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8화(2)2024-01-26 21:29:03내 계획대로, 수다쟁이 영애들이 먼저 참지 못하고 내 유서 이야기를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사실 저 세라피아 님으로부터 어떤 편지를 받았어요. 그 편지의 내용이 글쎄......." 완벽해 보였던 릴리아나에 대한 소문. 뛰어난 그녀를 질투하는 존재도 적지 않았기도 하고, 남의 불행일수록 화제가 되는 법.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소문은 소문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왕실까지 움직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유서의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조사를 하자, 약초 채취를 위해 나를 데리고 나갔던 시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증언을 통해 마부에게 그날의 일을 확인했다. "5월 말인가요? 확실히 그 무렵에 그 아가씨를 짐마차에 태웠습니다. 돌아가는 길이요? 본인은 들를 곳이 있다며..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8화(1)2024-01-26 21:28:42한편, 내가 사라진 후작가는 그 무렵 어두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내가 도망간 날, 내가 약초 채취에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보고하러 온 시녀에게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던지면서 릴리아나는 외쳤다. "언니가 사라졌다니? 무슨 소리야!" 나에게 마법약을 만들라고 명령한 것도 릴리아나였고, 부족한 약초를 혼자 구하러 가라고 한 것도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릴리아나는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께 들키기 전에 어떻게든 해봐! 빨리!" 릴리아나는 그렇게 명령했지만, 아무리 냉대를 당하고 있다 해도 후작영애였 나의 부재를 그렇게 쉽게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실종은 곧 아버지가 알게 되었다. "세라피아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모, 모르겠어요. 하지만 언니는 환경이 ..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7화(3)2024-01-26 00:05:43다음 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와 케니는 상업 길드로 향했다. 이 마을의 지리는 잘 기억하고 있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였던 내가 마구잡이로 걸어갈 수는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케니의 뒤를 따랐다. 그때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는 여유가 없어서 몰랐지만, 케니가 지도를 확인하며 나를 안내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 이 마을에 대해 미리 알아보았어?" "응. 세라랑 살면 여기가 좋을 것 같아서 최소한으로만..." "그랬구나......" 그때는 케니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거라 믿고 의지하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이 지역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었다. 너무 기대기만 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하고, 이제는 그녀에게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상업 길드에서는 예전과 마..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7화(2)2024-01-26 00:04:27그것들을 포함한 세세한 절차를 마친 나는, 왕도의 중심부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왕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차 승강장인 이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과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약속 장소로 향하자, 메이드 복장과는 다른, 하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의 복장을 한 케니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인사를 건넸다. "...... 정말로 오셨군요, 아가씨." 케니는 어딘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수수한 차림새의 나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시절의 나밖에 모르는 케니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릴리아나에게 학대받던 시절의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더 이상 그녀에게 반항하지 않았고, 귀족을 그만두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7화(1)2024-01-26 00:02:52거기서 며칠에 걸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나는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난 어느 날, 릴리아나의 시녀가 나에게 일을 강요하러 왔을 때 나는 그 시절처럼 패기가 없는 얼굴로 약초 채취를 하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밖으로 나가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당시에는 자주 이런 식으로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의심받지 않았다. 시녀는 귀찮다는 듯이 나에게 소박한 원피스와 외투를 가져다주며, 한 시간 후에는 나가라고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식의 대응이었구나, 하며 속으로 추억을 떠올린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준비를 마치고 지정된 시간에 후문으로 가니, 늘 보던 짐마차가 나를 마중 나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짐을 싣고 가는 김에 왕도 바깥으로 통하는 문까지 나를 태워다 ..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6화(2)2024-01-25 23:39:02그 후부터 나는, 마음을 죽이고 그들이 원하는 말을 돌려주었다. "아버지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어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랍니다. 그보다 앞으로 저와 사이좋게 지내 주시면 기쁘겠어요." "로젤다 님,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그렇게 말을 듣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아무리 태도와 말을 다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나에게 제대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은 자신을 주변에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극의 여주인공에게 다가간 다정한 왕자님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연기가 꼭 필요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것은 해결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래. 어제, 이 시간으로 돌아오기 전에 나는 듣고 말았..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6화(1)2024-01-25 23:38:32그런데 다음 날, 겨우 헤어졌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아침부터 찾아왔다. "세라피아, 약혼을 축하한다. 네가 행복을 잡게 되어 나도 너무 기쁘구나." 아버지는 이런 식으로 내게 줄곧 기쁨의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기뻐하는 것은 이 약혼으로 내 기분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과 가문의 명예가 회복되는 일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증거로 아버지는 내 마음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으셨고, 내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도 전혀 언급하지 않으시며 혼자서만 기뻐하셨다. 그 후로 한동안은 집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조용한 생활이 이어졌다. 낯선 시녀들은 나의 과거를 알고 있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기는 했지만, 집안의 하인들에 비해서는 훨씬 편했다. 하지만 그런 평온을 깨뜨리기라도 하듯, 아버지는 여전히 나..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5화(2)2024-01-25 23:17:00자신의 무력함을 깨닫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들은 제멋대로의 해석을 붙였다. "네게 힘든 경험을 하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너를 지켜줄게, 세라피아." 