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1화2024-01-25 21:27:46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너무나 익숙한 방에 있었다. 틈새로 바람이 불어오는 허름한 문. 누렇게 더러워지고 여기저기 찢어진 커튼.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크게 삐걱거리는 침대. 얇은 이불. 좁고 협소한 방. 후작영애한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초라한 방은, 한때 내 방이었다. 여동생에 의해 본가에서 쫓겨나 허름한 오두막집으로 쫓겨났을 때의 내 방. 왜 지금 이런 곳에 왔을까 생각하던 중, 문을 살짝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속으로 세 번, 조금 간격을 두고 한번. 이미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기억하고 있었는지,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문까지 갈 수 있었기 때문에, 노크가 들리고서 곧장 문을 열 수 있었다. 그곳에 서 있던..
- [ 연애(판타지)/너는 슈퍼 걸~버려진 나는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이 될 거야~ ]22024-01-25 20:27:08"아니, 국경수비대 병사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내 책임도 있겠지." 나는 바르톨트 하르만이다. 최근 이웃 나라와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왕도에서 파견된 사령부 장교이기도 하다. 빨간 머리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 때문에 한 젊은 여성이 가혹하게 버려져 현재 길거리로 나앉으려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그녀의 몫까지 계산이요." 나는 지폐 몇 장을 카운터에 놓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가게 주인은 놀란 듯이 나를 올려다보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발밑으로 옮겼다. 플로체 키스트를 내 집으로 데려온 것은, 그녀의 집을 몰랐기 때문이다. 깨어났을 때 그녀가 자랑하는 가사 기술을 뽐내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부살이 가정부로 고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술에 취한 여자에게 손을 댈..
- [ 연애(판타지)/너는 슈퍼 걸~버려진 나는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이 될 거야~ ]12024-01-25 20:26:49"선배, 미안해요...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미안해 플로체, 나는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았어." 직장의 송별회 후, 결혼을 한 달 앞둔 다미안의 방에 가보니 그곳에는 직장 후배인 마리타가 실오라기 한 올도 없는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결혼을 할 거라면 직장을 그만두라는 부탁을 받은 나는, 오늘이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송별회를 열게 된 것이다. 그 송별회에는 마리타도 참석했었는데, 어째서 마리타가 여기 있는 걸까?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다고 말했었나?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후배였지만, 분명 불과 1 시간 전만 해도, "선배! 행복하세요! 응원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었는데. "플로체, 난 역시 귀여운 여자애가 좋아." 다미안은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 없이 침대 위에서 마리타를 안..
- [ 연애(판타지)/이것이 약혼파기로군요 ]32024-01-24 23:54:01"그걸 속이고 있다는 거야! 원래는 행실이 나빠서 후작가에서 배척받고 있었던 주제에!" "그래! 네가 레이나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모두 쫓아내서 나 같은 남자만 남게 된 거잖아! 상황이 어떻든 간에 레이나를 만나게 해 주었으니까, 지금까지 봐주고 있었던 것을!" "누님은 결혼하지 않아도 돼! 계속 내 곁에 있을 거야!" 서로의 멱살을 잡고 감정적으로 변해가는 전 약혼남과 남동생을, 레이나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 무슨 일이람?) 항상 온화하고 상냥했던 두 사람이, 거친 말로 서로를 욕하고 있다. 레이나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알베르토의 진정한 사랑의 상대인 샬롯이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얼른 대비하자, 샬롯은 레이나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가씨..
- [ 연애(판타지)/이것이 약혼파기로군요 ]22024-01-24 23:53:35소설이나 무대에서 수없이 보았던 그 약혼 파기가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나는 악역영애!)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알......' 레이나가 이름을 부르자, 알베르토는 몸을 움찔했다. "지금 그거, 사실이야?" "어, 어어." 제대로 대답을 안 하는 알베르토가, 옆에 있던 샬롯에게 미소를 지으며 팔꿈치로 찌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기우였을까? "무, 물론이지! 너와의 약혼은 파기다!" "...... 그래." 알베르토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았다. 레이나는 매우 슬퍼졌다. 무대 위에서처럼 증오와 질투의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슬플 뿐이었다. (알은 다른 사람을 좋아했구나. 그런데도 지금까지 나와 약혼한 바람에 힘든 나날을......) 다정한 알베르토이니, 분..
