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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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20일 22시 32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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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니아는 저택을 방문한 약혼남 조나스가,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방탕한 미소를 노엘에게 짓는 모습을 목격했다.



    설마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타니아가 엿보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조나스는 그대로 노엘의 허리에 손을 감고 부드럽게 노엘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 상황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서서 눈을 크게 뜨는 타니아의 존재를 알아차린 노엘은, 힐끗 타니아를 쳐다보며 조나스를 살짝 피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겉모습은 어디를 봐도 순수한 천사 같으면서도 마치 악마처럼 쉽게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노엘을 타천사로 부르고 싶지만,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천사인 것이다. 타니아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약혼남의 마음을 빼앗아 왔을까.



    타니아는 자신이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이 천사는 타니아의 아버지의 후처의 자식인데, 타니아와는 혈연관계가 없기 때문에 타니아와는 전혀 닮지 않은 외모를 지니고 있다.



    타니아도 그리 미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다. 유서 깊은 백작가의 맏딸로서 혼담이 하나도 맺어지지 않는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울 터였다. ......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단정하고 아름다운 얼굴의 노엘이 약혼남과의 사이를 방해하지 않는 한은. 그리고 이 천사는, 타니아의 약혼이 파탄 나면 그 전 약혼남에게 바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조나스와 타니아의 약혼이 또다시 깨지고 난 후, 타니아는 고등학교에서 막 돌아온 천사의 방을 방문했다. 타니아는 별이 흩뿌려진 듯한 창백하고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는 천사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노엘. 이제 그만 좀 해줄 수 없겠니? 이렇게 계속 파혼만 내버리면 나도 시집을 못 가겠잖아."



    노엘이 눈을 들어 타니아를 바라보며 나른하게 미소지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다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방울을 굴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언니. 언니의 이상형은 [언니만 바라보고 사랑해 주는 남자]였잖아요?...... 그런, 언니의 장점도 모른 채 제 외모에 쉽게 속아 넘어가는 남자들은 언니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노엘에게는 노엘대로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불복이라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우는 노엘에게, 타니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처음부터? ...... 조금 너무 과하게 애지중지한 건 아닐까?)



    첫눈에 노엘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타니아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천사가 새로 가족에 합류했을 때, 타니아는 뽀뽀라도 할 것 같은 기세로 노엘을 귀여워했다. 마치 인형 같은 노엘을 붙잡아서는 타니아가 가지고 있던 예쁜 드레스를 모조리 입히고 아끼던 액세서리를 아낌없이 달아주었다. 처음에는 그런 의붓언니에게 주눅이 들었던 노엘도 점점 타니아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다니게 되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다 보니 이 천사는 누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게 된 것 같다.



    그때, 가볍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타니아, 노엘. 괜찮으시면 차 한 잔 어떠니?"

    "어머, 계모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와 쿠키가 담긴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 여신처럼 아름다운 이 여성은 노엘의 어머니인 소피였다. 노엘의 미모는 아마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 같다. 노엘 나이의 자녀를 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계모는 여전히 젊어 보인다.



    소피는 의붓딸인 타니아의 결혼이 무산될 때마다 이렇게 타니아의 안부를 확인하러 온다. 결별의 원인을 제공한 노엘을 탓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친자식을 귀여워하고 의붓딸인 타니아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타니아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타니아를 무척이나 귀여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피는 방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타니아에게 장난스럽게 웃었다.



    "...... 그래서, 타니아는 슬슬 꺾일 생각이 들었니? 노엘은 이렇게 보여도 꽤나 고집스럽단다. ......안 그래? 노엘."



    그 말을 끝으로, 소피는 두 사람 앞에 차와 쿠키를 놓고 바로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노엘은 천천히 타니아 앞에 다시 앉았다.



    "언니, 이제 그만 항복해 주시겠어요?"

    "하지만 ......"



    긴 다리를 다시 꼬는 노엘의 모습에, 타니아는 눈을 감았다. 노엘의 가느다란 손끝이 타니아의 뺨을 살며시 만졌다.



    타니아는 다시 고개를 들어 노엘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중성적인 미모의 미모의 천사는 무엇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고등학교의 교복도,...... 진한 파란색 블레이저와 어울리는 바지를 입은 천사도 역시 아름다웠다.



    "저만큼 언니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없어요....... 언니도 알잖아요?"

    "그렇게 말해도, 넌 아직 학생이고 ......"

    "그게 뭐라고요? 이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졸업할 거잖아요."



    타니아도 알고 있었다.

    노엘이 평생 [나만 보고, 나만 사랑해 줄 것]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노엘은 타니아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눈매가 곱고 성적이 우수한 노엘의 고등학교에서의 인기는 상당하다. 타니아가 노엘과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타니아는 하급생 여학생들이 노엘을 향해 새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하지만 노엘은 항상 그들을 가볍게 대했다. 타니아에게 오는 혼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밀려드는 혼담도, 노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두 거절했다.



    "...... 나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너하고는 걸맞지 않아."



    한숨 섞인 타니아의 말에 노엘은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제 마음을 얻은 건 타니아, 당신뿐이니까요. 이제 각오를 다질 때가 되지 않았어요? 계부께서도, 타니아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인정해 주겠다고 얼마 전에 승낙을 받았으니까요."



    방금 전의 계모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이미 사전 협상은 다 해놓은 모양이다. 타니아는 이미 노엘의 손바닥 위에서 가볍게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역시, 예전에 노엘에게 내 드레스를 입힌 게 실수였나 봐)



    타니아는 너무 귀여웠던 노엘에게 무심코 인형처럼 자신의 드레스를 입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련한 눈을 하였다.

    노엘이 웬만한 여자들보다 훨씬 더 멋지게 드레스를 입을 수 있게 된 일등공신은 타니아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타니아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모두 그런 노엘이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타락시킨 모양인 노엘에게 ...... 그리고 그 뜨거운 눈빛에 마침내 타니아도 백기를 들었고, 가녀린 외모에 비해 훨씬 강인한 노엘의 팔에 꼭 껴안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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