그렇게 말하면서, 로젤다 전하께서는 내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셨다. 이미 아무것도 나를 지켜주지 못했던 그의 허망한 말을 들으면서, 나는 결심을 했다. 눈물을 머금은 채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중히 받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방 안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폐하께서는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셨고, 왕비는 감동했는지 다시 눈시울을 붉히셨다. 눈앞의 로젤다 전하가 볼을 붉게 물들이며 내 손에 입술을 떨어뜨리자, 나를 제외한 이 방의 행복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렇게 나는 로젤다 전하의 약혼녀..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5화(1)2024-01-25 23:16:34그 후부터 며칠 동안,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나를 멀리하는구나'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무시해 버렸다. 자기 마음대로 데리고 왔으면서 왜 내가 더 많은 양보를,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가. 화가 날 일만이 매일 쌓여갔다. 그렇게 가급적 혼자서 방에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나에게 배달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등성을 명령하는 편지였다. 거기에는 요약하자면 '안정이 되었다면 언제라도 좋으니 와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집에 있기 싫었던 나는 최대한 빨리 성에 가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음 날 오후에 알현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졌다. 그 무렵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귀족 특유의 무거운 드레스를 입게 된 나는 집의 마차를 타고 왕성으로..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4화(2)2024-01-25 22:47:32"나, 미래의 왕비가 될 수 없는 거야 ......?" "하하,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걱정만 하다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나 보네. 아니, 이기적이었던 건 나도 마찬가지인가. 남한테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구나." "아니, 거짓말! 거짓말이야! 나는 아름답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야! 내가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어! 싫어, 싫다구!" 릴리아나는 그 후에도 거짓말을 거듭했지만, 그 또한 모두 들통나게 되었다. 그리고 릴리아나는 결국 북쪽 오지에 있는 계율이 엄격한 수도원으로 보내지게 되었다. 조지아 전하도 왕태자에서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폐위되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후 또 다른 오지로 쫓겨났다. 이상이 나를 찾아온 남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릴리아나와 조지아 전하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4화(1)2024-01-25 22:46:51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우리 집에 한 명의 방문객이 나타났다. 그는 도시에 녹아들기 위해 평민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자세와 움직임으로 보아 어딘가의 상급 하인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경계하는 나와 케니에게, 그는 서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세라피아 님, 당신에게 씌워진 죄는 모두 억울한 누명임이 증명되었습니다. 귀하는 왕실로부터 배상금을 받고 오늘부터 후작영애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은 완전히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이야기였다. 놀라는 우리에게, 그는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나를 추방한 후 한동안 릴리아나는 변함없이 완벽한 영애처럼 행동했다. 언니의 학대를 받았지만 왕자에게 구출된 아름다운 공주님. 왕자의 총애를 독차지하는 행복한 여인. 그 신데렐라 ..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3화(2)2024-01-25 22:27:11그녀의 친절함이 반가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메이드 시절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집안일 전반을 할 수 있으니 식당에서도, 숙소에서도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가씨는 마법약을 만들 수 있잖아요. 약에 대한 수요는 평민들도 많으니, 아가씨도 분명 일거리에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그녀는 내 걱정을 날려버릴 듯이 힘차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편하게 해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하지만 ......" "괜찮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생활은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쪽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서 왔으니까요." 나도 약을 만들면 평민으로 ..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3화(1)2024-01-25 22:26:45마지막 자비로서, 바로 추방되지 않고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가는 길과는 달리 소박한 마차에 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이미 이야기를 들었는지 평소보다 더 매서운 태도의 하인들이 내 옷과 장신구를 빼앗아 갔다. 그리고 속옷 같은 옷차림으로 평소의 오두막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내일이면 이 오두막에서도 쫓겨날 테니 일단은 짐을 싸기로 했다. 그래도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짐을 싸는 것은 금방 끝났다. 낡고 큰 가방에 숨겨둔 약간의 현금과 낡은 옷, 마법약 몇 권, 약초 채취 세트와 간이 절구통을 넣으니 더 이상 담을 것이 없었다. 소중히 간직했던 어머니의 유품도, 다정했던 아버지와의 추억의 물건도 릴리아나에게 ..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2화(2)2024-01-25 21:57:52그때는 이미 후작가의 만찬에서 쫓겨나 오두막에서 소박한 식사를 하고 있던 나는, 후작가의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어느 쪽인가를 생각하면서 타인의 일로 치부해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이미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을, 그것에 저항할 힘이 더 이상 내게는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각오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혼자서 저항할 힘도 없이 무시를 당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나는 드물게도 야회에 불려 가게 되었다. 준비된 값비싸지만 예의에 맞지 않는 드레스를 입고, 평소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후작가의 마차에 체면을 위해 태워진 나는 오랜만에 왕성으로 향했다. 물론 조지아 전하나 아버지의 에스코트가 있을 리 없어서, 나는 홀로 만찬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 [ 연애(판타지)/단죄는 이미 끝났으니까요! ]2화(1)2024-01-25 21:57:26내가 무심코 함박웃음을 지으며 환호성을 지른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게 일어난 일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모든 시작은, 여동생 릴리아나가 우리 집에 온 것이었다. 릴리아나는 아버지가 첩으로 두었던 여자가 낳은 아이였다. 나보다 한 살 아래인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계모가 재혼했을 때 우리 집에 왔다. 그때까지는 평민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왔다고 하여, 그녀에게는 귀족다운 몸가짐도, 예의범절도, 아무것도 몸에 배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태연하게 웃는(나중에 알고 보니 연기였지만) 그녀를, 나는 처음에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앞으로 알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후작영애가 된 후에도 공부에 힘을 쏟지 않았다.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