- [ 연애(판타지)/이것이 약혼파기로군요 ]12024-01-24 23:52:37"요즘 유행하는 약혼 파기라니, 동경해 버려." 백작영애 레이나는, 열정적인 무대를 보고 난 후 배우들의 열연에 취해 멍하니 부도덕한 말을 내뱉었다. 그래서 한 달 후에 열린 레이나의 생일 파티에서, 자신의 약혼남과 그를 연인처럼 껴안고 있는 낯설고 아름다운 여인을 본 레이나는 '벌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했다. * 한 시간 전. 레이나는 약혼남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연회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역시 알은 못 오는 걸까?) 레이나에게는, 항상 백작가까지 마중 나와서 에스코트를 해주는 다정한 약혼남이 있었다. 그 약혼자인 후작영식 알베르토가, 오늘은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급한 용무가 생겨서 못 온 걸까 싶었지만, 연락이 없으니 늦었을 수도 있다. 그 대신 동생 로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
- [ 연애(판타지)/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62024-01-24 22:48:39사티스는 바닥을 세차게 밟았다. "그런 점을! 나는 너의 그런 면을 예전부터 계속 싫어했어!" 알렉산드라는 사티스의 푸른 눈동자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저는 전하를 싫어하지 않았어요. 전하를 돕는 나날은 매우 충실했고, 저는 진심으로 전하께서 왕이 될 미래를 바라보며 행동했답니다. 전하와 함께 평생 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국왕이 된 사티스의 옆에 서서 성취감과 함께 미소 짓는 미래가 알렉산드라에게는 분명 존재했다. 사랑은 없어도, 애국심과 사티스에 대한 충성심만은 진짜였다. "하지만 제 마음이 사티스 전하를 계속 괴롭혔던 거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알렉산드라가 후회하는 마음으로 깊이 고개를 숙이자, 사티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아아......" 왕이..
- [ 연애(판타지)/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52024-01-24 22:48:16"그리고 앨리를 수도원에 보낸 뒤, 사면을 하며 불러들여 형님의 측비로 삼자고 제안했지. 모두 네가 편해지기 위해서다. 제1왕자의 약혼녀인 후작영애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음모를 꾸민 것이다." "그, 그런! 아뇨, 저는......" 발트는 엘의 말을 "누가 지금 여기서 발언을 허용한다고 했지?"라며 무자비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내 진정한 사랑의 상대는 네가 아니다. 너는 형님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되지만, 나에게는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더냐?" 엘은 발트의 시선을 받으며 떨고 있다. "너는 여러 가지 죄를 저질렀지만, 그중에 왕족 모욕죄도 포함시켜 주마. 죄인을 데려가라." 발트의 지시에 따라, 왕궁 기사들이 엘을 연행한다. "세, 세상에! 내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거짓말이지? 사티스! 도..
- [ 연애(판타지)/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42024-01-24 22:47:18놀라는 사티스를 뒤로 하고, 발트는 마치 연인을 대하듯 알렉산드라의 허리에 손을 감아서 끌어당겼다. (명연기예요, 발트 전하.) 너무 밀착된 모습에 내심 조바심을 내면서도, 알렉산드라는 발트를 칭찬했다. 발트는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형님은 모든 공무를 제쳐두고 엘 양을 만났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 저도 공무를 버리고 알리를 만나러 온 겁니다. 진실한 사랑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겠지요?" 발트는 "아, 하지만 제 사랑하는 앨리에게 형님의 공무를 강요하는 것은 그만두었으면 좋겠군요. 앨리와 저의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주변 귀족들은 사티스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 [ 연애(판타지)/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32024-01-24 22:46:34알렉산드라가 마침내 저자세의 모습을 보이자, 사티스는 만족한 듯하다. "처음부터 그런 태도를 보였더라면 조금은 귀여웠을 것을....... 나는 마음이 넓으니까. 좋아, 네 마지막 소원을 말해봐라." 사티스의 얼굴에 우월감이 묻어난다. "저는 사실 어떤 소식통으로부터 [전하께서 진정한 사랑을 찾으신 것 같다]는 말을 미리 듣고, 그 훌륭함에 감명을 받아 전하를 본받고자 했습니다. 지금부터 그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뭐?" 알렉산드라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에 화답하듯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티스와 같은 금발에 푸른 눈동자, 비슷한 분위기의 남성이었지만, 운동을 한 탓인지 사티스보다 체격이 좋고 용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발트!?" 사티스의 외..
