유서 깊은 후작가의 대를 잇게 될 줄은,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도 입을 모아 그의 행운을 축하했다.



    어느 새부터, 카를로스는 에벌리의 병실을 찾지 않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커서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었던 그녀의 외모는 이제 끔찍할 정도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그녀와의 결혼 약속은 그에게 있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이었다.

    이제 카를로스는 완전히 루이즈의 미모와 그 지위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그 병마에 시달리던 시간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를 카를로스가 배웠다면, 그리고 그가 에벌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면, 또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그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시간은 악몽으로만 남았다.

    카를로스는 에벌리를 그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의 상자 안에 가둬두고, 조용히 자물쇠를 채운 것이다.





    그리고 카를로스는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기 직전에 루이스와 정식으로 약혼했다.

    ... 잊고 지냈던 에벌리가 그의 저택에 왔다는 소식을 가신이 전해준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제 자신에게는 과거의 일이니, 그녀를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가신에게는 자신을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 의도를 가신은 충분히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이후 가신으로부터 그녀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카를로스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방심하고 있었다. 설마 루이스와 함께 있을 때 에벌리가 찾아올 줄이야 싶어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에벌리가 어떤 기분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하지도 않고서.



    ***

    카를로스가 에벌리에게 등을 돌렸을 때, 카를로스는 그녀가 울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을 행인들의 시선이 왁자지껄한 기척을 느끼고 무심코 에벌리를 돌아봤을 때, 카를로스는 자신의 눈에 비친 광경을 믿을 수 없어 땅에서 발이 튀어나온 것처럼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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