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7화(2)
    2024년 01월 26일 00시 04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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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들을 포함한 세세한 절차를 마친 나는, 왕도의 중심부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왕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마차 승강장인 이곳에서, 나는 어떤 사람과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약속 장소로 향하자, 메이드 복장과는 다른, 하지만 기억에 남는 추억의 복장을 한 케니가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인사를 건넸다.



    "...... 정말로 오셨군요, 아가씨."



    케니는 어딘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수수한 차림새의 나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시절의 나밖에 모르는 케니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릴리아나에게 학대받던 시절의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 더 이상 그녀에게 반항하지 않았고, 귀족을 그만두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갑자기 평민으로 함께 살자고 부탁한 나를 믿고서 이렇게까지 와준 케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당연하잖아, 케니. 내가 먼저 말했는걸."



    "그랬었죠. 죄송해요. 하지만 너무 의외라서."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해. 신경 쓰지 마. 하지만 나는 그런 생활에 질려버렸어. 그러던 중 우연히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거든."



    "마님의 ......"



    "그 돈만 있으면, 집을 나와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 하지만 혼자서 평민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한테 부탁한 거야. 그래서 당신이 고개를 끄덕여줬을 때 정말 기뻤어."



    "세라피아 아가씨...... 그랬군요. 아가씨를 그런 생활에서 구해줄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고마워. 많이 고생할 거라 생각하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세라피아 아가씨."



    "그런데 케니, 나는 이제 후작영애가 아니야. 아가씨라는 호칭은 그만 써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호칭도 세라피아에서 바꿔 줬으면 하는데 어때?"



    그러자 케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알겠습니다. 그럼 세라로 불러도 될까요?"라고 대답했다.



    아직 어조에는 경외심이 느껴졌지만, 그리운 목소리로 부르는 애칭에 나는 진심으로 웃으며 승낙의 뜻을 전했다.





    그 후 마차를 타고, 나와 케니는 그 추억의 작은 도시로 이동했다. 지난번보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착했을 때 상업 길드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날은 그 여관에 묵을 수밖에 없었다.

    수속을 마치고 방에 짐을 내려놓으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날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저녁은 전과 마찬가지로 여관의 1층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식당은 나름대로 북적거렸지만, 나를 험담하며 쳐다보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피해자인 척한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스한 식사와 눈앞에 있는 케니. 그리웠던 그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케니는 그것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따스한 식사를 앞에 두고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앞으로는 맛있는 거 많이 먹자고 그녀는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런 그녀와 다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을 곱씹으며, 나는 오랜만에 평민으로서의 식사를 맛보았다.



    그날 밤 나는 케니에게 부탁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염색을 조금 해달라고 했다. 예전에는 머리카락까지 잃으면 그동안의 귀족이었던 나날까지 잃는 것 같아서,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하기까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거는 차라리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였고, 혹시라도 발각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곧바로 자르기로 했다.

    머리를 어깨 길이로 자르자, 억눌린 생활로 인해 머리카락의 윤기가 사라진 지 오래였기 때문에 나는 어디를 봐도 귀족영애로 보이지 않는 모습이 되었다.

    케니는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매우 만족하며 그날 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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