- [ 연애(판타지)/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22024-01-24 22:45:49"악녀인 네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이 결정은 번복할 수 없다! 추한 마음을 가진 자 따위는 차기 왕비가 될 자격이 없으니까!" 너무 심한 말투라서,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렉산드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전하, 기다려 주세요. 저는 그쪽의 엘 님과 단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서요." 알렉산드라의 기억으로는, 몇 달 전 갑자기 사티스로부터 그가 맡고 있는 소소한 공무를 떠맡게 되어 사정을 물어보기 위해 왕궁 내에서 사티스를 찾던 중 정원 한 구석에서 사티스와 엘로 추정되는 인물이 밀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어렴풋이 본 것이 전부였다. "엘과 얘기해 본 적이 없다고!? 그건 네가 엘을 무시하고 학대했다는 증거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애초에 왜 남작가인 엘 님이 왕궁 안에 있는 거죠..
- [ 연애(판타지)/진실의 사랑을 찾으셨나보네요. 정말 대단해보이니, 저도 전하를 본받겠습니 ]12024-01-24 22:44:44"알렉산드라! 오늘 이 자리에서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휘황찬란한 야회장에, 이 나라의 제1왕자 사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름이 언급된 후작영애 알렉산드라는, 귀족들과의 대화를 웃으며 마무리하고 사티스를 향해 우아한 몸짓으로 입가를 부채로 가렸다. "사티스 전하, 그 이야기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요. 나중에 양가의 합의로......" "도망가려고? 보기 흉하다!" 사티스는 바로 옆에 서 있던 핑크블론드 머리를 가진 귀여운 소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네가 질투심 때문에 이 엘을 학대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남작영애 엘은,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살짝 떨면서 사티스의 가슴에 애틋하게 안겨 있다. 엘처럼 '어떻게 하면 자신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여자는 알렉산드..
- [ 연애(판타지)/지금부터 단죄당할 듯한 핑크블론드 남작영애로 전생하고 말았다 ]32024-01-24 21:09:13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가운데, 다리아만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마리 씨는 데이비스 전하의 인간성을 시험하기 위해 지금까지 바보 같은 척을 했다는 건가요?" [아니요, 지금까지는 정말로 바보였어요]라는 말을 삼키며, 마리는 '네'라고 대답했다. "마리 씨, 그럼 신의 판결은 어떻게 되었나요?"라는 다리아의 물음에, 마리는 데이비스를 쳐다보았다. "데이비스 전하. 당신은...... 왕의 그릇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데이비스를 떠받들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던 그 입으로, 마리는 데이비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마, 마리?" 데이비스를 무시한 채, 마리는 기사단장의 아들, 재상의 아들, 공작 영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들도 사람 위에 군림할 그릇이 아닙니다." "뭐!?..
- [ 연애(판타지)/지금부터 단죄당할 듯한 핑크블론드 남작영애로 전생하고 말았다 ]22024-01-24 21:08:53전생 전의 기억을 좀 더 빨리 떠올렸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지금은 단죄 중. 게다가 지금 당장 다리아에게 단죄를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어어, 어떡하지 ......) 계속 옆에서 걱정해 주는 데이비스에게는 이제 '시끄러워, 바보 왕자. 닥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바보 왕자가 약혼녀 다리아를 소중히 여겼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다. 마리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그리고 눈을 뜨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각오를 다졌다. 마리는 자신을 부축하려는 데이비스의 손을 뿌리치고,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숙녀의 예의를 갖췄다. 지금까지의 마리는 자세가 흐트러져 제대로 된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본인은 '나는 ..
- [ 연애(판타지)/지금부터 단죄당할 듯한 핑크블론드 남작영애로 전생하고 말았다 ]12024-01-24 21:08:08" 다리아! 오늘, 이 자리에서 너와의 약혼을 파기한다!" 귀족과 왕족들이 다니는 학교의 졸업 파티에서, 이 나라의 첫째 왕자 데이비스가 당당하게 선언했다. 데이비스는 증오의 눈빛으로 약혼녀인 공작영애를 노려보고 있다. 그 단죄의 모습을, 성녀 마리는 꿈꾸는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 (후훗, 이제 내가 공주님이야~) 이제 더 이상 학원 내에서 남작영애라고 무시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리는 우월감에 가득 차서, 단죄당하고 있는 다리아 를 내려다보았다. 늘 당당했던 다리아의 얼굴이 굴욕으로 일그러질 줄 알았는데, 다리아는 우아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그 순간, 마리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이상해하는 마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말들이 울려 퍼졌다. ㅡㅡ데이비스 전하, 약혼 파기의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