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편2024년 01월 21일 22시 24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카를로스의 시선 끝에서, 역시 에벌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커다란 눈물이 눈꼬리에서 뚝뚝 흘러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눈물은 흘러내릴 때마다 은은한 빛을 내며 에벌리의 뺨을 적시는 것은 물론, 에벌리의 얼굴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멍하니 에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던 상처투성이의 피부는 그녀의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소리를 내며 벗겨져 나갔다. 그 안쪽에서 도자기처럼 얼룩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가 나타났다. 움푹 파였을 법한 눈매는 또렷한 쌍꺼풀의 큰 눈동자로 바뀌었고, 오뚝한 콧날에 꽃잎 같은 붉은 입술이 작은 윤곽을 이루며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카를로스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성장하면 얼마나 아름다워질지 상상했던 대로의 여인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언제부턴가 굽어 있었던 그녀의 등은 곧게 뻗어 있었고, 가늘고 긴 팔다리가 가녀린 그녀의 몸을 더욱 덧없이 보이게 만들고 있다.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은, 창백한 얼굴에 떠오르는 그녀의 슬픈 표정뿐이었다.
카를로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목구멍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을 때, 에벌리의 옆으로 키가 큰 남자가 다가왔다. 새벽하늘 같은 군청색 머리카락에 단정하게 정돈된 얼굴에 밝은 금빛 눈동자가 걱정스러운 빛깔을 띄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본 군중들은 더 큰 술렁거림을 일으켰다.
그는 에벌리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더니, 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걱정돼서 여기까지 오길 잘했어....에바,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그런 남자는 그만두라고, 빨리 잊으라고 했잖아. 가장 힘들 때에는 너에게 그토록 가까이 친근하게 굴었으면서, 네가 힘들 때는 무시했잖아. 그리고 네가 힘들게 고생해서 겨우 만나러 왔는데....... 너에게 그 많은 은혜를 받았으면서 그 보답이 이런 꼴이라니..."
냉정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그 남자를 보고, 카를로스는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카를로스가 힐끗 루이스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도 얼어붙은 듯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그 입술이 살짝 중얼거렸다.
"오브리 제2왕자님..."
에벌리를 아끼는 것이 분명한 이 왕국의 둘째 왕자와 에벌리의 친밀해 보이는 관계를, 카를로스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출신이나 가문과 같은 세세한 것은 듣지 못한 채로 끝났지만, 도대체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문득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왕자에게 고개를 숙이려던 순간, 몸의 균형을 잃은 카를로스는 그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카를로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온몸이 아프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루이스 님, 죄송하지만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겨우 목소리를 내자 그에게 달려온 루이즈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작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다.
"싫어...!"
카를로스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만진 부위의 갈라지고 찢어진 피부가 아팠다.
예전에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에벌리가 그랬던 것과 같은 피부를 하고 있는 것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카를로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목소리에 대답한 것은 오브리 제2왕자였다.
왕자는 차갑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와서야 말해도 별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알려주겠다.... 그녀는 네 병을 짊어졌다. 너를 대신해서. 만약 네가 에바의 배려심에 진정으로 감사하고 그녀와의 약속을 지켜서 그녀와 결혼을 했다면, 그녀의 병은 치유되어 다시는 네게 병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고, 너희들은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지. 너는 네 자신의 교만으로 스스로를 망친 거다. 지금의 너는 원래 너의 모습이고, 너의 행위에 대한 대가다."
오브리 2세는 품에 안긴 에벌리를 바라보며, 카를로스에게 했던 말투와는 달리 부드럽고 차분하게 말을 건넸다.
"자, 이제 가자, 에바. 이곳은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야.... 나는 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게. 앞으로는 내가 너를 지켜줄 테니까."
에벌리는 그제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왕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오브리 님.... 제가 그런 모습으로 변해버렸을 때, 저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마음을 써주신 건 오직 당신뿐이었어요."
에벌리는 카를로스를 돌아보는 일 없이, 오브리 제2왕자의 부축을 받으며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 멋진 마차에 올라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왕자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카를로스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는 멀어져 가는 마차를 바라보며, 예전에 읽었던 그림책의 줄거리를 떠올렸다.
만약 자신이 에벌리의 손을 잡고 있었다면, 왕의 병을 대신 짊어지고 왕과 나라를 구한 마녀가 왕과 손을 잡고 행복해졌던 그 이야기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카를로스는 루이스에게서 약혼 파기 통보를 받고, 병실로 돌아와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도 더 이상 행복했던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친척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더 이상 병문안을 오는 사람도 없어졌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즐거웠던 학교생활도, 화려한 루이스와의 시간도 아닌, 자신을 진심으로 배려해 주고 노력해 준 에벌리와 함께한 병실에서의 시간뿐이었다.
한 번만 더 에벌리를 만나고 싶고,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랐던 카를로스였지만, 그가 에벌리에게 전한 그 말대로 그녀는 이후 다시는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728x90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